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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치도치상 Mar 17. 2024

자존감이 아니라 자존심이 필요할 때

자존심에 대한 오해

자존감은 높거나 낮다
반면, 자존심은 강하거나 없다
자존감이 높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자존감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자존심이 있어야 할 때가 있다
누군가 나를 공격할 때다
이 때는 자존감이 아니라 자존심이 필요하다
자존심이 없으면 나를 지키고 보호할 수 없는 셈이다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우리말로 사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자존감이 self esteem이라는 심리용어를 번역한 것인데요. 2016년경 self esteem을 우리말로 어떻게 번역했는지 궁금해서 검색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자존감이라는 단어로 번역해서 통용이 되고 있었어요. 그런데 흥미롭게도 당시 국립국어원에는 "자존감"이 단어로 등재되어 있지 않았었습니다. 깜짝 놀랐었죠. 2018년 즈음에 등재가 되었더라고요.


최근에는 "자존심"은 잘 쓰이지 않고 "자존감"이 더 자주 쓰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무래도 자존심이 부정적인 뉘앙스, 자존감이 긍정적인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어 그런 듯합니다.


우리말은 단어의 경계가 꽤 넓은 편이고 의미가 맥락에 따라서 변하는 경우도 있고 해서 그런지 영어 단어의 의미를 적확하게 대응하여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자존감과 자존심의 의미가 내왕하는 듯 보이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자존심의 의미가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문장에서 쓰일 때는 자존감은 높거나 낮다고 표현합니다. 자존감은 나 스스로에 대한 평가입니다. 물론 상대방이 나를 평가할 때, "저 사람은 자존감이 높은 것임에 틀림없어."라고 하기도 하지만 이는 우리 문화의 특성에 기인한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를 쉽게 하는 혹은 비교하는 문화) 표현이고요. 영어로는 다른 사람이 내 자존감이 높은지 낮은지는 왈가왈부하기 어렵습니다. self esteem은 철저하게 자신과 관계에서만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주관적으로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하면 높은 거고, 내가 낮다고 생각하면 낮은 겁니다.


반면, 자존심은 강하거나 없다고 하죠. 자존심은 상대방이 나를 평가할 때에 가깝습니다. "걔, 자존심 세더라."는 표현에서 드러납니다. 즉, 타인과 관계 속의 "나"가 파악되는 것이 자존심이죠. "넌 자존심도 없니?"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자존심이 강할 필요는 없지만 나를 상대방으로부터, 특히 공격으로부터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존심이 있어야 합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자존감이 낮은 경우 자존심도 없을 수 있습니다.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돌보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과 관계에 있어서도 나를 지키고 보호하지 못할 확률이 높은 셈이죠.


때로는 자존심이 있는 것이 자존감을 높이는 일보다 중요할 수 있습니다. 나와 관계는 골방에서도 홀로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인간관계를 대단히 중시하는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나를 지키고 보호하는 게 더 중요할 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자존심에 대해서 오해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자존심은 강할 필요는 없지만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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