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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도노마드 Feb 02. 2024

일에 대한 애정

직장에 다니며 나를 슬프게 했던 조언 중 하나는 '일에 대한 애정'을 갖지 않아야 회사 생활을 오래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직장 생활을 10년 넘게 하고 있는 지인들에게 이 이야기를 꺼내면 모두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애정은 일하는 나와 본래의 나를 동일시할 때 생겨난다. 일에 대한 애정을 느끼는 사람은 일하는 내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때 본래 나의 가치도 낮아진다고 느낀다.


그런데 문제는 대다수 한국 회사들은 개인의 평가와 보상 체계가 열악하고, 직원들이 일의 의미와 재미를 찾기 어려운 조직 문화를 가진 경우가 많다. 제조 대기업 중심의 고속 성장을 이루며 형성된 한국의 평균적인 기업 문화와 노동 환경은 개인의 특출함을 없애고 집단을 하향 평균화 하는데 최적화되어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일에 대한 애정, 나에 대한 애정이 큰 사람에게 돌아오는 것은 대개 마음의 상처와 퇴사에 대한 간절함 뿐이다. 나 역시 그런 문화를 못 견디고 이직과 퇴사를 결심했던 시절이 있었다.


사업을 하는 것만이 답인가 싶어 창업에 도전하였지만, 열정과 자유만 넘쳤을 뿐 고객을 만들어 낼 실력도 위험을 감내할만한 배포도 부족했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하고 경력직 면접에서도 나이를 묻는 사회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한 번의 실패가 돌이킬 수 없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알게 되었다.


현재는 IT스타트업에 취업하여 다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업의 특성상 전통 산업군에 있던 이전 직장들 보다는 일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오래 다니기 좋은 환경이라 생각하고, 실제로 많은 동료들로부터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나만의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일 말고 취미, 가정, 재테크 등 다른 것들 에 애정을 쏟으라 말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다양한 산업과 규모의 회사를 다녀보니, 내 삶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 일의 의미와 재미가 많은 비중을 차지함을 알게 되었다. 스스로 마음가짐을 바꿔보려 노력도 했지만 그냥 이런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저 언젠가는 나를 포함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회사든 회사 밖에서든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을 마음 편히 가질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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