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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름 Jan 03. 2020

[수면교육] ⑤ 육아가 열 배는 행복해졌다

14일간의 수면교육을 마치며  

◎ 첫째 수면교육에 실패한 둘째맘입니다. 아이 둘을 안고 자다가 만신창이가 될 지경에 이르러 둘째 수면교육을 다짐했습니다. 수면교육 이야기는 저 스스로 수면교육을 꾸준히 진행할 유인을 만드는 한편 밤잠을 설치는 엄마 아빠들과 과정을 공유하고 싶어서 시리즈물로 연재할 생각입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0일 차 이후 수면교육은 날짜별로 기록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비슷했다. 매일 조금의 차이는 있었지만 아이는 20분 안에 혼자서 잠이 들었다. 수면교육을 시작했을 때 격렬했던 울음소리는 흐느낌 정도로 바뀌었다. 


Cara의 수면교육 프로그램에 따르면 아이가 아침 일찍 깨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가령 7시 반에 잠든 아이는 오전 6시 반에서 7시 반 사이에 일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오전 5시에 일어나거나 6시에 일어나는 것을 교정해 주는 것이 이 수면교육의 마지막 과제다. 


둘째 역시 애매한 시간이 일어났다. 6시 반까지는 자야 하는데 5시 반에 일어나서 울었다. 고민이 됐다. ‘배가 고파서 우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냥 아이를 깨워서 먹일까’하는 생각이 잠이 덜 깬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수면교육에서 배운 대로 나는 5분, 10분, 15분마다 개입을 했다. 


가장 애매한 때는 목표 시간보다 약 15분 정도 일찍 일어나서 울 때.. 이때 역시 타협하지 않았다. 아이의 울음이 잦아들 때 방으로 들어가 불을 켜고 아이를 안아줬다. 


점점 아이는 목표 시간대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어나더라도 울기보다는 혼자서 뒤집기를 하거나 놀면서 엄마를 기다렸다. 나는 미리 일어나 있다가 베이비 캠을 통해 아이의 모습을 확인하고 방으로 가서 혼자 잠을 자는 데 성공한 아이를 크게 칭찬해 주었다. 


수면교육을 시작하기 전엔 밤새 해야 했던 밤중 수유도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어떤 날은 단 한 차례만 밤중 수유를 한다. 어차피 6개월 전에는 밤중 수유를 중단하는 것이 좋다고 하니 수면교육은 밤중 수유를 줄이는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수면교육은 내 생활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수면교육 전 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육아로 괴로워했다. 행복하다고 느껴야 할 것 같은 육아인데 진심으로 고통스러웠다. 잠들지 않는 아이를 보며, 잠에서 깬 아이를 밤새도록 느끼며 무슨 벌을 받고 있는 것처럼 느낄 때도 있었다. 


수면교육 이후 나는 더 이상 아이가 빨리 잠들길 바라지 않는다. 아이가 잠들 시간이 되면 조금 아쉽기까지 하다. 그만큼 아이의 잠에 대해서는 여유로워졌다. 아이가 잠에서 깨더라도 곧 혼자 잠들 수 있음을 알기 때문에 초조하지 않다. 


내 생활만 바뀐 것이 아니다. 당연히 수면교육의 주인공인 둘째도 크게 변했다. 우선 아이는 밤에 깨작깨작 먹던 습관을 버리고 낮에 집중해서 먹게 됐다. 처음에는 밤에는 덜 먹고 낮에 많이 먹어야 하는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조금 힘들었을지도 모르지만 낮에 잘 먹으니 밤에 많이 먹지 않아도 되는 여건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둘째의 수면교육은 첫째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 수면교육 전에는 첫째와 둘째를 내 품에 끼고 자면서 둘째가 잠드는 것을 첫째가 방해하면 첫째를 꾸짖었다. 한 명이라도 먼저 잠들었으면 좋겠는데 첫째가 잠들지 않고 장난을 치면 그것을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짜증이 났다. 둘째 수면교육이 성공하면서 첫째가 잠드는 시간에 대해 나는 이전보다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아이들의 수면과 관련해 남편에게 품었던 미움도 사라지고 있다. 첫째 때나 둘째 때나 아이들을 재우는 것을 내가 전담하면서 나는 종종 남편에게 화가 났다. 나는 사지를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는데 남편은 편히 지내는 것 같았다. 나는 밤새도록 내 시간이 제대로 없는데 남편은 내가 아이들을 재우기만 하면 본인의 시간을 즐겼다. 나는 하루 종일 씻지도 못한 채 아이들을 양쪽에 끼고 불편하게 누워있는데 욕실에서 물 받는 소리가 들리면 입에서 욕도 나왔다. 


아이들을 재우고 내 세상이 열리자 이런 이유로 남편을 미워할 이유도 없어졌다. 나도 이렇게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읽고 싶은 글을 읽고, 반신욕도 하고, 집안 정리도 조금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수면교육은 이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아이는 적지 않은 눈물을 흘려야 했지만 더 밝고 활기찬 엄마를 갖게 됐다. 주변에 수면교육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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