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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Apr 02. 2024

요즘 고등학생들의 한 달 용돈은?

2호 아들 이야기

며칠 전 등굣길을 함께 가던 2호 아들과 언쟁이 있었다. 주요 쟁점은 용돈 문제였다.

 "아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용돈을 너무 막 쓰는 거 아니야? 밥을 사 먹지 말라는 게 아니라 그 외에 것들에 대해서는 좀 아껴야 할 것 같은데?"

이미 용돈 얘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얼굴 표정이 굳어 있는 아들이다.

나도 아침 등굣길부터 듣기 싫은 잔소리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아들의 일주일 카드 내역을 보니 말을 꺼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2호 아들은 대중예술을 하는 특성화 고등학교에 다닌다. 전공은 실용음악과, 그중에서도 드럼 전공생이다.

중학교 3학년 시절, 진로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2년 간 취미로 꾸준히 배워왔던 드럼을 전공하고 싶다고 했다. 사실 나는 2호 아들이 다른 걸 했으면 했다. 1호 아들도 음악을 전공하는데(물론 작곡, 프로듀싱이지만) 2호 너마저... 너는 원래 하려던 영상을 하면 안 되겠니 하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을 부모가 어찌 막을 수 있으랴. 도전이라도 해보겠다는 아들을 밀어주기로 하고 대중예술고에 시험을 보았고 결과는 합격이었다. (내심 떨어져서 집 앞 일반고에 가길 바라는 마음도 컸다.)

  그렇게 원하던 학교에 합격을 하고 신나 하던 것도 잠시, 멀고 먼 등하굣길이란 큰 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집에서 버스 타고 지하철 두 번 갈아타고 학교 셔틀까지~ 대장정의 등굣길을 1시간 반이 넘게 가야만 했다.

2호 아들은 본인이 원하던 학교에 가게 되었으니 그 정도는 각오한다고 했지만 3년 동안 힘들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래서 아들의 등굣길만이라도 좀 더 빠르고 편하게 가라고 매일 아침마다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주고 있다. 문제는 고등학교에 가면서부터다. 학교의 특성상 수업이 끝나고 바로 집으로 오기 보단 남아서 합주 연습, 또는 개인 연습 등 늦게까지 남아서 하는 게 많다는 것이다. 용돈 문제의 시발점이 되었다.

  늦게 오는 일상이다 보니 당연히 밖에서 저녁을 사 먹어야 하고, 친구들과 간식도 사 먹어야 하고, 때때로 카페도 가고, 코노도 가야 하고...

용돈이 줄줄 샐 수밖에 없다.

 "늦게까지 연습하는데 저녁은 사 먹어야 하잖아요. 그리고 학기 초라 친구들도 사귀어야 하는데 친구들이 코노 가자고 하고 간식 먹으러 가자고 하는데 나만 안 갈 순 없잖아요."

아들 말도 일리는 있다. 이해는 간다.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엄마는 좀 더 아껴 쓰라는 말인데!!

엄마가 그런 말도 못 하나. 대번에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내며 짜증을 내는 2호 아들에게 좋은 소리가 나갈 리 만무했다. 참다못한 나도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결국 지하철역 앞에서 다녀오겠단 소리도 없이 차문을 쾅 닫고 내리는 2호 아들.

 '저런 싸가지... 어휴.'

창문을 열고 냅다 소리를 지르려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지하철 역 앞이라는 걸 인식하고 교양 있는 이 엄마가 참아야지 하고 심호흡을 내쉰다. 정말 자식이 뭔지 어떨 때는 이것들 교육시키다가 우리의 노후는 정녕

없는 것인가 남편과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한다.

 "라테는 말이야~~~ 배가 고파도 용돈이 없으면 그냥 굶었는데, 돈 없으면 못 사 먹는 거지 뭐 별 수 있어. 그리고 우리도 카페에서 커피를 매일 사 먹진 않는데, 지가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확 그냥."

씩씩거리며 화가 난 상태로 남편에게 전화해서 2호 아들의 만행을 일러바쳤다.

 "이 자식이. 혼 좀 나야겠네. 내가 한번 말해 볼게."

남편이 이렇게 말하며 나를 달랬지만 나는 안다. 아들에게 심하게 혼내지는 않을 거란 것을. 엄마한테도 혼났는데 나까지 그럴 필요 있냐, 나는 잘 달래서 말해야지.

그래. 늘 악역은 엄마 차지다. 쳇.

고등학생을 둔 친한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언니, 일반고 애들도 비슷해요. 학교 끝나고 바로 학원 가서 늦게까지 공부하다 오니까 애들이 저녁도 사 먹고 간식도 사 먹고 해야 하니 그 정도 쓰더라고요."

내심 먹는데 쓴 돈을 가지고 너무 뭐라고 했나 싶기도 했다. 너무 감정적으로 말하지 말고 학교 갔다 오면 붙잡고 차근차근 말할걸. 또 욱해서 질러댔나 싶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주말이 되었다. 드럼 전공자인 2호 아들의 개인 연습실에 새 드럼이 들어오는 날이다. 전공생이기에 입시까지 3년, 그리고 그 이후로도 계속 쓸 수 있는 좋은 드럼을 사느라고 꽤나 큰 지출이 있었다.

연습실도 한 달 단위로 결제를 해야 한다. 이놈의 돈 덩어리들~~~ 부모의 힘듦은 아는지 모르는지 본인이 가지고 싶었던 드럼을 보면서 싱글벙글 입이 귀에 걸린 녀석.

갖고 싶었던 아들의 드럼, 내가 봐도 멋지긴 하다.


"아들! 엄마, 아빠한테 할 말 없어?"

"엄마~~~~ 감사해요. 진짜 열심히 할게요. 히히."

아, 진짜 엎드려 절 받기지 원.

"너 내가 다 명부에 작성하고 있다. 나중에 커서 돈 벌면 다 갚아라. 알겠냐!!"

걱정 말라며 큰 소리 뻥뻥 치는 2호 아들. 갚기는 개뿔, 나중에 성인 되어서도 돈 달라고 하지나 마라.

그땐 정말 국물도 없다. 나도 천상 어쩔 수 없이 다 퍼주는 부모인가 보다.

더 열심히 연습하고 공부하고 앞으로 용돈도 아껴 쓴다는 아들의 말에 또 한 번 속아본다.

그나저나 고등학생 한 달 평균 용돈은 그래서 얼마가 적당하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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