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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오 Oct 20. 2019

[축구, 그리고 숫자] EP 3: xG, 기대득점

xG(Expected Goals)와 골 결정력

앞선 글에서 '플레이메이커'에 대해 알아봤다. 공격수를 돕는 플레이메이커의 패스도 아름답지만, 누가 뭐라 해도 축구 팬들이 제일 열광하는 장면은 바로 골이 들어가는 순간이다. 농구, 야구와 달리 득점이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축구의 골 장면은 더욱 주목받는다. 경기력이 좋지 않아도 한 번의 찬스를 골로 연결하면 영웅이 되는 만큼 기대를 많이 받고 한순간에 경기의 흐름을 바꿔 놓을 수 있는 포지션이 바로 공격수다. 이번 글에서는 공격수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능력인 골 결정력과 관련된 지표에 대해 알아보겠다. 현재 축구 관련 데이터 중 제일 주목받고 있는 Expected Goals(xG, 기대득점)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Expected Goals (xG, 기대득점)

축구의 Expected Goals (xG) 개념은 2012년 Opta의 Sam Green이 처음 소개했다. 그 이후 다양한 축구 전문가들에 의해 다뤄졌었고 2017/18 시즌 BBC의 Match of the Day (MOTD) 코너에서 xG를 활용한 분석을 하면서 대중에게도 점점 알려지기 시작했다. 우선 xG의 뜻에 대해 알아보자면 Opta는 xG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Expected goals (xG) measures the quality of a shot based on several variables such as assist type, shot angle and distance from goal, whether it was a headed shot and whether it was defined as a big chance.

xG는 슈팅 찬스의 다양한 환경 요소(어시스트 유형, 슈팅 비거리 등)를 고려하여 해당 찬스의 퀄리티를 평가한다. 쉽게 얘기하면 슈팅 찬스가 득점으로 연결될 확률을 나타낸다. 특정 슈팅 찬스의 xG 값이 0.5라면 일반 축구 선수가 해당 찬스를 골로 연결할 확률이 50%라는 뜻이다.


축구 경기를 보다가 누구나 한 번쯤은 공격수의 골 결정력을 비난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축구를 보는데 아래와 같은 장면이 골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저 정도는 넣어줘야지" "아니, 저렇게 찬스를 날려버리다니" 등 다양한 쓴소리가 난무했을 것이다.

다비드 실바의 슈팅 찬스 (출처: BBC YouTube)

하지만 데이터 분석가가 봤을 때 위 슈팅 찬스의 득점 확률은 얼마나 될까? 75%? 50%? 고작 4%에 불과하다. 즉, 해당 슈팅 찬스의 xG 값은 0.04이며 다비드 실바는 0.04 xG를 '기록'하게 된다. 골대와 멀지 않은 거리이지만 슛을 할 때 실바의 몸이 뒤로 젖혀져 있어 신체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이고 골대 앞에는 골키퍼를 포함하여 여러 선수가 슈팅의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득점 확률이 아주 높을 것 같은 기회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이 xG 값은 어떻게 계산되는 걸까?


xG 계산 공식

xG를 계산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다. 여러 데이터 분석가가 각자의 공식을 세워 xG를 계산한다. 공식은 모두 다르지만, 기본 바탕은 비슷하다. 과거의 수많은 경기의 수많은 슈팅 찬스를 분석하고 각 찬스마다 어떤 요소가 득점 성공/실패에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한다. 그리고 각 요소에 가중치를 부여한 것을 토대로 xG 계산 공식이 개발된다. 슈팅 찬스를 골로 연결하는 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너무나도 많지만, 데이터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요소가 몇 가지 있다. 예를 들어 슈팅 찬스가 득점으로 연결되기까지 다음과 같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슈팅 위치 (비거리/각도): 이론적으로 비거리가 멀수록, 그리고 골대와의 각도가 작을수록 슈팅이 골로 연결되는 확률은 줄어든다

슈팅 유형: 일반적으로 머리를 이용한 헤더 슈팅보다는 발로하는 슈팅이 더 강하고 정확하며 골로 이어질 확률이 더 높다

어시스트 유형: 슈팅 찬스 직전 패스가 파워가 세고 거칠어서 받기 힘든 패스였는지 정확하고 섬세한 패스였는지에 따라 득점 확률은 달라진다

이 외에도 Opta는 슈팅 찬스가 데드볼 상황(프리킥, 페널티킥 등)이었는지 일대일 상황이었는지 등 총 8가지의 변수를 이용하여 무려 300,000개 이상의 슈팅 찬스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xG 계산 공식을 만들어 데이터를 추출한다. https://understat.com/ 라는 축구 데이터 제공 사이트에서는 100,000개 이상의 슈팅 찬스에 대해 총 10가지의 변수를 활용한 xG 계산 공식을 사용한다고 한다.


xG와 골 결정력

2019년 5월, 풋볼리스트 (Footballist)는 데일리메일 기사를 인용한 EPL 골 결정력, 맨유 선수가 1위...어떻게?란 제목으로 골 결정력 관련 기사를 냈다. 해당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데일리메일' 등 보도에 따르면 지난 시즌 EPL에서 가장 높은 골 결정력을 선보인 선수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앙토니 마르시알이다. 25.6%를 기록했다. 확률은 높지만 마르시알이 마냥 호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마르시알은 총 39회의 슈팅을 시도했고 10회가 득점으로 이어졌다.

이 기사는 골 결정력을 이야기할 때 [골 결정력 % = 총 득점 수 ÷ 총 슈팅 수]라는 아주 단순한 계산법을 사용한다. 물론 아주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 공식은 모든 슈팅을 동일한 퀄리티의 찬스로 여긴다. 이전에 언급한 슈팅 찬스의 다양한 환경 요소를 고려했을 때 이 방법은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 xG는 슈팅 찬스가 골로 이어지는 과정의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데이터이기 때문에 골 결정력을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지표이며 자연스럽게 공격수, 스트라이커를 평가할때 단순한 위 방법보다 선호된다.


간단하게 봤을 때 한 시즌 공격수의 득점 수(Goals)가 기대득점(xG) 보다 많으면 그는 해당 시즌에 좋은 골 결정력을 선보였다고 볼 수 있다. 슈팅 찬스의 퀄리티를 고려했을때 기대하는 득점 수(xG)보다 실제로는 더 많은 득점을 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많은 양질의 슈팅 찬스를 제공 받아 공격수의 xG는 높았지만, 득점 수가 상대적으로 낮다면 그 공격수의 마무리 능력은 좋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물론, 특정 시즌에 유독 운이 많이 따라서, 혹은 몸 상태가 정말 좋아서 득점 수가 비이상적으로 높을 수도 있으며 이런 경우는 데이터를 활용한 평가가 섣부른 판단이 될 수도 있다. 여느 데이터와 마찬가지로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모든 것을 해석하려고 하는 건 옳지 않다.


득점 수, xG와 함께 많이 사용되는 지표는 NPG(Non-Penalty Goals, 페널티 킥 득점을 제외한 득점)와 NPxG (Non-Penalty Expected Goals, 페널티 킥 상황을 제외한 xG)이다. 골로 이어질 확률이 높고 공격수의 역량을 정확하게 대표하지 않는 페널티 킥 상황을 제외하면 모든 공격수를 보다 공평하게 평가할 수 있다. NPG와 NPxG 데이터를 제공하는 https://understat.com/을 참고하여  xG 개념을 어떤 방법으로 활용하여 공격수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 두 EPL 공격수의 서로 다른 사례를 준비했다.


1. 해리 케인 (EPL 간판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의 xG 데이터 (출처: understat.com)

해리 케인이 토트넘의 주전 공격수로 발돋움하기 시작한 2014/2015 시즌부터 작년 시즌까지의 데이터를 보면 케인이 왜 잉글랜드와 EPL을 대표하는 월드클래스 스트라이커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는 장기 부상으로 주춤했던 작년 시즌을 제외하고는 매 시즌 NPG의 값이 NPxG 보다 높았다. 이를 해석하자면, 매 시즌 케인은 자기가 맞은 슈팅 찬스에 대한 기대 득점보다 더 많은 득점을 기록했고 상대적으로 어려운 찬스를 뛰어난 마무리 능력으로 득점으로 연결했다는 뜻이다. 수년간, 20골 이상의 득점을 하면서 이런 추세를 보여준 EPL 공격수는 해리 케인이 독보적이다. 이는 케인의 기록이 단일 시즌의 '반짝임'이 아닌 EPL을 대표하는 골잡이의 능력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2. 히샬리송 (2018/2019 전반기 깜짝 스타)

작년 2018/2019 시즌으로 돌아가 보자. 2018년 12월 26일 기준, 정확히 EPL 시즌의 반이 지나간 시점에서 NPG 기록이 제일 높은 선수 5명을 뽑아봤다. 페널티킥 골이 아닌 필드골 득점 순위 상위 5명의 선수는 다음과 같았다:

2018/2019 EPL 전반기 NPG 기록 Top 5 (출처: understat.com

쟁쟁한 선수 중 눈에 띄는 이름이 하나 있다. 에버튼의 히샬리송. 당시 브라질의 떠오르는 신예 스트라이커로서 왓포드에서 한 시즌을 보내고 에버튼에서 EPL 2년 차를 보내고 있던 선수였다. 히샬리송은 그해 전반기에 무려 9골*(NPG)을 넣으며 EPL 득점왕 경쟁에 불을 붙였었다. 하지만, 당시 NPG가 아닌 NPxG를 분석해보면 히샬리송의 득점 추세가 시즌 끝까지 이어질 확률은 낮아 보였다. 


히샬리송이 9골을 넣을 동안 NPxG는 6에 못 미쳤다. '기대한 득점'(NPxG)은 6득점이었지만 이에 비해 무려 3골 이상을 득점으로 연결했다. 같은 9득점을 한 선수에 비해서도 확연히 낮은 NPxG 수치였고 히샬리송 보다 2골 더 넣은 살라의 NPxG는 히샬리송의 2배 가까이 되는 수치였다. 경쟁 공격수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득점 찬스를 더 높은 확률로 골로 연결 시키고 있었다. 물론, 히샬리송의 탁월한 골 결정력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NPxG에 비해 많은 골을 넣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이런 엄청난 추세를 시즌 끝까지 이어간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그 전 시즌 왓포드에서 NPxG 10.66에 비해 5골밖에 기록 못 한 히샬리송이기에 그 가능성은 더 희박해 보였다.

2018/2019 EPL 후반기 히샹리송의 기록(출처: understat.com)

후반기 기록을 보면 히샬리송은 전반기와 비슷한 NPxG(전반기: 5.93 NPxG, 후반기: 5.40 NPxG)를 기록했지만 실제로 득점에 성공한 건 4번에 불과하다. 9득점을 한 전반기보다 골 결정력이 2배 이상 안 좋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득점 수만 봤을 때는 모르고 지나쳤을 부분도 xG 개념을 활용하면 특정 선수의 퍼포먼스에 대해서 더 많은걸 알아내고 해석할 수 있으며 더 정교한 방법으로 미래의 퍼포먼스를 예측할 수 있다.


xG와 AI, 그리고 스포츠와 IT

근래에 IT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이번 글에서 소개했던 https://understat.com/ 사이트 같은 경우 이미 인공지능 기반 알고리즘 중 하나인 Artificial Neural Network(인공신경망)를 사용하여 xG 수치를 계산하고있다. 앞으로 슈팅 데이터가 더 많이 쌓이고 분석 능력이 발전할수록 더욱 견고한 xG 계산 알고리즘이 개발될 것이다. 


기존에 이야기한 적 있지만, 스포츠에서는 데이터만으로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많다. 특히 모수가 적은 득점, 어시스트와 같은 아주 단순한 데이터는 상황 해석과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기존 데이터 지표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스포츠계에서는 Advanced Statistics이라는 데이터 유형이 주목받고있다. Advanced Statistics이란 기존의 득점, 어시스트, 패스 횟수 등 아주 단순한 지표를 응용하여 경기와 선수를 더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본적인 지표를 2차 가공한다고 하여 국내 농구팬 사이에서는 '2차 스탯'이라고도 불린다). 이번에 소개한 Expected Goals도 축구의 Advanced Statistics 중 하나이다. 


축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에서도 Advanced Statistics와 더 정확한 데이터 분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를 위해 IT 기술력이 앞으로 점점 더 큰 도움을 줄 것이다. IT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데이터를 더 많이 축적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활용해 다양한  Advanced Statistics 데이터를 개발하고 스포츠 경기와 선수를 더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이제 스포츠계에서의 IT 기술은 점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이 또한 스포츠 팬들이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부분이다.  


(배경 사진 출처: Daily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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