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이 이혼하기
지난했던 이혼이 작년 3월 마무리됐다. 싱글맘이 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소회를 털기엔 시간이 꽤 흘렀다. 하지만 이제야 글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삼키는데 시간이 걸리는 마음도 있는 모양이다.
내 아이의 아빠가 별난 사람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흔히들 말하는 이혼 사유 중에 딱 들어맞는 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의 결혼이 특별하게 불우하다고 여기지 않았지만, 평범하게 행복하지도 않았다. 부부 사이의 메마른 대화들. 다툼을 피하기 위한 침묵. 아이 앞에서 내질러버린 고함. 서로를 향한 날 선 눈빛 같은 것들을 견뎠다. 이제와 돌아보면 무엇 때문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사소한 사건사고들. 냉동실에 꽉 들어찬 뭔지도 모를 검은 봉지들 같은 묵직한 짐을 늘 짊어지고 있는 기분이었다. 나만 그랬던 건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봉지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영원히 알지 못한 채, 서로에 걸려 넘어지기 반복했다.
돌아보면 우리 결혼엔 내가 붙잡을 지푸라기 같은 게 없었다. 어떤 결혼은 건축물과 같아서, 나머지 기둥이 다 삭아빠 졌어도 한 두 기둥이 튼튼하다고 하면 그나마 붙잡고 살아간다고들 한다. 그게 부부간의 애정이든, 경제적인 이득이든, 자녀 앞에 흠결을 남기고 싶지 않은 마음이든. 뭐든.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가시 같은 지푸라기라도 있었다면 달랐을까? 어둡게 식어가는 관계에 어쩔 줄 몰라 초조했지만, 떠오를 방법 같은 건 몰랐다.
크게 별일이라고 할 건 없었다. 그냥 헤어지고 싶었다.
묵은 관계에서 벗어나지 않을 이유를 몇 달에 걸쳐 곰곰이 곱씹어 보아도 단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다. 고성에 머리가 어지럽고 기어코 어깨 뒤로 저만치 밀려났던 어느 밤, 새벽 내내 울다가 자는 아이를 깨워 등에 업고 집을 나오는 길엔 몸이 많이 떨렸다. 미안해, 미안해 되뇌었다. 그 미세한 진동이 뼈에 사무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