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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독가의 서재 Oct 26. 2023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를 읽고

이 책의 주제는 그리움이라고 합시다

『나를 부르는 숲』,『거의 모든 것의 역사』, 『언어의 탄생』, 그리고 『빌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 내가 읽은 빌브라이슨의 저서들이다. 그는 여행과 문학 과학 등 다양한 주제로 약 20권 이상의 많은 책을 발간하며 잡학다식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작가다.      


그는 (우리 엄마보다 2살 어린) 1951년생으로 미국 아이오와에서 태어났고 성인기는 대부분 영국에 살며 런던 타임스와 디 인디펜던트 기자로, 더럼 대학교 총장(2005년~2011년)을 역임하며 지냈다.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지냈으나 현재는 영국시민권도 취득, 이중국적을 가지며 영국에서 지내고 있다고 한다. 미국과 영국의 대표 작가라 소개해야 할 듯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뚜렷하게 기억하게 된 것은 『나를 부르는 숲』 읽으면 서다. 소로우의 『월든』과 연결되어 이 책을 소개한 누군가의 글을 통해서였다. 막연히 현대판 『월든』인가? 하며 기대했던 고요함과 다르게 긴 호흡과 빠른 전개, 시시콜콜 수다를 풀어놓은 스토리 전개에 헉 헉 놀라며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영국에서 활동 중 20년 만에 미국에 돌아가 지내면서 쓰게 된 글이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처럼, 자신의 마을에서  애팔래치아 산맥 트레킹을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친구와 함께 도전하다가 실패한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1998년 쓰이고 우리나라에는 2002년 소개된 된 첫 데뷔작으로 알고 있다. (잘못 알고 있다면 알려주세요.!)  흔하디 흔한 사진 하나 없이 오로지 글빨로 채워간다. 여행에세이로 분류는 되어 있으나 트래킹은 성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우정’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주었던 책이었다. 여하튼 이후 그는 여행과 관련된 책들을 쭉쭉 출간해 냈다. 


이번에 읽었던 『빌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 는 훨씬 더 앞서 1989년 저술되었으나 우리나라에는 2009년에 출간되었다. 실제 그의 여행기 시리즈 첫 번째 책으로 영국에 1년 정도 머문 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저자가 고향 아이오와 주를 시작으로 미국 38개 주 소도시 여행을 담은 이야기였다. 여전히 친절하게도(?) 흔하디 흔한 사진 따위는 없이 『나를 부르는 숲』과 같은 분위기의 전개로 진행된다.


미국이 아무리 친숙하다지만 모든 주를 다 외우기도 듣도 보도 못한 작은 도시까지 알 수는 없는 노릇이라 초반에는 열심히 지도를 검색하며 책을 읽었다. 그러다 문득 약 30년 전 이야기이고 이 책을 가지고 여행을 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싶어 도시를 옮기 때마다 지도를 찾아보는 것은 그만두고 에세이로 받아들이고 편안하게 글에만 몰입해 읽는 것으로 했다. 


거의 1만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다른 대륙에서 중년을 맞이했고, 아버지가 최근에 돌아가시면서 나의 한 부분까지 같이 가져가셨다는 걸 깨달았을 즈음에, 나는 조용히 나를 압도하는 향수에 사로잡혔다. 나는 어린 시절의 마술 같은 곳에, 매키낙 섬, 로키 산맥, 게티즈버그 등지에 다시 가 보고 싶었고, 이들이 내 기억처럼 지금도 근사하게 남아 있는지 보고 싶었다. 록 아일랜드의 기관차가 나지막한 경적을 길게 내뿜고 철커덩거리며 조용한 밤공기 속으로 사라져 가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반딧불이도 보고, 강렬한 매미 소리도 듣고 싶었다. (…) 니하이 콜라와 버마 셰이브 면도 크림이 그려진 광고 표지판을 찾아보고, 야구 경기장에 가고, 대리석 상판을 깐 탄산 음료수대에 앉아보고, 영화 속에서 디애나 더빈과 미키 루니가 살았을 것 같은 작은 마을들을 차로 다녀보고 싶었다. 여행하고 싶었다. 미국을 보고 싶었다. 집에 오고 싶었다.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 21쪽)


아~ 하, 저자 역시 자신의 책을 들고 독자들에게 여행하라고 쓴 글이 아니었다. 이 책은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며 쓴 저자의 ‘그리움’ 감성 에세이였다. 다만 특유의 위트와 시니컬함으로 고향 아이오와 와 어린 시절 추억 속 가족 특히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슬며시 덮고 있을 뿐.      


첫 장 시작부터 그는 자신의 동네 사람들과 동네를 평온하다라 말하며 미국의 중부는 평평하고 텅 비어 있고 자극이 없는 전무한 삶이라고 이야기한다. 은연중에 자신의 고향을 살짝 디스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은 오해다. 뒤로 갈수록 소개되는 도시들을 읽다 보면 빌 브라이슨의 고향만큼 좋은 동네가 없어 보이는 후광효과가 발생한다. 어린 시절 가족이 떠나는 휴가 역시 아버지를 디스 하는 것인가 추억하는 것인가 헷갈리게 하지만 알고 보면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메시지도 강력히 숨어있다. 


이번에는 그의 책을 읽으며 긴 글수다를 따라가며 읽기보다는 내 호흡에 맞춰 부분적으로 끊어가며 키워드 노트를 하는 방식을 선택해 봤다. 다들 훌륭한 작가라는데 나는 그의 방대한 글력에만 놀랄 뿐이라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알았다.      


그의 글은 옆에서 수다하듯 좔~좔~좔 읽히는 장점이 오히려 내게는 역효과였던 것이다. 매력적인 문장도 다음 글에 밀려 흘려지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시간을 들여 장마다 잠시 멈추고 어디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다시 한번 붙잡고 보니 아재개그의 창시자는 빌 브라이슨이 아닐까 하는 위트며 창의적의 표현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 안에 담긴 상실, 아픔, 그리움 등 감정을 무심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뜻하지 않게 그의 책의 몇 권이나 읽었으면서도 이제야 느껴지는 건 나야말로 무심한 독자가 아니었나 싶어 나의 책 읽기 습관을 괜스레 점검해 보게 되는 반성타임까지!!       


개인적으로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지독히도 미국적인 소재인데 많은 나라에 번역되고 사랑을 받았을까 생각해 봤다. 결론은 배경은 미국이지만 주제는 지극히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 고향에 대한 향수,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웃음이었다. 


이 책을 읽은 덕에 나 역시 새로운 계획을 하나 세우고 있다.  떠난 지 약 20년이 다 된 내 고향 동네를 한번 구석구석 여행 가봐야겠다는 것이다. 올해가 가기 전 부산으로 내 고향 동네로 뚜벅이가 되어 내가 다닌 학교들 학교 주변, 집 주변을 살피며 나도 잠시 나의 어린 시절과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꼭 하고 와야겠다. 그리고 나도 빌 브라이슨처럼 돌아오는 마지막 날은 이렇게 독백하고 올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래본다.


 “그런데 이곳이 너무 좋아서 가끔은
 여기 사람이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먼길로 돌아갈까?]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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