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동물들이 가엾어서란 이유만으론 채식을 시작하게 되지 않더라고요.
@매주 일요일 새로운 글로 여러분을 찾아뵙습니다.
제가 채식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들 중 하나는 제 주변 채식주의자 친구들 덕분이었어요. 채식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 친구들을 만날 때면 ‘얘네도 채식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의 식생활이 그다지 불편해 보이지 않더라고요.
이번 글은 다양한 채식주의자들의 사례를 알려드림으로써 많은 분들이 채식에 관심을 갖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획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제 지인들 그리고 블로그 써치를 통해 알게 된 채식주의자분들께 어떤 계기로 채식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물어봤습니다.
Interview #1. 주부 임가영 씨 (35세, 가명)
아이를 낳은 뒤 살이 엄청 쪘었어요. 그래서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남들 하는 것처럼 헬스장 가입하고, 닭가슴살, 단백질 파우더를 주식으로 먹고 식단도 신경 썼어요. 에휴… 그놈의 칼로리…
스트레스 푸는데 먹는 것만큼 좋은 게 없잖아요? 육아며 집안일이며 모두 제 몫이었기에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는데 이걸 먹는 걸로 풀지 못하니까 점점 얼굴이 폭삭 늙어가더라고요. 살은 어느 정도 빠졌지만 그 이상 빠지진 않았고 저는 점점 까칠하고 퍼석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어요.
이렇게 건강을 잃어가면서 다이어트를 할 수는 없겠다고 생각한 저는 인터넷을 통해 채식을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영상과 글 들을 보게 되었어요. 그렇게 채식을 한지 지금은 1년 정도 되어가요.
사람들이 제가 채식한다고 하면 뭔가 힘든걸 억지로 한다고 생각하나 봐요, 하지만 사실 채식은 저에게 너무 잘 맞는 식단이거든요. 제가 원래부터 밥을 엄청 좋아해서 간단한 반찬, 김만 있어도 밥을 몇 그릇씩 해치울 수 있거든요. 현미밥이랑 쌈채소, 나물 반찬 같은 한식 위주의 채식 식사를 하는 것이 저는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채식을 시작한 뒤로 따로 칼로리 걱정을 하지 않으면서 체중도 유지할 수 있게 됐어요.
처음에는 체중감량을 위해 채식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채식을 하면서부터 자연스레 건강관리가 되고 체중에 신경 쓰지 않게 됐어요. 게다가 저의 식단이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뿌듯하기도 해요. 너무 좋은 점만 말한 것 같은데.. 별로 나쁜 점이 없는 것 같아요 (하하). 설거지도 편하고… 정말 추천하고 싶어요!
Interview #2. 대학생 서진수 씨 (22세, 가명)
랜선 집사라는 말 아시죠? (*랜선 집사 : 실제로는 반려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지 않지만 고양이와 함께 살고 싶은 마음에 웹상의 고양이 사진을 보며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여느 날처럼 웹상에서 고양이며 각종 귀여운 동물들 사진과 영상을 구경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한 게시물을 보게 되었는데 ‘비질’에 대한 게시글이었어요 (*비질 visil : 축산 동물들의 고통을 목격하고 기록하는 활동).
비질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어도, 그 게시물에 올라온 사진들 속 가축들의 표정은 누가 봐도 고통스럽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차마 눈을 뜨고 보기 힘든 사진과 영상들이었어요. 도축장에서 죽기 전 동물들이 이렇게 공포스러워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됐어요. 그리고 도축 전 물도, 음식도 먹지 못한 동물들에게 물이나 음식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비질을 다녀오신 분들의 글들을 읽다 보니 가축들의 처참한 마지막에 눈물이 났어요. 나도 비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생각은 내가 고양이며 강아지를 이렇게 좋아하면서 가엾은 돼지나 소를 먹는다는 건 스스로 너무 모순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채식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어요.
처음엔 어려웠어요, 채식에 관심이 전혀 없었던 사람인 제가 갑자기 식단을 채식으로 바꾼다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무엇보다 처음엔 솔직히 너무 맛이 없더라고요. 채식 관련 책이나 블로그를 찾아보고 유튜브로 채식 요리법도 보면서 요리실력을 쌓아나가다 보니 이제는 꽤 맛있게 요리를 해 먹는 수준까지 온 것 같아요. 그리고 채식 식당이 굉장히 많아서 나가서 쉽게 사 먹을 수도 있고요.
제가 만약 처음부터 축산 동물이 이렇게 고통스럽게 살다가 죽는다는 걸 알았다면 처음부터 고기는 입에 대지도 않았을 거예요. 사람들이 축산 동물들이 상상할 수 없이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살아가다 죽을 때마저도 공포감을 느끼며 죽는지 알게 된다면 고기를 못 먹지 않을까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Interview #3. 회사원 조원희 씨 (28세, 가명)
처음 채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인도에 명상 수련을 다녀온 뒤였어요. 그 수련 센터뿐만 아니라 인도의 다른 명상 수련 센터들은 대부분 채식을 하는 것이 기본이거든요.
그렇게 인도에서의 명상 수련을 통해 채식을 약 한 달간 접하게 되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도 꾸준히 유지 중이고요, 지금 1년 정도 됐어요.
채식이 정신 수양에도 물론 좋지만 신체에도 큰 도움이 됐어요. 사실 그뿐만 아니죠, 제가 고기를 먹음으로써 생명을 죽이는데 일조했다면 이제는 생명을 보호할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정말 큰 문제이기도 한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는데 채식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니, 채식은 저 스스로뿐만 아니라 전 인류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것 아닐까요?
Interview #4. 프리랜서 김휘문 씨 (37세, 가명)
저는 ‘동물의 권리’를 위해 채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축산 동물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는지 관심도 없었어요. 식습관에 큰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기를 먹는데 나 하나쯤 고기를 안 먹는다고 이미 죽은 동물들이 살아 돌아오는 건 아니잖아’라는 마음도 있었고, 제가 크게 연민심이 있는 사람도 아니기도 했고요.
그런데 작년(2019년) 초, 축산업이 기후위기를 가속화한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 후 채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채식은 육고기와 생선 유제품 등 채소를 제외한 모든 것을 먹지 말아야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채식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하더라고요. 그것들 중에서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라면 (*페스코 베지테리언: 육고기를 먹지 않고 생선은 먹는 채식) 저도 해볼 수 있겠다 싶어서 채식을 시작하게 됐어요. 지금까지 채식을 유지해오고 있고 올해부터는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으로 식단을 관리하고 있어요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 : 유제품을 먹지 않고 달걀은 먹는 채식).
과거의 저는 고기를 먹는 행동이 지구의 온도를 뜨겁게 변화시키는데 동참하는 행동이라는 것 자체를 전혀 몰랐어요. 현재까지 파괴된 아마존의 80%는 모두 소 농장이라는 것,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의 비행기, 자동차, 배 등 모든 운송수단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는 것도 저는 몰랐죠. 어쩌면 외면해오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혹시 저처럼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피해를 몰랐던 분들이 계시다면, 제 인터뷰가 정보 전달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