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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Apr 18. 2024

나도 아직 배가 고프다

나의 이야기

2002년 월드컵 16강에서 이긴 후 히딩크 감독은 이렇게 말했었다.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그리고 결국 대한민국은 4강까지 진출했다.


스티브 잡스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배고픔을 유지하라."

지금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더 큰 성공을 위해 노력하라는 말이다.


내 나이 어느새 50. 반백년을 살아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만으로 아직 5자는 찍지 않았다고 우기고 싶다.

요즘 들어 나이 들어가는 것이 아쉬울 때가 많다.

물론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슬픔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하고 싶고, 배우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것이 아직 너무 많은데

자꾸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아쉬운 것이다.

타로를 공부하고 있는 친구가

"너는 진취적이고 도전적이고 뭔가를 하겠다고 결정하면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는 스타일"

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타로나 사주를 보면 어쩜 이렇게 나를 정확히 들여다보는 건지 신기하다.


3년째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독서 동아리가

다. 3호 아들 학교에서의 학부모 독서

동아리가 그 시작이었다.

책을 좋아하고 독서 모임에 대한 갈망이 있는 엄마들이 모여 정해진 책을 읽고 

서로 이야기 나누는 것은 정말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우리들에겐 힐링 그 자체였다.

나는 안다. 책을 읽고 난 소감을 이야기하면서 나의 속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거다.

은근히 편독하는 습관이 있던 내게도 다양한 종류의 책을 강제 독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요즘 또 하나 꽂혀 있는 것은 바로 등산이다.

아직 회원 수가 명 밖에 되지 않지만

사랑하는 산악 멤버들도 있다.

최근에 시작한 취미라서 이제 겨우 수도권에 있는 개의 산을 정복했다.

하루는 남편과 산에 다녀온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데 1호 아들이 이런 말을 했다.


 "아~~ 슬프네. 우리 엄마, 아빠가 이제 등산     

 이야기를 하시고...

 벌써 그렇게 연세를 드셨단 말인가..."

"야! 등산이 뭐 어때서. 젊은 애들도 많이   

 가거든. 쳇."

"엄마~ 산에 가시거든 제발 꽃 사진은 찍지

 마세요. 아니 아니 찍으시더라도 카톡 프사로

 올리지만 마세요. "


너무 그러지 마라. 니들도 언젠가 늙는다.

산이 뭐 어때서, 꽃 사진이 뭐가 어때서~

아들이 뭐라 해도 난 내가 하고 싶은데로 할 테다.


아들이 뭐라고 해도 꽃사진 찍을 테야.


최근 산을 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즐겨 찾는 유투버가 있다.

혼자 산을 다니고, 솔로 캠핑을 하고 백패킹을 하는 젊은 여성 유투버다.

어쩜 저렇게 멋진 인생을 살고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영상 하나하나를 찾아보았다.

나는 왜 더 젊었을 때, 솔로일 때 저런 것들을 도전해 보지 못했을까.

이제 와서 하고 싶은 것들이 자꾸만 많아지는 것일까. 괜스레 내 살아온 삶을 돌이켜보며 후회만 했었다.

하지만 후회는 짧게!

곧바로 나의 위시리스트 1위에 이렇게 었다.

백패킹 도전하기!!!!


물론 많은 준비가 필요한 일이다. 장비도 하나씩 사야 하고 초보 백패커가 도전할 수 있는

장소도 물색해야 한다. 가정이 있는 몸이기에

갈 수 있는 날짜도 맞춰봐야 한다.

하지만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장비만 어느 정도 갖추어지면 나는 언제든 떠나리라.

물론 첫 백패킹을 다녀온 후 이 힘든 걸 왜 하나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도전해 보고 후회하는 것과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는 건 차원이 다르다.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하고야 말겠다.


"나 진짜 가장 해 보고 싶은 게 있어.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야.

 근데 언제 도전해 볼 수 있을까?

 나이가 더 먹으면 힘들 텐데, 죽기 전에 가볼 순

 있을까."


언젠가 이런 말을 했더니 한 친구가 그랬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단 말 그거 너한테 가장 어울리는 말이야.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너는 분명히 하고 싶은 일을 해 낼 거야. 걱정 마."


그래. 나이가 뭐 별거야? 내가 도전하고 싶을 땐 언제든 해 보는 거지.

나의 위시 리스트는 여전히 빽빽하다.

이 허기는 늘 채워지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배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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