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이었나 하와이는(5편)
쿠알로아 랜치를 둘러보며
“화산으로 조성된 하와이섬은 본래 자생 뱀이 없어요. 하와이주 정부는 뱀류의 반입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생태계 학자들은 괌의 갈색나무뱀이 하와이에 상륙할 경우, 심각한 재난을 부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뱀의 먹이가 되는 하와이 새들이 특별히 뱀을 경계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경쟁자도 없어 하와이는 갈색나무 뱀의 「낙원」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영화 실제 촬영지로 유명한 쿠알로아 랜치에서 미국인이 쿠알로아 랜치를 운전하며, 안내하고 있다. 하와이의 동물과 식물에 대해 많은 설명을 영어로 했는데, 버스 엔진 소리와 마이크 소리가 겹쳐서 시끄럽고, 제대로 알아들은 내용이 많지 않아 아쉽다.
딸이 쿠알로아 랜치를 꼭 가보고 싶다기에 한국에서 미리 “00 하와이”를 통해 예약했다. 할리우드 무비 사이트로 신청하면 1인당 49불, 셔틀은 1인당 32불이다. 여행자가 운전하는 6인승 사륜구동 체험, 승마, 집 라인 등 다양한 활동이 있지만, 버스 타고 다니는 무비 사이트가 가장 편해 보여 선택했다. 긴소매 옷과 긴 바지를 입고, 선글라스를 착용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먼지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어서 긴소매, 긴 바지를 꼭 입을 필요는 없었다.
아침 10시에 픽업 장소인 더 트윈 핀 호텔(숙소인 하얏트 리젠시에서 직진하여 걸어서 5분 정도)에 가니 대형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한국인은 별로 없고, 거의 다 미국인이다. 호텔마다 픽업하고 돌다가 11시경 도착했다. 미리 결재하고, 출력한 바우처를 보여주어 입장했다. 12시 40분 프로그램이 시작된다고 하니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둘러보니 기념품 가게와 식당이 있다. 식당에는 가볍게 햄버거나 오믈릿, 포케, 커피, 음료 등을 팔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점심 식사를 식당에서 가볍게 하는데, 우리는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와서 전혀 생각이 없었다. 커피를 마시며, 옷, 모자, 자석을 파는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고, 공룡이 그려진 마그네틱을 샀다.
드디어 입장, 유쾌한 미국인 가이드가 인사를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농담은 같다.
“여기 없는 사람, 손 들어!”
영어로 이야기하니 알아듣는 사람이 별로 없는 건지, 아니면 듣지를 않는지 그가 던진 농담에 무응답이다. 하와이 현지인인 대식구가 십여 명 타고, 미국인 부부가 둘, 우리 가족 세 식구가 한 버스에 탔다. 먼저 쿠알로아 랜치의 역사부터 가이드가 설명하기 시작한다.
“옛날부터 이곳은 하와이의 왕족들의 소유지였으며, 카메하메하 3세 이후부터 그 소유권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카메하메하 3세 때 하와이에는 역병이 돌기 시작했는데,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미국 본토로부터 주드 박사가 파견되었다. 주드는 하와이 주민들을 성심껏 치료했고, 그 과정에서 이 섬의 주인이었던 카메하메하 3세와도 친한 사이가 되었다. 카메하메하 3세는 주드와의 친분의 표시로 쿠알로아 랜치의 일부를 팔았다. 이후 카메하메하 3세가 후계자를 만들지 못하고 사망하자 쿠알로아 랜치의 나머지 부분들도 경매에 부쳐졌고, 주드의 자손들이 쿠알로아 랜치의 나머지 땅들을 구매하고 지금의 사천 에이커 규모의 쿠알로아 랜치를 조성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사탕수수를 농사짓다가, 목장이 되었다. 특이한 자연환경으로 많은 영화의 촬영장소가 되었다고 한다. <쥐라기 공원>, <진주만>, <고질라>, <첫 키스만 50번째>, <로스트>, <하와이 파이브 오>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하와이 파이브 오>는 특히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이다.
맨 처음 버스에서 내린 곳은 세계 2차 대전에 쓰인 벙커이다. 미군이 사용했던 군수 물품, 비상식량, 스팸 등이 보인다. 벙커 내부에 할리우드 영화 필름이 전시되어 있다. 낯익은 영화의 장면이 보이니 신기하다. 남편은 군용 트럭 안으로 들어가 운전석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날씨가 덥지 않아 활동하기 편하다. <고질라>의 발자국, <첫 키스만 50번째>의 촬영지의 펭귄도 지나고, <로스트>의 장면도 보았다. 하이라이트는 바로 <콩:스컬 아일랜드> 영화 촬영지다. 모조 소품인 공룡 뼈이지만, 광활한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진짜 공룡이 나타날 것만 같다. 쥐라기공원 촬영지가 있는 곳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노니나무도 많이 보이고, 방목하는 소와 닭, 새 떼들, 승마 체험하는 이들, 사륜구동으로 마주치는 이들을 만났다. 멀리 중국인 모자 섬이 보인다. 모자 섬이라고 해서 어머니와 아들을 생각했는데, 머리에 쓰는 모자와 같이 생긴 섬이었다. 모아이 석상이 보인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쿠알로아 랜치에서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제작하였다는데,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기증하고 갔다고 한다.
한 시간 반의 프로그램이 끝나니, 체험 전 찍은 우리 가족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20불이란 거금을 주고 샀다. 두 시가 조금 넘었는데, 셔틀은 3시 30분에 온다고 한다. 셔틀이 이렇게 대기시간을 길게 잡은 것은 이곳 식당과 기념품에서 돈을 많이 쓰라는 취지일까? 시간 때울 겸 식당에서 새우와 연어 포케를 주문해서 먹었다. 새우 포케가 달콤한 게 맛있다. 야외 의자에 앉아 먹는데, 새 떼들이 몰려온다. 하와이는 마트에서 비닐포장지를 주지 않는다. 재활용할 수 있는 가방을 사야 한다. 그래선지 해변에는 ABC 스토어의 가방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버거나 포케 그릇은 다 플라스틱이다. 먹고 나면 음식 쓰레기와 함께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하와이섬의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할까? 의문이 든다. 태평양 한가운데, 우리나라의 7배에 달하는 쓰레기 섬이 있다고 들었다. 태평양의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라고 불리는 쓰레기 섬. 걱정된다.
끝없이 펼쳐진 곳의 동물들, 병풍처럼 웅장한 산세를 이루는 푸르른 나무, 공룡이 나올 듯, 태초의 세상인 듯한 풍경, 영화를 찍기에 손색없는 곳이었다. 바다와 섬들. 새들. 인간과 더불어 자연이 준 선물. 그러나 아름다움이 사라져 시들어간다면 어떨까? 푸른 바다에서 인간과 교감했던 고래가 쓰레기를 먹고 죽어가고 있다. 우리의 삶은 바뀌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