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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미 Feb 28. 2023

도쿄의 맛

도쿄 여행은 먹방이 제일 좋아

 도쿄로 설 전에 3박 4일 다녀왔다. 김포 공항서 하네다로 세 시간 가는데, 비행기에서 밥을 준다. 숙소인 신주쿠 워싱톤 호텔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어서 좋다. 일인 천삼백 엔 주고 편하게 왔다.


돈키호테는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이것저것 담고 보니 너무나 긴 줄에 서야 했다. 계산대서부터 줄 서다 보니 2층 계단까지 줄이 이어졌다. 두어 시간 기다렸더니, 면세받는 줄이었다. 일본서 바로 쓸 물건과 가지고 갈 물건을 구분하라더니, 가져갈 물건에만 세금을 면해준단다. 기다린 시간이 아깝기만 하다.     

 

    

아침 10시에 문 열자마자 프렌치토스트로 유명한 시부야 알리야 커피숍에서 에티오피아 커피와 프렌치토스트로 아침을 대신했다. 촉촉하고 달달한 토스트. 집에서는 절대 흉내를 내지 못하는 맛이다.  

    

딸은 아오야마 거리를 좋아한다. 운동화 사려고 많이 돌아다녔다. 결국 딸은 나이키, 난 뉴발란스 운동화. 내것은 딸이 사주었다. 점심은 돈가스로 유명한 마이센 식당에서 한 시간을 기다려 먹었는데, 기다리길 잘했다. 여태 먹은 돈가스, 안심 가스 중 최고였다.

모리 타워 근처의 츠타야 서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음반, DVD, 도서를 판매하고 렌털도 가능하다. 식물, 정원 가꾸기 등, 나의 관심을 끄는 책들이 많았다. 모리 타워가 있는 모리 미술관 카페의 딸기, 망고, 키위가 들어간 생크림 샌드위치도 내 취향이다. 많이 달지 않지만 부드러워 살살 녹는다.

                   모리타워 미술관

                                                           

          모리타워 미술관 카페


저녁에 야식으로 먹을 맥주와 샌드위치를 로손 편의점에서 사서 호텔로 갔다. 피코 아이스크림도 맛있다. 특히 돈가스 샌드위치와 딸기 샌드위치가 예술이다. 다시 도쿄에 간다면 또 사 먹고 싶은 맛이다. 무엇보다 편리하기도 하고. 매일 밤 복숭아 맛 맥주로 수다를 떨었던 모녀!      


딸이 한국에서 예약한 샤넬 베이지 알랭 듀카스 레스토랑은 긴자에 있다. 레스토랑 인테리어는 전 세계 샤넬 부띠끄를 담당한 디자이너에 의해 설계되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 안의 버튼도 모두 샤넬 마크다. 건물 꼭대기라선지 맞은편에는 불가리 건물이 보인다. 빵과 코스 메뉴가 계속 나오고, 웨이터가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줄 알고, 계속 딸에게만 들릴 정도로 영어로 나직이 요리를 설명해 준다. 물도 한 병을 주문해서 먹었다. 그런데 컵에서 생선 냄새가 나서 바꿔 달라고 했다. 물을 조금 먹었을 뿐인데, 다시 바꾸는 바람에 아까운 물값만 날렸다. 최고의 위생을 자랑한다는 일본 유명 프렌치 레스토랑이 컵 세척을 어떻게 했기에 다시 바꾼 컵에서도 생선 냄새가 비릿하다. 디저트로 나온 초콜릿도 샤넬 디자인이다. 저녁 식사로 2인 50만 원 정도 나왔다. 내 생일이라고 딸이 이야기해서 초콜릿을 선물로 받았다. 견과류가 섞인 초콜릿도 샤넬 디자인이다. 화장실에 갔더니 커다란 샤넬 향수가 비치되어 있었다. 한 번 가보았으니 그걸로 만족이다.


사위가 먼저 다녀와 맛있다던 츠케멘에 늦은 저녁 8시 조금 지난 시간에 갔더니, 우리나라 포장마차를 확대한 듯한 풍경이다. 앉은 사람 뒤로 한 줄 사람들이 쭉 서 있다. 한 사람이 나가면, 뒤에 서 있던 사람이 앉게 된다. 딸과 둘이 서서 있다 보니, 두 사람이 나가야만 앉을 수 있었다. 거의 한 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뒤에 서 있는 사람은 신경 쓰지 않고 여유를 부리며 먹는 모습이 얄밉게 보이기조차 했다, 젓가락을 한 올 한 올 세듯이 먹고, 맥주 마시고. 에고 성질 급한 사람은 숨이 넘어가겠다. 생각보다 라멘 맛도 별로였다.  

   

라멘은 신주쿠 잇푸요 루미네웨스트 푸드코트가 맛있었다. 된장을 푼 국물에 브로콜리, 버섯, 당근, 양배추가 들어있는 라멘은 짜지 않고 면이 부드럽고, 재료가 어우러져 환상적이다. 교자만두도 여태 먹어 본 것 중 최고다. 적당하게 튀겨져서 겉이 바삭하고 속의 재료가 과하지 않으며 크기도 적당하다.     

신주쿠 워싱톤 호텔 조식을 먹으러 꼭대기로 올라갔다. 뷔페식이어서 음식을 골라 자리에 앉고 보니, 딸 취향과 같아 서로 웃었다.      


이번 도쿄 여행에서는 음식으로 즐거움을 찾았다. 그러나 지하철에서 본 젊은이들의 모습에 실망했다. 우선석(노인, 장애인, 임산부가 앉는 좌석)에도, 여성 좌석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아 떠드는 젊은 남자들을 많이 보았다. 남들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일본인들이 식당에서 남들 의식해서 조용히 먹는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호텔 조식 때도, 푸드코트에서도 시끌벅적했다. 샤넬 레스토랑 같은 격식 있는 곳은 예외지만. 요즘 일본의 십 대 젊은이가 스시 레스토랑에서 음식 집기를 핥고, 소스를 핥는 등, 이상한 일을 벌이는 스시 테러리즘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젊은 세대의 관종 문화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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