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얼리 어답터, NBA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또 한 번 폭등의 시기를 맞으며 가상화폐가 다시 핫한 주제가 되었다. 비트코인 외에도 다양한 가상화폐를 이용한 투자는 이제 많은사람들에게 익숙한 개념이지만 가상화폐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 생소하다. 아직 블록체인 기술이 일상생활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일 것이다. 다만, 최근 들어 블록체인 기술이 일반인에게도 상용화 될 수 있는 수단으로 NFT가 자주 언급된다. 놀랍게도 스포츠 리그에 불과한 NBA가 NFT를 통한 블록체인 사용화의 중심에 있다.
NFT (Non-Fungible Token)는 “대체불가토큰"을 의미한다. 여기서 “대체 불가"라 함은 한 토큰의 가치가 다른 토큰으로 대체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1비트코인은 1비트코인으로 대체 가능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 개의 비트코인은 다른 비트코인과 동일한 가치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NFT 토큰은 갓 토큰마다 고유 특성이 있어 각 토큰마다 가치가 모두 다르다.
이런 NFT 개념을 활용해 최근에 음원, 미술 작품 등 다양한 “자산"이 디지털화 및 토큰화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토큰화가 된 특정 자산은 관련 정보가 블록체인에 투명하게 공개되고 복제가 불가능하다. 지난 3월, 트위터의 CEO 잭 도시의 첫 ‘트윗'이 토큰화되어 경매에서 약 33억 원에 팔린 소식이 전해졌고 일론 머스크의 여자친구로 유명한 아티스트 그라임스의 예술 작품이 토큰화되어 한 경매에서 65억 원에 팔렸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였다.
NFT는 이미 3년 전에도 존재했던 개념이다. 다만, 예전보다 가상화폐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인디 예술가의 작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예술품의 디지털화가 어느 때보다 쉬어졌고 복제본이 존재하는 와중에 인증된 원본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작용하여 최근에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고 지금 NFT시장에서 가장 핫한 자산 중 하나는 바로 NBA 선수의 하이라이트 영상이다.
NBA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Dapper Labs와 손을 잡고 NBA Top Shot 서비스를 작년 하반기에 출시했다. Top Shot은 각 NBA 선수의 하이라이트를 20초짜리 영상으로 만들어 이를 Moment라고 부른다. 그리고 각 Moment를 토큰화 (NFT화) 시켜 블록체인에서 관리한다. NBA Top Shot은 NFT의 일종인 이 NBA Moment를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며 지금까지 약 6천억 원 이상의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다. 얼핏 들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유튜브에 검색만 하면 나오는 NBA 선수 영상을 대체 왜 돈을 주고 사고, 구매자는 어떻게 수익 창출을 할 수 있을까?
스포츠카드의 디지털화
Top Shot의 Moment는 트레이딩 스포츠카드의 디지털화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북미에서는 스포츠카드 수집, 거래 문화가 널리 퍼져있다. 각 스포츠 리그와 공식적인 파트너십을 맺어 선수 카드를 발행하는 회사들이 있고 이를 모으는 스포츠 팬, 또는 컬렉터가 존재한다. 스포츠카드도 선수의 평범한 사진이 담겼지만, 사람들은 이를 돈을 주고 사고 유명한 선수, 희귀성이 높은 카드일수록 비싼 값에 팔린다. 작년 말, 아이스하키의 전설 Wayne Gretzky의 데뷔 시즌 카드가 10억 원이 넘는 금액에 팔린 사례도 있다.
NBA의 공식 파트너사인 Top Shot은 스포츠카드와 비슷하게 한정된 Moment를 제작하고 이를 사람들에게 래플 형식으로 판매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를 더 비싼 값에 팔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뽑은 카드를 사기도 한다. 각 Moment는 선수 명성, 플레이의 화려함, 시리얼 넘버 등의 요인으로 수요가 정해지고 자연스럽게 가격이 책정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누가 어떤 카드를 갖고 있었고 얼마나에 팔았는지 누구든지 확인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블록체인의 특징이고 인터넷에 똑같은 영상이 넘쳐나더라도 Top Shot의 공식 영상, Moment,에 대한 수요가 생기는 이유다. 참고로 현재까지 Top Shot에서 가장 비싼 금액에 팔린 르브론 제임스의 Moment이다. 그레츠키 카드의 가격인 10억 원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약 23억 원의 엄청난 금액에 판매됐다.
Top Shot 성공 가도
작년 10월 오픈 베타 형식으로 출시된 Top Shot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연말까지 총 2백만 달러에 불과했던 거래량이 1, 2월에만 2천6백만 달러의 거래량을 기록했고 현시점 총 5천 8백만 달러 이상의 거래량과 더불어 8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가상화폐와 NFT를 향한 관심도와 함께 직접 NBA 선수들이 Top Shot 플랫폼에 등장하면서 큰 화제가 됐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다.
이런 가파른 성장에 힘입어 Top Shot을 개발한 Dapper Labs는 지난 3월 약 3,5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고 기업가치는 약 3조 원으로 책정됐다. NBA 전설 마이클 조던과 MVP 출신 케빈 듀란트의 투자도 눈여겨볼 만하다.
NBA는 IT 기술과 매우 친숙하고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스포츠 리그이다. 2014년 NBA는 WSC Sports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WSC는 AI를 활용해 하이라이트를 자동 제작해주는 스타트업이었다. 이를 통해 NBA는 더욱 빠르고 쉽게 다양한 영상을 제작할 수 있었고 여러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하여 팬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NBA는 WSC의 초기 클라이언트 중 하나였고 현재 WSC는 분데스리가, PGA 투어, MLS 등 굵직한 클라이언트와 일하고 있다.
NBA는 중계 관련 기술에도 상당히 큰 관심을 보인다. 가상현실 스타트업 NextVR과 파트너를 맺은 NBA는 2016/17 시즌 VR 경기 중계 경험을 제공하며 정규시즌 경기에 VR 중계 기술을 도입한 첫 메이저 스포츠 리그가 되었다. 그리고 이후에도 세계 곳곳에 있는 NBA 팬에게 더 리얼하고 완성도 높은 경기 경험을 제공하기 위하여 AR, VR 기술을 시범, 도입하고 있다. 2018년 LA Clippers는 AR 기반의 중계 플랫폼 CourtVision을 출시하였고 NBA는 Magic Leap이라는 스타트업과 협업하여 헤드셋을 사용하면 리그 경기, 하이라이트 등을 여러 개의 가상 스크린을 통해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런칭하였다.
이외에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NFT 기술에도 발 빠르게 투자하여 일궈낸 NBA Top Shot 플랫폼은 아주 큰 성과를 보이고있다. 이처럼 NBA가 다양한 기술에 관심을 두고 투자, 도입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1. 디지털화가 어느 때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미국 내의 팬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있는 스포츠 팬에게 다가가기 쉽다. 특히, 중계 관련 기술이 발전되면 경기장에 찾아오는 팬 외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NBA 팬에게도 매 경기 잊지 못할 경험으로 어필할 수 있다.
2. 디지털 서비스 사용이 일상화된 Z세대에게 스포츠 외에도 즐길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가 너무 많으며 스포츠를 향한 Z세대의 무관심은 이미 스포츠 업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다. 디지털 및 온라인 서비스는 Z세대를 공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매일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있으며 이런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가 Z세대 (미래의 잠재고객) 유치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NBA는 이 점을 인지하고 신세대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에 계속 투자하여 고객 유치에 힘을 쓰고 있다. 이런 부분은 NBA를 본받아 타 스포츠 리그도 모두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배경 이미지 출처: NBA Can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