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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일에 즈음하여

by 우슬초






내게는 아들이 있다.

이름은 미르.


임진각에서 나의 미르 photo by piggy님





사진 속의 하얀 말티즈다.

우리는 2008년 12월 23일에 처음 만나 2024년 2월 16일에 헤어졌다.

그렇다.

올해 초에 나는 미르와 이별했다.

그날로부터 285일이 지났다.

아직도 미르가 내 곁에 없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

이렇게 미르에 대해 글을 적겠다는 결심이 서기까지 9개월이 걸렸다.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 미르는 16살이었다.

16년.

내내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그렇다고 내내 힘들지만도 않았던 세월들.

미르 입장에서는 작가엄마를 만나서 고생 많이 한 시간이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 얘기를 하고 싶었다.

미르와 나의 이야기.


무슨 이야기로 첫 글을 열게 될지 아직 생각해 둔 것은 없다.

아마도 우리가 처음 만나던 날부터 기록하게 되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이 역시 꼭 그래야겠다고 정한 건 아니다.

마음 가는 대로, 떠오르는 대로 뒤죽박죽 시간이 엉키더라도 크게 개의치는 말자.

추억이, 사랑이, 정해진 룰에 따라 움직이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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