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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보 Oct 13. 2020

반려견 통역사_01

너를 만나기 전

혹시 동물을 좋아하세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습니다. 나와는 다르게 생기고 다르게 행동하지만 따듯하고 다정한 다른 생명체에 매료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거주하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저희 집은 제가 성인이 될 때까지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반려동물’이 생겼습니다. 황금빛 비늘이 짙은 주황색으로 이어지는 작은 금붕어였습니다. 중학생이 되어서야 부모님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금붕어는 사실 고학년 언니 오빠들이 과학실험에 사용해서 간신히 생명만 붙어있는 상태였습니다. 이름은 이제 기억 속에서 흩어져버렸지만 그날 저는 종이컵에 데려온 금붕어를 조금 더 큰 그릇으로 옮겨주며 자꾸만 좌우로 갸우뚱하는 작은 몸이 잘 버텨주길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야속하게도 금붕어는 다음 날 생명을 다했고, 눈이 퉁퉁 붓도록 울며 소중한 금붕어를 뒷산에 묻어주러 홀연히 사라진 저를 찾느라 온 집안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 일은 오랜 시간 동안 제 마음속 깊은 곳에 큰 상처로 남았습니다. 다른 생명에게 정을 주는 일, 그리고 내 간절한 바람과 상관없이 삶이 끝나버리는 일. 죽음에 대해 고민하게 된 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동물이 참 좋습니다.


강형욱 훈련사님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 특유의 제스처와 말투는 반려견 입장에서 다소 거칠게 느껴진다.’ 남들보다 조금 더 민감하고 감정선이 섬세한 저는 해외생활 사이사이 한국에서 보낸 한 학기 또는 일 년의 학창 시절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말끝마다 험한 욕설이 들어가고, 진심 어린 칭찬은 오글거린 것으로 치부하며 대화보다는 다른 무언가를 하기에 바쁜 ‘요즘 아이들’. 어른이 되어서야 진심 어린 감정 표현보다는 ‘농담’과 ‘장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거친 표현에 내성이 생겼습니다.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렇게 대화하는 사람을 과격한 말뭉치 넘어 정확히 바라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사실 굳이 노력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반면 동물은 국가와 상관없이 사랑스러운 것 같습니다. 동물은 돌려 말하지 않습니다. 눈치 주지 않습니다. 아닌척하지 않습니다. 겉모습으로 상대방을 판단하거나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거짓말을 하거나 뒷담을 하지도 않습니다. 싫은 건 싫다고 좋은 건 좋다고 항상 알려주고 싶어 합니다. 세상에 어쩌면 사람만큼 ‘말귀를 못 알아먹는’ 생물이 또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동물이 너무너무 좋습니다. 그럼에도 참 많은 고민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고민할 내용으로 비용과 시간을 말하지만, 저는 그전에 혹 가능하다면 날것 그대로의 진심 어린 대화를 반려동물과 주고받을 준비가 되었는지 한 번 고민해 보기를 추천드립니다. 때로는 화내고 돌려 말하고 아부하고 거짓말해야 잘 지낼 수 있는 인간이 아니라 솔직하고 순수한 반려 동물의 소리 없는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었나요? 제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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