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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위 Nov 18. 2021

엄마가 반해버린 단아한 가을의 정원.

걷기 좋은 길 추천 #호암미술관 #경기도용인 #전통정원 #일상여행

주말에는 종종 부모님 댁을 방문한다. 그들은 꽤나 나의 주말 친구인데 우리는 맛있는 집을 찾아 실컷 먹고, 부른 배를 산책으로 해결하는 것을 즐긴다. 이 날도 샤브샤브로 배를 잔뜩 채운 후 그대로 집으로 가기 부담스러웠고, 엄마는 나에게 갈만한 곳을 찾아보라고 명령을 내렸다. 딱히 인터넷 서치를 즐기는 편은 아니라 늘 투덜거렸지만 나의 손가락은 바삐 움직였다. 그렇게 가까운 곳을 찾다 보니 드라이브 코스와 가을 산책길로 호암미술관이 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집까지 차로 20분 여로 멀지 않았다.

엄마, 호암 미술관 가봤어?

아니, 안 가본 거 같은데...

아니, 집에서 이렇게 가까운데 아직도 안 가봤어?? 그럼 여기를 가보자.

예전 디자인학교를 다닐 때 필드트립으로 방문했던 것 같았으나 나 또한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미술관이라는데..., 과연 걷을만한 곳일까? 괜찮을까? 괜히 가는 것 아닐까? 조사를 담당한 사람으로서 부담감이 몰려왔다.


호암미술관은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옆에 있다. 정말 몇십 년 만에 보는 에버랜드 전경인지 몰랐다. 놀이공원 근처여서이지 차로 가는 길이 꽤나 근사했다. 드라이브코스라는 것이 맞는 듯했다. 빨강 단풍들이 길 옆으로 흐드러지게 붉은빛을 발했다. 당장이라도 뛰어내려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달리는 차는 속절없이 호암미술관을 향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진을 못 찍었네요 ^^;)


호암미술관 앞에 다다르니 우리에게 '예약'을 했냐고 묻는다. 아차! 여기는 예약을 해야 하는구나. 또다시 불안감이 엄습했다. 다행히도 오후에 남는 자리가 있다며 우리는 티켓을 받게 되었고, 입장을 하였다. 아빠도 기대가 되었는지 입장하게 된 것에 신나 하셨다.

(그러니 호암미술관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사이트에서 예약을 하세요~ 아니면 남은 자리에 대한 기대를...)


주차를 하자마자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찌나 붉은지 많은 사람들이 단풍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나도 그 붉은빛에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이렇게 다채로운 색을 지니고 있으니 가을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게 주차장을 지나면 전통적인 무늬와 색상이 이렇게 세련될 수 있어?라고 생각되는 문이 나오고 그 문에서부터 엄마의 탄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머 어머 어머머 어머!


문을 지나면 보이는 돌 석상이 가득한 정원
작은 연못의 정자. 연못에는 연꽃잎이 한가득하다. 현재는 모두 시들어있다.


풀에 쌓여있는 계단의 모습은 꼭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듯한 설렘을 준다.



미술관까지 가는 길은 하나의 커다란 정원이었다. 그것도 너무 잘 가꿔지고, 곳곳에 전통적인 멋을 쏙쏙 심어놓은 전통 정원. 심지어 나무 하나하나가 예술작품과 같이 고풍스럽고 아름다웠다. 걷는 걸음 족족 나무며 조형물이며, 공간 자체를 음미하며 걸었다. 지금은 가을의 정원을 걷고 있지만 여름은 어떨까, 봄은 어떨까, 눈이 하얗게 내린 겨울의 정원은 어떨까?... 못내 궁금해 계속 상상을 했다.


저 멀리 전통적인 건축물의 미술관이 보인다.


호암미술관은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생이 1982년 4월에 개관한 미술관이라고 한다. 특히 전통정원 희원(熙園)은 2만 평 규모로 조성되어 우리나라 전통 정원의 멋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는데 한국의 미를 여실히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인 듯하다.

 


미술관에 대한 기대도 컸으나 이번에는 전시 내용이 크지 않았다. 1층 고미술품과 현대미술품 전시만 있고 2층은 공사 중으로 닫혀있어 미술 감상은 빠른 시간에 끝나 버렸다. 우리는 다시 걷기로 했다. 미술관과 정원을 벗어나면 호수도 보인다. 그 호수를 바라보며 걷는 경치도 좋다. 미술관까지 오는 드라이브 길도 걷고 싶었으나 날이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이라 우리는 호숫길까지만 걸었다. 정원 내에 작은 카페도 있었으나 입장을 하지 않았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카페도 즐겨볼 참이다.



그렇게 우리는 한 시간여의 산책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아기자기한 정원의 모습에 엄마는 계속해서 감탄을 자아냈고, 나 또한 잘 가꿔진 정원의 모습에 반해버렸다. 사계절의 정원 모습을 떠나 아침엔 어떨지, 한낮에는 어떨지, 밤에는 어떨지 하루 종일의 정원이 궁금할 정도였다.

집에서 멀지 않으니 눈이 올 때, 꽃이 필 때, 아침 이슬이 내릴 때, 노을이 붉을 때 우리 집 정원처럼 와보지 않을까. 그러고 싶다.



<걷기 좋은 길 추천>
- 장소 : 호암미술관, 경기도 용인
- 약 1시간여 코스
- 특징 : 정원의 형태로 각종 조형물과 나무들을 감상하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정원 내에 미술관과 카페도 있어 책이라도 들고 가면 미술감상과 독서를 함께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방문 전 예약이 필요하다.




SNS 인스타그램 : @u_b_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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