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수면교육 1~3일 차
◎ 첫째 수면교육에 실패한 둘째맘입니다. 아이 둘을 안고 자다가 만신창이가 될 지경에 이르러 둘째 수면교육을 다짐했습니다. 수면교육 이야기는 저 스스로 수면교육을 꾸준히 진행할 유인을 만드는 한편 밤잠을 설치는 엄마 아빠들과 과정을 공유하고 싶어서 시리즈물로 연재할 생각입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수면교육 첫날
2019년 12월 17일. 벼르고 벼르던 둘째 수면교육을 시작한 날. 이날을 위해 나는 적지 않은 돈을 썼고 다짐도 수십 번 했다. 물론 내 마음 한 구석에는 '안 될 것 같은데'라는 비관론도 있었다. 그렇지만 더는 아침에 아이들이 반갑지 않은 엄마로 지내기 싫다는 생각으로 수면교육에 돌입했다.
<Taking Cara Babies>에서 배운 대로 수면교육을 시작했다. 불을 끄고 수면 의식을 마친 후 사운드 머신을 켜고 8시경 아이를 크립에 눕혀 놓고 나왔다. "너는 할 수 있어. 잘 자!"라는 말을 남긴 채로.
당연히 아이는 많이 놀랐을 것이다. 아무리 엄마가 "이제부터 혼자 자는 거야"라고 말했어도 그 말을 알아들었을 리 없는 아기는 엄마가 안 하던 짓을 하자 충격의 도가니에 빠진 듯했다. 아기는 울었다. 나는 배운 대로 5분, 10분, 15분 간격으로 방에 들어가 엄마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며 안심시켜줬다.
역시나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다. 다만 첫째 수면교육을 시도했을 때보다는 내가 아기 울음소리에 면역이 생긴 것은 분명했다. 나는 남편에게 아이 울음소리를 듣도록 하고 설거지를 했다. 계속 아이 울음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았다.
어느 순간 남편이 말했다. "이제 울음소리 안 들리는데?" 정말이었다. 아이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나는 조용히 아이 방으로 들어가 아이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이는 자고 있었다. 내가 아이를 크립에 눕히고 나온 지 정확히 1시간 8분 만이었다.
아이가 혼자 잘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확인된 순간이었다. 아이가 신생아 시절을 제외하고는 항상 내 품에서 젖을 빨면서 잤기 때문에 나는 수면교육에 자신이 없었다. 잠들면 크립으로 옮겨 놓는 것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는 놀랍게도 1시간여 만에 혼자서 잠이 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물론 첫날 아이는 자주 잠에서 깼다. 거의 한두 시간 간격으로 일어나 아침 7시까지 총 8번 잠에서 깼다. 그러나 내가 수면교육에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은 아이가 깼다가 다시 잠이 드는 시간이 짧아졌기 때문이다. 처음 잠에서 깨고 아이는 22분을 울다 잠들었고 3두 번째 잠에서 깼을 때는 10분 만에 잠이 들었다. 새벽 2시 반 경에는 거의 한 시간을 울긴 했지만 대체로 10~21분 정도 울다가 다시 잠들었다.
우리 부부는 다소 자신 없이 시작한 수면교육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목표한 시간인 오전 7시, 아이방의 불을 켜고 사운드 머신을 끈 후 아이에게 다가가 아침 인사를 하고 밤새 너무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아이는 다소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수면교육 초반 나는 밤새 두 번의 수유를 하기로 했다. 11시와 3시 반에 수유를 할 계획이었는데 실제로는 11시 10분과 4시 30분에 수유를 했다. 두 번의 수유를 마치고 다시 침대에 눕히자 아이는 10분 정도를 울었지만 다시 잠들었다.
◇ 둘째 날
둘째 날엔 저녁 8시 정도까지 가족 모두 외부 일정이 있어서 조금 불안했다. 아기는 7~8시 사이에 잠들었을 때 가장 길게 잘 수 있다고 하는데 8시가 훨씬 넘긴 시간에 아이를 크립에 눕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는 이런 나의 불안감을 수면교육에 대한 확신으로 바꿔놨다. 나는 8시 44분에 첫날처럼 아이를 크립에 눕히고 거실로 나왔다. 놀랍게도 아이는 첫날의 절반인 30분을 울고 바로 잠이 들었다. 아이는 10시에 다시 일어났지만 10분 만에 다시 잠들었다.
아이는 둘째 날 단 네 차례 다시 일어났지만 3~10분만 울다 잠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깬 오전 6시 35분은 25분 동안 울었는데 긴 울음에는 이유가 있었다. 자다가 변을 봤는데 그것이 기저귀 사이로 새어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날은 수유를 한 새벽 2시에 단 한 번 밖에 안 했다. 아이가 잠을 계속 자면서 나도 그만 잠이 깊게 들고 말았기 때문이다. 나는 수면교육 둘째 날 몇 달 동안 하지 못했던 꿀잠을 잘 수 있었다.
◇ 셋째 날
이날은 수면교육을 더 편하게 하기 위해 베이비 캠을 설치했다. 첫째 날과 둘째 날엔 베이비 캠이 없어서 남편과 내가 번갈아가면서 거실에서 자며 아이의 울음소리에 대기하는 게 불편했다. 그래서 첫째가 어렸을 때 선물로 받았지만 사용하진 못한 베이비 캠을 크립에 달았다.
수면교육 셋째 날에 아기는 둘째 날보다 많이 깼다. 아이는 총 6번 일어나 울다가 잠이 들었다. 그러나 울음의 지속시간과 강도는 크게 약해져 있었다. 아기는 침대에 누운 지 32분 만에 잠이 들었고 이후 깰 때마다 1~10분 정도 울다 잠이 들었다.
고무적인 것은 나는 이날 아이가 처음 일어났을 때를 제외하고는 아이 방에 들어가 아이를 달래지 않아도 됐다는 사실이다. 나는 배운 대로 아이의 울음소리가 작아졌을 때 아이를 달래지 않고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렸다.
베이비 캠은 이 단계에서 수면교육을 매우 쉽게 만들어줬다. 안방 침대에 누워 아이의 울음소리와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서 통잠은 아니지만 나도 꽤 잠을 잘 수 있었다.
◇ 중간 평가
3일간 수면교육은 우리 부부에게 수면교육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수면교육이 끝나고 나면 아이도 나도 통잠을 잘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수면교육을 하면서 잠시 잠에서 깨는 시간을 괴롭지 않게 해 주었다. 3년간 진정한 육퇴를 해본 일이 없는 나에게 이것은 정말 신세계였다. 더는 아이를 안고 자느라 한 자세만 유지하지 않아도 되고, 인간 공갈젖꼭지처럼 지내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을 재우고 밤에는 내 시간도 가질 수 있다. 밤 수유가 끝나면 밤에 와인 한 잔도 하고 잘 수 있다. 반신욕도 할 수 있고 얼굴에 마스크팩도 붙일 수 있다. 이렇게 브런치에 글도 쓸 수 있다.
앞으로 또 몇 년간 사라질 줄 알았던 내가 홀로 누릴 수 있는 밤들이 살아나고 있다.
◇ 도움이 됐던 것들
1. 남편의 적극적인 협조. 특히 수면교육 첫날에는 아기가 오래 울기 때문에 엄마가 정신적으로 힘이 든데 남편이 대신 아기 수면교육에 적극적으로 임해줘서 마음이 덜 아프고 수면교육을 할 수가 있었다.
2. 딴짓. 첫째 수면교육을 했을 때는 다른 일을 전혀 하지 않고 부부가 귀를 쫑긋이 세우고 아이 울음소리만 듣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너무 애처로워서 금세 수면교육을 포기했던 것 같다. 둘째 수면교육을 진행하면서 나는 설거지도 하고 첫째 저녁밥도 먹인다. 물론 둘째가 우는 소리를 아예 듣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일을 하면서 수면교육을 하면 좀 더 수월하다.
3. 이른 취침시간. 아기를 9시에 침대에 눕히면 나도 금세 졸음이 온다. 그래서 수면교육을 쉽게 포기할 수 있다. 저녁 7시와 8시 사이에 수면교육을 시작하면 부모가 졸리지 않은 시간에 수면교육을 길게 할 수 있다.
4. 베이비 캠. 어느 시점이 되면 우는 아이를 그저 '관찰'하면 되는 시간이 오는데 이때 베이비 캠은 안방에서 누운 채로 수면교육을 진행할 수 있게 해 준다.
5. 사운드 머신. 아이 방 밖에서 나는 소음으로부터 차단해줘 아이가 소음 때문에 깬 일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