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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모메 Jan 29. 2024

교대 졸업생의 갭 이어(Gap year)

나의 첫 유럽 생활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나는 교대를 갓 졸업한 임용고시 합격생이었다. 

최소 1년 이상은 발령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갑작스럽게 내 앞에 나타난 갭 이어(gap year)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생각했다. 


선택지들은 대략 이러했다. 

1. 기간제 교사를 하며 호봉을 쌓는다. 

2. 여행을 다닌다. 

3. 공무원 신분이 되기 전에 일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

4. 대학원에 진학한다. 


1번 - 당시에는 가장 끌리지 않은 선택지였다. 교사 발령을 받으면 정년까지 최소 30년동안 하게 될 일을 미리 앞당겨서 할 이유가 없다고 보았다. 물론, 1번을 병행하면서 그 외 시간에 자기개발을 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호봉을 미리부터 쌓을 수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더라. 


2번- 아주 좋다. 돈만 있으면 국내 혹은 국외를 장기적으로 여행할 수 있는 엄청난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문제는 역시 돈이다. 갓 대학을 졸업한 나에게 그만큼의 금전적 여유는 없었다. 


3번-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물론 교사도 겸직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진 않다. 그러나 그 선택의 폭이 발령 전에 비해 확연히 축소된다. 


4번 - 대학원에 갈 준비가 되었다면 오케이다. 그 준비란, '연구하고픈 동기와 열망'이다. 현직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연구하고자 하는 주제가 딱히 없었기에 대학원을 바로 진학하는 것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언젠가 가야 하기 때문에, 어차피 갈 거 미리 가보자하는 마음으로 가는 것보다는 내가 진정으로 탐구하고싶은 분야가 생겼을 때 진학하는 것이 귀중한 대학원 2년(내지는 그 이상)을 의미있게 보내는 방향이 아닐까. 



위의 것들 중 어떤 것을 선택하든, 자기 자신을 잘 알고 한 선택이라면 탁월한 선택이다. 

 2,4번은 당시의 나에게 맞지 않았고, 1번을 택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았기에, 자연스럽게 3번을 택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2019년의 상반기는 유럽에서 교육봉사를 하고, 하반기는 대만에서 국제학교 교사로 일하게 되었다.


졸업을 앞둔 겨울방학 동안 정말 여러 곳을 알아보았다. 

각종 구인구직 사이트를 매일 들어가서 뭐 할 만한 게 없나 찾아보았다. 코리아타임즈 인턴교육관련 기업 인턴에도 지원해보았다. 합격 소식은 없었지만 말이다.

와중에, 대학 선배에게 아주 좋은 경험을 추천받았다. 


바로, AIESEC을 통한 해외 교육 봉사 프로그램이다.

AIESEC이란? 

전세계적인 청년 자치 단체로, 인간의 잠재력 실현을 모토로 해외 봉사와 인턴십을 매개해주는 조직

국내에도 여러 대학에 지부가 있다 (서울대, 한양대, 외대 등)


https://aiesec.org/ 


위 아이섹 공식 사이트에서 가입을 하고, 

내가 일하고 싶은 국가와 분야를 필터로 넣어서 검색을 하면 된다. 


교육뿐만 아니라 마케팅, IT 등 정말 모든 분야를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내가 원하는 국가에서 봉사나 인턴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교육은 유급 인턴의 기회가 많아보이지는 않았다. 

나 또한 '무급'으로 교육 봉사를 하였으니 말이다. 


아니, 내 돈 들여 비행기 타고 가서 공짜로 일을 해준다고?


그렇다. 

물론, 비록 무급이기는 하나 살 곳은 무료로 제공받았기 때문에 결정한 일이다. 

나 같은 경우는 핀란드에서는 가정집 홈스테이, 루마니아에서는 대학 기숙사 1인실을 제공받았기 때문에 

숙박비는 따로 들지 않았으니 그 점은 아주 좋았다. 

accommodation에 관해서도 프로그램마다 조건이 상이하고, 대부분 프로그램 소개에 명시를 해 놓는 편이니 잘 살펴보면 좋겠다. 


어쨌거나, 비행기값과 생활비는 순전히 자비인 것은 맞다.

사람마다 가치의 우선순위는 다르다. 나는 돈보다는 시간과 경험을 값지게 생각하는 편이다. 

나중에 해외 여행을 가더라도 내가 원하는 국가의 현지 학교에서 직접 수업할 수 있는 경험을 얻기는 힘들다. 아마 현지 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보안관에게 제지를 당할테니 말이다. 

물론, 교사가 되면 재외한국학교에서 파견 혹은 초빙 교사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재회한국학교 소재지가 아시아에 편중되어 있고, 일부 남미 및 아프리카 국가를 제외하고 유럽 국가에는 없다. 다시말해, 세계지도를 펼치고 내가 정말 가고픈 국가에서 '수업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알기로는 AIESEC이 유일하다. 



그리하여 내가 가게 된 나라는 핀란드와 루마니아다. 

핀란드에는 2개월, 루마이나는 약 5주동안 머무르며 현지 학교를 경험했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차차 풀어가도록 하겠다.



어딜가나 안전, 또 안전! 

AIESEC은 아주 좋은 단체라고 생각하지만, 머나먼 타지로 떠나는 만큼 안전에 대한 걱정을 놓아서는 안 된다. 실제로 AIESEC을 통해 루마니아로 온 일본인 대학생이 현지인에게 무서운 범죄를 당한 일도 있다. 각 나라마다 치안 상황이 다르니 가기 전에도, 가서도 늘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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