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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오 May 06. 2019

[축구, 그리고 숫자] EP 2: Big Chance

'플레이메이커'의 역량 Part 2

지난 글 '플레이메이커'의 역량 Part 1에서 키패스(Key Pass)의 개념에 대해 소개했다. 기존에 플레이메이커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 어시스트가 사용됐다면 이제는 키패스 데이터를 활용하여 더 다양한 방면으로 선수를 평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어시스트가가 평가 지표로 한계점이 있는 만큼 키패스 또한 완벽한 평가 지표는 아니다. 키패스와 비슷하지만 한 단계 더 발전된 플레이메이커 평가 지표인 '결정적 기회 창출' (Big Chances Created) 데이터를 소개해보겠다.


'결정적 기회 창출' (Big Chances Created)

단순히 슈팅으로 이어지는 패스인 키패스와 달리 '결정적 기회 창출'은 말 그대로 '결정적 기회'(big chances)를 창출한 최종 패스를 뜻한다. 결정적 기회의 기준은 다소 주관적인 측면이 있지만 Opta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A situation where a player should reasonably be expected to score, usually in a one on one scenario or from very close range when the ball has a clear path to goal and there is low to moderate pressure on the shooter. Penalties are always considered big chances.

골키퍼와의 일대일 찬스, 빈 골대 앞에서의 찬스, 페널티킥 등을 ‘결정적 기회’로 간주하고 꼭 슈팅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결정적 기회'로 기록된다.

2010 남아공 월드컵 한국 vs 나이지리아 경기 장면 (출처: FIFATV)

국내 축구 팬에게는 잘 알려진 2010년 월드컵의 이 장면에서 야쿠부의 골 찬스는 '결정적 기회'다. 최종 패스를 한 아일라 유수프는 키패스를 기록하기도 하지만 기회 특성상 '결정적 기회 창출'(Big Chances Created)도 기록하게 된다. 그리고 결정적 기회를 놓친 한국의 영웅 야쿠부는 Big Chances Missed를 기록하게 되는데 이 데이터 관련해서는 다음에 공격수 관련 지표를 다룰 때 더 자세히 얘기하도록 하겠다.


키패스 vs '결정적 기회 창출'

이전 글에서 플레이메이커 평가 지표로 어시스트보다 키패스 데이터가 더 완성된 지표라고 이야기를 했다. '결정적 기회 창출' 데이터는 여러 면에서 키패스보다 더 유용한 평가 지표일 수도 있다. 어떤 부분에서 더 유용한 지, 그리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유용하지 않은지 알아보겠다.


공격수의 역량이 아닌 온전히 플레이메이커의 역량을 나타낸다  

어시스트와 키패스를 비교할 때 공격수의 역량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어시스트로 기록되려면 최종적으로 공격수가 골을 성공시켜야 하기 때문에 어시스트 기록에는 공격수의 역량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반면에 패스를 받은 공격수가 골이 아닌 슈팅으로만 연결해도 키패스는 기록된다. '결정적 기회 창출' 데이터는 키패스보다 공격수의 역량을 더 최소화한다. 키패스로 기록되기 위해서는 결국 패스를 받은 공격수가 슈팅으로 마무리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다만 '결정적 기회 창출' 데이터를 보면 공격수의 역량에 의존하지 않고 온전히 플레이메이커가 얼마나 뛰어난 기회를 창출했는지 알 수 있다.  

11/12 시즌 바르셀로나 vs 비야레알 경기 장면 (출처: Messi Magic, YouTube)

위 영상을 보면 메시가 수비수 4명을 가로지르는 환상적인 패스로 파브레가스에게 '결정적 기회'를 제공한다. 아쉽게도 좋지 않은 퍼스트 터치로 인하여 파브레가스는 메시의 패스를 슈팅으로 마무리하지 못한다. 골은커녕 슈팅으로도 이어지지 않는 메시의 이 패스는 어시스트나 키패스로 기록되지 않지만 '결정적 기회 창출'로 기록된다. 경기를 보지 않아도 이 데이터를 통해 메시의 활약이 어땠는지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다.


키패스와 비교했을 때 '결정적 기회 창출'은 팀의 공격과 더 밀접한 데이터이다 

경기에서 키패스가 아무리 많이 나와도 키패스가 창출한 기회가 위협적이지 않았다면 골로 이어질 확률은 낮다. 이에 비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기회의 퀄리티가 보장되는 '결정적 기회 창출' 데이터는 골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고 팀의 승리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결정적 기회 창출'을 많이 기록한 플레이메이커는 팀의 공격 부문에서 기여도가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팀의 퍼포먼스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데이터이다 보니 선수 단위뿐만 아니라 팀 단위로도 해당 데이터를 수집하고 팀의 공격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도 쓰인다.


'결정적 기회 창출'은 키패스보다 더 좋은 평가 척도인가?

위에 언급된 이유 때문에 '결정적 기회 창출' 지표가 키패스 지표보다 더 완성된 평가 데이터라고 할 수 있지만 모든 상황에서 그렇지는 않다. 축구 경기 특성상 한 경기에 '결정적 기회'가 나오는 횟수는 많지 않다. 어시스트와 비슷하게 표본의 크기가 작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한 시즌을 기준으로 보면 좋은 평가 척도가 될 수도 있지만 경기당, 혹은 적은 경기 수를 기준으로 선수를 평가하는 경우라면 '결정적 기회 창출'보다 키패스 횟수가 플레이메이커를 평가하는 데에 더 좋은 기준이 될 수 있다.


EPL의 '결정적 기회 창출'

EPL Big Chances Created 순위 (출처: EPL 공식 사이트, 5월 1일 기준)

'결정적 기회 창출' 기록 순위를 보면 '플레이메이커'의 역량 Part 1에서 언급된 선수들(프레이저, 아자르, 매디슨 등)을 상위권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모하메드 살라, 뤼카 디뉴 등 새로운 이름도 볼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단연코 프레이저의 '결정적 기회 창출' 기록이다. 총 25개로 2위인 아자르 보다 무려 9개나 더 기록했으며 소속팀 기여도로 따지면 더욱 압도적이다.


'결정적 기회 창출' 팀 기여도 

Big Chances Created 팀 기여도 데이터

AFC 본머스가 기록한 '결정적 기회 창출' 70개 중 25개를 프레이저가 기록하며 36%에 해당하는 기여도를 보였다. 이는 살라와 로버트슨이 함께 리버풀에 관여한 39%와 비슷한 수치이며 아자르와 윌리안의 첼시에 기여한 35% 보다 높은 수치이다. 에버튼의 디뉴 (26%), 레스터 시티의 매디슨 (22%) 또한 높은 기여도를 보였으며 해당 선수들이 소속팀 공격의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팀 관점에서 볼 때 인상적인 부분도 있다. 프레이저, 디뉴, 매디슨 같이 한 선수에 크게 의존하는 것보다 무려 5명의 선수가 각 10개 이상의 '결정적 기회 창출'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 98개를 기록하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는 네임벨류뿐만 아니라 데이터 상으로도 얼마나 막강한 공격력을 갖고 있는지 보여준다.


90분당 '결정적 기회 창출' 기록

어시스트, 키패스 데이터를 봤을 때처럼 '결정적 기회 창출'을 90분당 데이터(BCC90)로 정리하여 상위 10명의 선수를 정리해봤다.

90분당 '결정적 기회 창출' 기록

90분당 데이터를 봤을 때에도 프레이저의 수치는 압도적인 1위다. 다비드 실바, 아자르 등 리그의 대표적인 플레이메이커가 상위권에 랭크했고 90분당 어시스트 1위인 르로이 사네도 90분당 기록이 뛰어났다. 반면에 어시스트와 키패스 기록으로서는 상위권이었던 에릭센 (0.35), 무티뉴 (0.19)는 '결정적 기회 창출'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운 수치를 기록하여 상위권에 포함되지 못했다. AFC 본머스의 칼럼 윌슨은 센터포워드로 뛰면서도 인상적인 BCC90을 기록했으며 프레이저와 함께 이번 시즌 AFC 본머스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모습이다.


'결정적 기회 창출'과 키패스 데이터를 같이 봤을 때는 프레이저, 다비드 실바, 아자르, 윌리안, 매디슨이 슈팅으로 마무리되는 패스뿐만 아니라 팀 공격수에게 팀 승리로 이어질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창출하는 이번 시즌 EPL에서 활약하고 있는 플레이메이커라고 볼 수 있다.


케빈 더 브라위너

90분당 데이터를 계산하면서 WhoScored에서 제공하는 선수 출장 시간을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올 시즌 EPL 선수의 평균 출장 시간 이하를 뛴 선수는 제외됐으며 이 조건을 적용하지 않았을 때 바로 눈에 띄는 한 선수는 바로 케빈 더 브라위너다. 


올 시즌 여러 부상으로 18경기 966분 밖에 출장을 못한 더 브라위너는 현재 90분당 키패스 3.35개로 윌리안의 리그 최상위 3.42개와 비슷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더브라이너가 기록한 90분당 '결정적 기회 창출' 데이터를 보면 더욱 놀랍다. 이전에 프레이저의 BCC90 0.75개가 압도적인 수준이었으나 더 브라위너는 이보다 더 뛰어난 1.02개를 기록하고 있다. 아자르, 다비드 실바 등 리그의 대표 플레이메이커의 기록보다 2배에 가까운 기록이다. 더 브라위너가 매 경기 90분당을 뛴다고 가정했을 때 한 경기에 최소 한 번은 공격수가 쉽게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뜻이며 공격수의 실수만 없다면 매 경기 1 어시스트를 기록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스포츠에 가정은 없고 많은 경기에 출장할 때 같은 페이스를 지속할 수 어렵겠지만 더 브라위너가 월드클래스 플레이메이커의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걸 테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플레이메이커 평가 (feat. 어시스트, 키패스, '결정적 기회 창출')

플레이메이커를 평가하는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지표인 어시스트 외에 새로운 지표에 대해 알아봤다. 키패스와 '결정적 기회 창출' 데이터는 기존 어시스트 데이터와 비교했을 때 공격에 가담하는 선수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더 다양하게 나타낼 수 있다. 이 두 데이터는 복잡한 알고리즘의 결과가 아닌 평번한 축구팬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의 데이터인 만큼 리그, 언론/미디어에서도 편하게 대중에게 알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2019년 1월 K리그가 발표한 2018 K리그 테크니컬 리포트의 'Playmaking' 섹션에서 키패스와 '결정적 기회 창출' 데이터를 보여준다. 비록 아직 K리그 테크니컬 리포트가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데이터 시대에 필요한 리포트이고 멀지 않은 미래에 K리그 팬들 사이에 더 많이 언급될 거라고 믿는다.


키패스, '결정적 기회 창출' 외에도 플레이메이커 관련 데이터는 많다. 그중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데이터가 바로 Expected Assists (xA, 기대 어시스트 수)이다.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한 선수가 실제 '기록한' 어시스트 수가 아닌 '기록했어야 할' 어시스트 수를 보여주는데 이 개념은 Expected Goals (xG, 기대 득점 수)에서 발전되었다. 다음에 xG 개념을 먼저 소개한 후에 xA에 대해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이처럼 선수를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는 무수히 많지만 하나하나 차근히 알아간다면 축구 팬의 수준도 높아지고 더 즐겁게 축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배경 사진 출처: These Football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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