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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미 Feb 23. 2023

낙원이었나 하와이는(6편)

하와이에 가려고?

<하와이가 왜 좋은데>

  친구야! 네가 여행지로 하와이를 택한 건 잘한 일이야. 내가 비염으로 가끔 고생하는 거 알지? 거긴 공기가 정말 맑은 곳이라, 비염 근처에 갈 일도 없었어. 일 년 내내 여름이지만, 습기가 없고 햇볕이 강해도 몽키 트리라는 거대한 나무 밑에 가면 금세 서늘함을 느껴서 무더위는 생각하지 않아도 돼. 몽키 트리가 얼마나 크냐면, 부락민 모두가 그 나무 밑에서 소나기를 피할 정도야. 밤에는 약간 서늘하기까지 하다니까. 와이키키 바닷물은 차지도 않고, 그다지 깊지도 않아서 바다 수영하기 딱 좋아. 서핑을 배우기에도 최적의 장소야. 게다가 범죄가 없는 안전한 곳이지. 와이키키에서 묵는 동안 어떤 노숙자가 반얀트리 꼭대기에 올라간 일이 있었어. 경찰차가 7~8대가 출동했었지. 내려와서 순순히 체포되는 것을 구경한 일이 있어. 요즘엔 소매치기나 차의 유리를 깨고 귀중품을 가져가는 사례도 종종 있다곤 하지만,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겠지.     


<숙소는 어디가 좋아?>

  처음 하와이 숙소를 예약할 때 언제부터 잡아야 할지 나도 헷갈렸어. 날짜변경선을 통과하기 때문이지. 한국시간에서 다섯 시간을 더하되, 하루를 뺀다 생각하면 쉬워. 19시간 느리거든. 난 28일 저녁 8시 비행기를 탔는데, 도착은 하와이시간으로는 28일 아침 9시 반이었어. 네가 관광 우선인지, 쇼핑 우선인지를 잘 생각해서 호텔 선택을 잘하였으면 좋겠다. 난 쇼핑하기 좋은 알라모아나 호텔 3일, 와이키키 해변과 가까운 하얏트리젠시에서 4일을 묵었어.

1. 알라모아나는 가성비가 좋고, 핑크 트롤리 일인 5불이면 종일 탈 수 있는 정거장이 가까워서 그걸 타고 와이키키에도 갈 수 있고, 근처에 월마트도 있어. 호텔 조식도 다른 곳 대비 가격이 착한 편이야.

2. 하얏트는 가격이 꽤 비싸지만, 바다가 바로 코 앞이라 비치 체어와 타월을 가지고(무료 대여가 가능해) 바다 수영하다가, 의자에 앉아 책 읽기 좋아.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호텔 풀의 온수에 몸을 담그면 하루의 피곤이 다 풀리곤 해. 호텔 풀의 선베드에서 한가롭게 책 읽는 게 내 버킷리스트의 하나인 것은 너도 알지? 4일을 그곳에서 조식을 먹었더니 메뉴가 훤해. 파파야, 오믈렛과 빵, 구아버 주스, 가끔 김치볶음밥도 나와. 조식 때는 테라스에 비둘기들이 몰려와서 그걸 쫓아버리는 사람이 있어. 그분이 스프레이 액체를 뿌리고 막대기로 탕탕 치고 다니면 비둘기가 알아서 피해. 희한하게 매일 사람들이 그 안에 뭐가 있느냐고 물어봐. 그럼 한결같이

  “바나나와 달콤한 과일즙이 있답니다,”

  라며 농담해. 사람들은 늘 크게 와하고 웃음을 터뜨리곤 하지, 비둘기 먹이를 주는 건 불법이라고 식당 안 벽에 경고가 붙어있어. 비둘기가 음식을 먹지 못하게 식탁 위에 놓여있는 은쟁반 같은 것으로, 덮어 놓으면 좋아. 하얏트는 객실 근처에 생수 받는 곳이 있고, 룸에는 얼음과 물을 담을 수 있는 물병을 줘서 귀국해서도 유용하게 쓰고 있어.

3. 두 호텔 다 일찍 와도, 체크인이 가능했어. 호텔에서 일하는 분들 모두 친절해, 단 무슨 일로 부르면 팁 주는 것, 잊지 마. 알라모아나에서는 문 열어달라고 문의했더니, 직원이 직접 왔고, 하얏트에서는 금고가 고장이 나서, 역시 직원이 와서 고쳐주었어.   

  

<짐 실을 때 조심, 소고기 성분, 스프레이 No>

  이제, 비행기에 넣을 짐을 준비하자. 컵라면 가져가려면 성분을 점검해야 해. 소고기가 조금이라도 들어간 건 가지고 갈 수 없어. 스프레이가 들어간 것도. 내가 비염으로 코 스프레이를, 일본 여행에서 새로 산 걸 넣었는데, 도착해서 아무리 찾아도 없었어. 트렁크를 살짝 잠근 모양으로 번호를 채웠더니, 그걸 열고 빼낸 모양이야. 기내에 가져갈 것들은 48시간 전에 체크인하라는 문자가 올 때 살펴보면 좋아.    

  

<식당 그리고 팁은 이렇게>

  와이키키와 알라모아나는 푸드코트가 많아서 간편하게 먹거나 테이크아웃 하기 좋아. 난 <와이키키 로열 하와이안 센터 파이나 라나이 푸드>에 자주 갔었어. 중국 음식인 <판다>에서는 오렌지 치킨이 맛있었지. 도넛, 쌀국수, 무스비 등을 골라 먹을 수 있어. 한국 음식이 생각난다면 토핑으로 김치를 얹은 포케도 맛있어. 계산은 비자카드를 넣으면 세금 포함된 음식 가격이 나와. 다음엔 팁을 얼마나 줄지 고르게 되어있어. 대체로 푸드코트는 팁을 주지 않고 넘어갔지.   

  저녁 식사는 대체로 formal한 곳을 찾아가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었어. <모아나 호텔 비치 레스토랑>은 와이키키 해변이 앞마당이어서 낭만적인 식사를 할 수 있어. 지는 해, 바다, 조명이 시시때때로 바뀌는 반얀트리 나무를 바라보며 맥주 한잔 하면 저절로 시인이 되는 것 같아. 코스메뉴를 시키다 보니 음식값만 484불이 나왔어. 음식 가격, 텍스가 적힌 영수증을 주면 그 밑에 우리가 팁을 적어. 그럼 종업원이 카드로 팁 포함된 총액을 계산하게 돼. 보통 저녁 식사는 20% 팁을 주는 게 일반적이야. 알라모아나 호텔에 4시면 엘리베이터 앞에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더 시그니처 레스토랑>은 알라모아나 호텔 36층에 있어. 해피아워라고 4시 반부터 6시 반까지 할인해서 조금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지. 그 대신 예약을 받지 않아서 무작정 기다려야 해. 우린 점심에 가지 않고 저녁에 갔었는데, 하와이 야경이 펼쳐진 곳에서 낭만적인 식사를 할 수 있었어. 음식값도 <모아나 비치 레스토랑>보다는 저렴했어.

  줄 서서 기다리는 레스토랑 중 <치즈 케잌 팩토리>는 꽤 유명해. 음식이 약간 저렴하지만 대기 줄이 길어서 인내심이 필요해. <빈티지 아일랜드> 포케는 정말 맛있어. 참치와 연어 포케를 주문했지, 하와이는 참치를 아히라고 해. 포케란 잘라낸 조각이란 뜻이야. 거기 커피와 아사히 볼이 꽤 맛있어. 아사히 볼은 우리나라 빙수 같은 음료인데, 각종 과일과 베리가 들어있어. 버거는 와이키키 <테디스 비거 버거>가 맛있어. 패티가 두툼하고 고기 육즙이 고소하지. <팀호완>이라는 딤섬 집도 유명해. 거기 후식 코코넛 음료가 맛있었어. 우리나라 삼성동에도 생겼다는데. 그날 너무 팁을 많이 주고 온 게 후회돼. 메뉴 글씨가 작아서, 설명해 달라고 했더니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서 생긴 일화! 어떤 요리는 양배추 삶은 것만 나왔어. <마루카메 우동>도 유명한데 줄 서서 기다리기 귀찮아 가지 못했고, <에그즈 앤 팅스>는 아침식사가 맛있다는데, 우린 조식을 먹는 바람에 가지 못했지      


<우버를 이용해>

  사실 현지인 만날 기회가 없다 보니 우버 앱을 깔아서 운전기사와 이야기를 자주 했어. 한국과 관계된 분을 두 분 만났지. 우리나라에서 군인으로 일했던 분과 얘기 나누니 재미있었어. 한국말도 조금 할 줄 아시고. 또 한 분은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최씨 성을 가진 한국분이었어. 대부분 친절하셔. 우버 이용은 우리 카카오 택시와 비슷한데, 택시비 결재가 뜨고 다음에 팁을 얼마 줄 건지 고르게 되어있어. 1불, 3불, 5불 정도인데 친절하신 분은 팁도 많이 주고 싶더라.

  우리 교포가 운영하는 한인 택시, 하나택시나 노팁 택시 등이 있어. 전화로 예약했는데

  “ 팁을 주지 않습니까?”

   하고 물으니

  “ 안 줘도 됩니다. ”

  팁을 달란 얘기지. 교포들의 생활이 궁금해서 세 시간짜리 오하우 근처 관광을 신청해서 다이아몬드 헤드, 탄탈루스 전망대, 카메하메하 동상, 이올라니 궁전을 돌았어. 바람의 산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근처에서 돌아 나와야 했지. 이승만 전 대통령의 한인기독교회를 둘러보았는데, 우리나라 광화문 같은 건축물이어서 깜짝 놀랐어. 세 시간 관광을 그런대로 잘 마쳤어. 시간당 40 불이어서 120불에 팁 조금 드렸어.

  다음날 공항 가려는데 우버 부르기 귀찮고, 이왕이면 우리 교포 돈 벌어주자 생각해서 관광 안내해 준 00 택시 기사분께 호텔로 와 달라고 했지. 우버나 한인 택시 공항 가는 공식가격이 30불인데, 미터당 요금 어쩌고 하면서 40불만 달라고 하더군. 기분 좋진 않았지만, 얼굴 붉히기 싫어서 그냥 드렸어.

      

<자연을 즐겨>

  호놀룰루 동물원 간 사진 내가 페이스북에 올린 것 보았지? 동물원의 동물은 많진 않았어. 제일 많이 본 건 거북이야. 그리고 온갖 알록달록 새들, 공작새, 닭이 그냥 돌아다녀. 그곳에서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자연스럽게 놀더군. 햇빛이 강해서 화상 입을 정도지만 습도가 없어서 땀이 나질 않아. 나무 그늘이 많아 시원해.

  하와이의 반얀트리는 너무 유명하지. 타잔이 줄기 타고 놀 것 같아, 어떤 나무 한 그루는 천 평이 넘기도 하다네. 그 아래에서 클래식을 연주하기도 한다니 너무 멋있지 않니? 몽키트리도 그렇고. 웅장한 크기가 부럽기만 해. 플루메리아 나무에 핀, 하얀 꽃도, 붉은 부겐베리아도 거리에 널려 있어. 이곳은 신기하게 모기가 없어. 파리는 한 두 마리  정도 보았지.

  

< 아쉬움 >

  시간과 여유가 있다면 다른 섬도 즐기면 좋겠지. 육로로 연결하질 않아, 단독 비행사가 버티고 있지, 민속촌도 가보고 싶고, 헬리콥터로 섬을 구경하고 싶었어. 하와이 갈 때 8시간, 인천공항으로 돌아올 때 10시간 반 그것만으로도 거의 하루가 꼬박 걸리니 신체적으로 피로하기도 하고. 물가도 비싸고, 호텔비도 비싸서 오래 즐기긴 힘들다고 봐. 바닷가 바로 앞의 집과 맞은편 집의 가격이 엄청 차이가 난다고 하네? 뭐 집 앞이 태평양 바다니 그럴 수밖에. 취득세가 없다고 하니 하와이 집 사는 것 고려해 본다고? 매일 유튜브로 같은 시간에 해변을 오가며 방송하던 일본 여자가 생각나네. 동영상으로도 많이 추억을 남길 걸. 아쉬움 한 움큼 와이키키 바다에 남기며 글을 마친다. 친구야.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도움이 되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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