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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치도치상 Mar 27. 2024

감정이라는 이름의 마음

감정 너머의 마음이 전달되도록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넘치지 않은 채,
감정 너머의 의미에 닿아
마음이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감정이라는 이름의 마음이
그대에게 오롯이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마음을 기술할 때 감정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어도 상담장면에서는 그렇습니다.


“마음이 지옥 같아요.”

우리말 내담자를 만나면 듣게 되는 표현입니다. 우리말은 단어가 지닌 의미가 모호한 편입니다. 은유와 상징적인 표현 때문입니다. 국어사전에서 "마음"은 다음과 같이 정의됩니다.


1.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품성

2. 감정/생각 따위를 일으키는 작용

3. 생각/감정/기억 등이 자리하는 곳

4. 어떤 일에 대해 가지는 관심

5. 윤리적 판단 기준

6. 사랑이나 호의의 감정

7. 어떤 일을 생각하는 힘


그럼 “마음이 지옥 같다”라는 표현에서 “마음”이 대응하는 의미는 과연 어떤 것일까요? 아마도 “감정/생각 따위를 일으키는 작용”이거나, “생각/감정/기억 등이 자리하는 곳”일 가능성이 크겠죠. 아니면 둘 다 거나요.


마음이라는 단어 자체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에 우리 문화 속에서 오랜 시간을 살아야 어떤 의미로 대응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말이 ‘높은 맥락 언어’ (highly contextual language)라고 하더라고요. 맥락을 모르면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맥락이라는 데이터가 축적이 되어야 파악이 가능한 셈입니다.


비유와 상징이 많은 우리말에서 마음이 지옥 같다는 표현은 자연스럽습니다. 문제는 비유나 상징이 미치는 영향입니다. 의미가 모호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7이나 8점을 경험했지만 “지옥 같다”라는 자신의 표현으로 마치 스트레스 10점(전쟁, 살인, 테러, 강간 등의 극심한 스트레스)을 경험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할 수도 있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스트레스를 어떤 감정과 생각으로 경험하고 있는지가 파악이 어려워서 더 괴로울 수도 있고요. 모호하기에 심정적 고통이 오래 지속될 수도 있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다잡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상담사가 할 일입니다. 저는 반드시 물어봅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를요. 그리고 감정(feeling)과 생각(thoughts)을 구분하도록 돕습니다. “마음이 지옥 같다”라고 경험하는 것이 어느 정도 명료해지면 고통이 덜어지거든요. 지금 자신에게 어떤 행동이 요구되는 지를 더 잘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은유와 상징은 모호하게 만들 때도 있지만 반대로 풍요로움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특히 감정이라는 이름의 마음은 상대에게 가 닿을 때 의미가 확장됩니다. "내 마음이야."라는 말이 담긴 선물은 호감을 넘어 속 깊은 진심이, "마음이 참 따뜻한 사람"은 온화함을 넘어 인격이, "함께하는 마음"은 공감을 넘어 상대와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의미의 확장으로 우리는 감정뿐만 아니라 그 너머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이처럼 은유와 상징의 언어는 의미의 다양함을 선물합니다. 


감정이 넘치지 않은 채로 그러나 감정이라는 이름의 마음이 풍요롭게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은유와 상징의 언어에서 균형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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