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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름 Dec 14. 2019

[수면교육] ② 준비는 완벽에 가깝게

수면교육 준비 과정

◎ 첫째 수면교육에 실패한 둘째맘입니다. 아이 둘을 안고 자다가 만신창이가 될 지경에 이르러 둘째 수면교육을 다짐했습니다. 수면교육 이야기는 저 스스로 수면교육을 꾸준히 진행할 유인을 만드는 한편 밤잠을 설치는 엄마 아빠들과 과정을 공유하고 싶어서 시리즈물로 연재할 생각입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수면교육을 작정하고 이번엔 좀 더 꼼꼼히 준비에 착수했다. 첫째 때는 그냥 어느 날 '수면교육을 시켜야겠다'라고 다짐하고선 갑자기 아이를 크립에 눕혀 울렸다. 물론 그전에 책에서 읽은 대로 중간중간 개입을 했다. 하지만 첫 아이는 세 시간을 내리 울었다. 아이가 그렇게 우는데 이길 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남편도 "애 어떻게 되는 것 아니냐"며 수면교육을 포기하자고 했다.(그 이후에 나는 첫째를 밤새 안고 자야 했지만 남편은 대부분 쿨쿨 잤다.) 나도 '그래, 어차피 크면 다 따로 자게 되는 걸'이라며 수면교육을 포기했다. 


중간중간 다른 방법론이 적힌 책을 읽어가며 수면교육에 도전하기도 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나중에 나의 실패한 수면교육을 돌이켜 보니 준비가 많이 부족했음을 느꼈다. 그래서 이번엔 준비를 완벽에 가깝게 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나는 인터넷에서 수면교육 클래스를 들었다. 내가 들은 클래스는 "Taking Cara Babies"라는 곳에서 제공하는 코스다. 미국에서 나름 핫한 이 수면교육 클래스는 98%의 성공률을 자랑한다고 한다. 실패한 나머지 2%의 경우 아이가 아픈 경우였다는 게 프로그램을 만든 창업자 Cara의 설명이다. 


아이가 곧 5개월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나는 5개월 이후 아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The ABC's of Sleep" 코스를 수강했다. 강의는 Cara의 동영상과 인쇄할 수 있는 이북(eBook)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강의는 14일간 성공적으로 수면교육을 시키는 노하우를 담고 있다. 


아직 강의 내용을 실행해 보지 않아서 성공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읽은 여섯 권의 수면교육 서적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동안의 서적이 정보를 제공하는 정도였다면 Cara의 코스는 수면교육 컨설팅을 인터넷 강의로 탄생시킨 느낌이다. Cara는 수면교육을 왜 해야 하는지, 수면교육을 하면 어떤 장점이 있는지 등 동기부여는 물론 수면교육을 하다 보면 맞이하게 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대처법도 잘 설명한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엄마에게 어려운 일인지 하지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도 이야기해준다. 


아이를 아예 울리지 않는 수면교육은 없을 것 같다. 다행히도 Cara는 아이가 우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한다. Cara는 아이의 울음을 견뎌내는 것이 엄마에게 어려운 일이지만 수면교육이 되지 않은 아이를 밤새 달래느라 이미 엄마의 일상이 힘들다는 것을 상기한다. 


정말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나는 피곤하다. 나는 어제 저녁 7시 반부터 첫째와 둘째를 재우기 위해 침대에 누웠는데 9시가 다 되어서야 아이들이 잠들어서 쉴 수 있었다. 9시부터 내 세상이 열린 것도 아니다. 내가 움직이면 내 품에 있는 둘째가 깨기 때문에 나는 뒤척이지도 못했다. 왼쪽으로 누워있다가 오른쪽으로 돌리려고 하니 둘째는 코가 막히는지 울었고 나는 다시 왼쪽으로 몸을 돌려야 했다. 왼쪽 옆구리가 너무 뻐근한데도 견뎌야 했다. 그렇게 잠을 뒤척이다가 잠들었는데 새벽 4시부터 둘째가 계속 깼다. 6시 30분쯤 도저히 못 견디겠어서 다른 방에서 자고 있는 남편을 불렀다. 그 중간쯤인 새벽 5시에는 첫째가 깨서 울었다. 정말이다. 수면교육은 필요하다. 




두 번째로 준비한 것은 수면교육을 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도구들이다. 내가 구입한 것은 백색소음을 내주는 기계와 러비다. 


첫째 수면교육을 하면서 백색소음 기계 같은 것은 참 쓸데없는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유튜브나 앱을 통해서도 충분히 수많은 백색소음을 재생할 수 있는데 굳이 백색소음을 내는 기계를 살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백색소음 기계는 수면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지금도 나에게 꽤 커다란 자유를 선사하고 있다. 우선 아이가 백색소음 속에서 자는 동안에도 내 스마트폰은 오롯이 내 것이 될 수 있고 아이를 깨울 수 있는 소음을 스마트폰에서 나는 백색소음보다 훨씬 잘 차단해준다. 


아이가 집에서 낮잠을 잘 때 설거지나 청소를 해야 하는데 백색소음을 틀어주면 내가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아이가 듣지 못하는지 소음 때문에 잠에서 깨지는 않는다. 외출해서도 백색소음 속에서 아이가 잠들면 잠시라도 편하게 친구들과 커피숍에서 수다를 떨 수 있다.  


러비는 애착 인형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 내 경우엔 아주 작은 담요(사실은 손수건 만하다)에 인형 얼굴이 붙어 있는 것으로 구입했다. 러비를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괜찮지만 나의 경우 둘째에게 딱히 애착 인형이라고 할 것이 없었기 때문에 계속 애착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젖을 먹일 때도 아이와 내 사이에 러비를 끼고 있고 아이가 낮잠을 잘 때도 옆에 둔다. 노는 시간에는 러비 얼굴을 보여주고 러비와 놀도록 한다. 내가 잠시 화장실을 갈 때도 러비를 손에 쥐어주려고 한다. 아이가 혼자 잠을 자다가 깼을 때 엄마 대신 러비를 만지며 안정감을 찾기를 기대하면서...




가장 큰 준비는 역시나 마음의 준비다. 둘째는 꼭 수면교육을 시키겠다고 다짐해 놓고도 내 품에 잠든 사랑스러운 아이를 볼 때면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당장 느껴지는 것과 달리 아이에게도 혼자 잠들고 중간에 깨서도 다시 잠들 수 있는 능력은 좋은 것이다. 무엇보다 피곤하지 않고 다시 진심을 다해 웃는 얼굴로 자신을 맞이할 엄마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수면교육을 포기하면서 우리 가족 구성원은 어쩌면 모두 다 'lose-lose' 상황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이는 혼자 잘 방법을 배우지 못해 잠자리에 들기 전 엄마가 없으면 불안했고, 엄마는 늘 잠이 부족해 짜증이 나있었으며 그 짜증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빠는 성격 더러운 여자와 사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부부간 다툼은 많아지고 첫째는 그 속에서 자랐다. 


수면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둘째는 적잖은 눈물을 흘릴 것이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 마음도 많이 아프겠지만 앞으로 더 긴 시간 더 행복하기 위해 다시 한번 다짐을 굳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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