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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설아 SMILETOOTHLESS Aug 11. 2021

[책] 존 버닝햄 /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이런 어른은 되고 싶지 않았다.

존 버닝햄 그림책에 나오는 어른들 중 몇몇은 너무 차갑다.


한 때 어린이였던 시절을 까맣게 잃어버린 사람들.


이 동화 첫 페이지에 나오는 엄마도 그렇다. 아이가 한창 장난감 놀이에 빠져있는 와중에 내일 아침 일찍 학교에 가야 한다며 빨리 자라고 아이를 재촉한다. 강아지 인형이 방석 아래 구겨져 있었다고 굳이 이야기하는 것도 어쩐지 물건을 아무 데다 두었다고 아이를 타박하는 것처럼 들린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막연히 이런 엄마는 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던 것 같다. 좀 더 검피 아저씨 같은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하지만 막상 엄마가 되고 보니, 마냥 어린이의 세상을 인정하기엔 나의 일상이 너무 비좁다.


내일 출근을 해야 하기에 아이를 일찍 재워야 하는 엄마의 사정이 있는 것이고, 안 그래도 늦은 퇴근으로 아이가 침대로 가는 시간이 점점 더해지는 것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의 세상을 인정하기엔 어깨에 올린 죄책감이나 책임감이란 녀석들이 너무 묵직하다.


동화책 속에 나오는 아이가 강아지 인형을 방석 아래 뭉개 두었다가 자기 전에 찾는 것처럼, 우리 아이도 신나게 노는 와중에는 애착 손수건이나 중요한 장난감을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다가 슬슬 졸리면 찾아달라 떼를 쓰는 통에 잠자리에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데, 이게 참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다.


엄마가 되고 보니 존 버닝햄 동화책의 차갑고 딱딱한 어른들에 나름 공감이 되는 부분이 생겨버렸다.

참 이런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되고 말았다!


이런 동화책을 읽으며 시선을 잠깐 아이 쪽으로 내려놓는 순간은 그래서 소중하다. 찰나의 순간이나마 엄마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 나도 이런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지. 아이와 함께 “야! 너 우리 기차에서 내려!”하고 소리를 내지르며 깔깔거릴 때만큼은 아이와 같은 눈높이에서 웃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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