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
나는 어느 가사전문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와 상담을 잡았다. TV에서도 몇 번인가 본 적 있는 그 변호사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별다른 법률적 조언 없이 부부상담을 권했다.
“서로 다름을 맞춰가는 노력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아이에게 엄마가 이렇게까지 노력했다고 이야기해 줄 수 있어야 해요.”
길지 않은 상담이었다. 내 노력이 충분치 않았다는 의미인지 어리둥절한 상태로 법무법인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법률상담이라기엔 난해한 답을 받은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 당시 나는 그 버석한 관계에 태울 에너지라곤 단 1칼로리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서로를 맞춰가는 노력이 사랑이라면, 노력할 수 없는 나는 더 이상 그를 사랑할 수도 없다는 명쾌한 결론에 다 달았다. 하지만 가슴에 남는 찝찝함은 아이 앞에 당당할 수 있냐는 그녀의 물음이었다.
그동안 충실하지 않았던가.
죽을 만큼 노력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혼한 지 일 년이 가까워오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아이에게 엄마가 결혼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그렇게 말한다면 왠지 거짓말한 것 같이 불편할 테다. 정말 정말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결혼은 죽을 만큼 노력해서 유지해야 하는 어떤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지 않다. 세상 그 어떤 관계, 설령 그게 엄마인 나와의 관계일지라도, 네가 죽을 만큼 노력해야 유지가 되는 관계라면 툴툴 털고 다른 세상을 만나렴. 그렇게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노력이 사랑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랑이 노력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아이야, 나는 그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 그래서 노력할 수 없어.’
결국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