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애기가 아토피네."
처음 만난 아주머니의 무신경한 한 마디에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선다. 태어난 지 136일이 된 둘째를 보며 하는 말이다.
이런 말을 들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첫째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주변 어른들은 첫째의 피부를 보며 "애기가 아토피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우리는 피부가 좋은 사람을 보고 "아기 피부"라고 말한다. 정말 좋은 피부라는 의미를 지닌 아기 피부는 사실 아기마다 다르다는 것을 나는 엄마가 되고서 처음 알게 됐다.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약 40일 경이됐을 때 나는 아이의 피부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내 아이의 피부는 거칠었다. 어느 순간부터 아기는 날카로운 손톱으로 연한 피부를 긁기 시작했다. 피가 났고 상처 투성이가 됐다.
나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온갖 로션과 크림을 사대기 시작했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라는 조언도 들었지만 당장 그러고 싶지는 않아서 하루 종일 아이의 몸에 로션을 떡칠했다.
얼마 후 나는 아이가 밀가루와 우유, 계란 알러지가 있음을 알게 됐다. 당시 나는 모유 수유 중이었는데 내가 밀가루와 우유, 계란을 먹으면 어김없이 아이의 피부는 거칠어졌고 아이는 간지러워 힘들어했다.
내가 밀가루와 우유, 계란을 끊자 아기의 피부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아기 피부"로 되돌아왔다. 조금 자라서는 밀가루에 대한 반응은 없어졌고 간접 섭취한 우유와 계란에 대한 반응도 사라졌다. 다만 만 세 살 반이 된 지금까지도 유제품과 계란에 대한 알러지는 남아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첫째는 마시고 싶은 우유를 마음껏 먹지 못했다. 다행히 알러지 반응이 격하지는 않아서 때때로 아이가 원할 때는 조금씩 우유와 계란을 주고 있지만 최대한 삼가는 편이다. 첫째가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지 못하는 상황은 엄마인 나에게도 쉽지 않았다. 이유식이나 유아식을 할 때 우유나 계란이 들어간 레시피는 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면 몸이 불편하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나는 언젠가부터 누군가가 첫째의 피부를 보며 "아이가 아토피인가 봐요"라고 말하면 "알! 러! 지! 예요"라고 힘주어 말하는 버릇이 생겼다. 아토피 진단을 받지 않았을뿐더러 내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우유와 계란에 대한 알러지 반응이 맞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유와 계란을 섭취하지 않았을 때 첫째의 피부는 비단결 같다.
이처럼 첫째 피부 문제 때문에 3년간 맘고생을 한 나로서는 이제 4개월인 둘째를 보고 주변인들이 무심코 던지는 한 문장이 그렇게 따가울 수가 없다. '아토피라니.. 의사도 만 한 살 전엔 아토피 진단을 내리지 않는데...'
그렇기 때문에 의사에게 확인할 때까지 지나가는 사람에게 내 아이가 아토피라는 진단을 받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아이가 평생 고생할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에 대한 판단을 그렇게 가볍게 받기는 싫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