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아는 대표님한테 연락이 왔다. 근래 나를 포함하여 만났다 하면 함께 만나는 3인이 있다. 그중 한 명이 일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급하게 여행을 가자고 했단다. 그러면서 같이 가자는 거다. 각자 개인 일을 하고 있는 대표님이자 프리랜서라 여행 일자가 쉽게 잡힐 줄 알았으나 다음 주 다다음주는 각자의 업무로 인해 일정이 서로 어긋났고, 그래서 대책은... 엉뚱하게도 바로 다음날에 우리 셋은 떠나기로 했다.
그것도 평일 목금!
괜찮을까... 설레면서도 불안했다. 굳이 사무실에 나오는 사람도 없는데, 왜 불안할까.
내가 평일에 여행을 가도 괜찮을까? 아니지, 내가 사업을 시작한 건 이런 자유때문이잖아. 이건 내가 특별히 누릴 수 있는 특권일 수도. 그래도.. 괜찮을까? 노트북을 들고 갈까?
괜히 심정이 복잡했다.
목요일의 캠핑 일정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확실히 20대와 달리 우리는 밤새 놀지 못하고 취침시간에 맞추어 정확히 잠에 들었다는 정도만... ㅎ)
금요일 오전에 우리는 남양주의 '물의 정원'이라는 곳을 찾았다. 그저 검색창에 '남양주 가볼 만한 곳'이라는 키워드를 넣었고, 물의 정원이라는 곳이 나왔다. 생각보다 리뷰가 없어 그냥 작은 정원인가 보다 했다. 그래도 이름은 참 낭만적이라 생각했다. 특별히 갈 곳도 마땅치 않아 한 번 들려보자고 한 이곳은 기대 이상의 가을 풍경을 선사해 주었다. 기가 막히게 물과 나무와 단풍이 든 산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냈고, 이름만큼이나 로맨틱한 산책길을 내주었다. 길을 걷고 있자니 일을 하지 않고 냅다 달려 나온 죄책감은 찾을 길이 없었다.
그래, 이거지! 이런 풍경을 보러 난 태어난 게 아닐까.
(좋은 카메라가 아닌 핸드폰 사진이지만 물의 정원을 함께 즐겨봐요~)
3인은 각자 사업을 하고 있었다. 마음이 잘 맞는 여자대표들로써 우리는 종종 만나 서로의 일을 이야기하며 조언을 하고 스트레스를 풀며 미래를 꿈꾸기도 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각자 어떠한 삶을 향후 살고 싶은지 이야기하게 되었다. 여행의 여파일까. 한 명은 이렇게 멋진 풍경을 가진 별장에서 때때로 지내고 싶다 했고, 한 명은 다양한 액티비티를 하며 일상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나는 디지털 노마드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렇게 오전에는 멋진 풍광을 보며 길을 걷고, 오후에는 좋은 장소에 앉아 일을 하고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흠... 아주 어려운 꿈은 아니군요. 우리는 다 원하는 대로 될 수 있어요.
한 대표가 말했다.
내가 꿈꾸는 건 이것인데 왜 안되고 있지?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그렇게 되려면 난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준비하면 될까? 를 생각하면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 거예요.
라고 그 대표는 너무나도 밝은 미소로 말을 이어갔다.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가 돋보이는 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이 좋아 나는 늘 그분을 종종 찾고, 나의 정신적인 쉼터가 되어주는 분이지만, 역시나 오늘도 설렘의 에너지를 주고 있었다.
물의 정원의 길은 생각보다 길었다. 조형미를 뽐내는 나무의 자태에 시선을 놓지 못하다가도 저 멀리 보이는 고요한 물줄기에 마음을 탁 빼앗기고, 그러다가 나오는 억새풀의 한들거림에 황홀함을 느꼈다. 잔잔한 듯한 길은 시시각각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걷는 재미를 더하였다. 자전거길도 잘되어 있어 옆으로는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도 종종 지나갔다.
그렇게 계속 걷고 싶었으나 오후가 훌쩍 지난 시간은 우리에게 출출함을 주었다. 갑작스럽게 떠난 짧은 여행은 물의 정원에서 클라이맥스에 다다랐고, 우리는 어딘가에 앉아 그 열띤 마음을 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아쉽지만 주차장으로 향하였다.
다음에 다시 와서 꼭 걷고 싶은 길이 되었다. 물의 정원은! 심지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모습이 모두 궁금할 정도이다. 4색의 매력은 어떨까 몹시 궁금하다. 이번의 여행처럼 계획도 없이 문뜩 걷고 싶은 날이 오면 이곳으로 다시 올 수 있을까? 그때도 뒤로 미룬 일의 죄책감을 안고 왔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