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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설아 SMILETOOTHLESS Jul 28. 2020

자녀와 취향 차이에서 오는 고통

소심한 엄마의 비밀스러운 반항

나는 딸아이에게 장난감과 비슷한 존재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역할놀이를 좋아하는 딸아이는 놀이를 할 때마다 나에게 어떤 역할을 요구한다. 어떤 날은 어린이 친구가 되길 바라고, 또 어떤 날은 파자마 삼총사의 도마배미가 되길 바란다. 그러다 요즘엔 자꾸 레인보우 루비가 되라며 성화다.

‘엄마, 레인보우 루비 해줘!’

하루에도 1000번 정도 듣는 것 같은 문장.

사실 진저리 치게 지겹다.

차라리 몸으로 놀아주는 것이 나도 재미있다. 차라리 그냥 어린이 친구가 돼라 하면 내가 성격이며 말투를 꾸며낼 수 있으니 다행이다. 레인보우 루비는  레인보우 빌리지에서 한치의 실수 없이 매번 완벽하게 친구들을 도와주는 멋지고 착한 캐릭터지만, 나는 매력을 하나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 그 핑크색 투성이의 애니메이션은 여러모로 내 마음에 들지 않아 딸이 레인보우 루비를 좋아하는 것 자체가 썩 내키지 않는 내 마음이 두 번째 문제. 내가 성심성의껏 목소리와 행동을 꾸며내도 딸아이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 세 번째 문제이다. 두 명 다 재밌게 놀 수 없는데, 왜 딸아이는 나에게 계속 레인보우 루비가 되라고 난리법석을 피우는가!

으아아아아!

아가, 엄마는 요즘 ‘사이코지만 괜찮아’ 좋아해.
엄마는 레인보우 루비 하나도 재미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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