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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파 강성호 Jul 29. 2023

술펀(Fun) 친구 2

언제 전화해서 “한 잔 하자” 해도 늘 반기는 친구다.

속 상하는 일 있으면, 둘이서 술 한 잔 하면서 주절주절 풀어 놓는 친구다.     


어제는 한 잔 하면서

나 죽으면 내 무덤에 와서 엉엉 울어 주란다.

지 놈도 나 죽으면 그렇게 한단다.

허참나.....     


그래서

“왜 꼭 엉엉 울어줘야 하는 거냐?”

“술 한 잔 따라주고 웃으며 주저리주저리 옛날이야기 하면 안되냐?” 했더니

그래도 아쉬우니까 울어줘야 한단다.

그러면 “울어 주지뭐....”

하고 약속했다          


꼭 울어줘야 할 이유를 찾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해 달라고 하니 그렇게 한다고 했는데 이유를 찾으면 많이 있기는 하겠다.

예를 들어 친구 안사람은 직장 다니는 사위와 따님을 위하여 손주를 돌봐 주려고

월요일 이른 새벽 친구는 운전해서 안사람을 따님 집에 모셔다 주고

목요일 늦은 저녁에 다시 가서 모셔 오는데 금 토 일요일은 친구 안사람은 친구와 같이 있고 싶어 하실 텐데 저를 만나려고 나오면 만사 오케이라 한답니다.

물론 다른 친구 만나러 나오면 안사람은 어림도 없다는 이유 하나를 찾았다.     


이만하면 울어줘야 마땅하다는 이유를 찾았으니 먼저 가면 울어줘야 하는데 이쯤되면 친구 안사람에게도 그래야 하는게 아닐까하는 의문은 들지만 더 이상 이유 찾지 않고 울어주기로 했다.     


암튼 그렇게 시작해서 자주가는 단골집에서 꽁치김치찌개 안주로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둘이 소주 5병을 마시고 밥까지 볶아먹었다.     


각자 헤어지고 나는 천천히 걸어 집에 오는데 카톡이 왔다.     

“성호야 우리 소주 5병 마셨다~~~^^”

“너랑 먹으면 술이 덜 취한다”

“ㅎㅎㅎ”

“나도 그렇다”

“나 엘리베이터 도착”     


그렇게 즐겁고 긴 하루,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23.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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