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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lja Jul 12. 2021

작은 아씨들 - 그 뒷 이야기 8

작은 신사들 (by 루이자 메이 올콧)

  유아 방 램프의 빛이 어른거리면서 네트의 침대 발치에 걸려 있는 그림을 희미하게 비추었다. 벽 위에 다른 그림도 몇 점 걸려 있었다. 하지만 네트는 이 그림에 뭔가 특이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액자 틀 주위를 이끼와 솔방울로 우아하게 장식했고 봄 숲에서 갓 따온 들꽃을 꽃병에 꽂아 작은 버팀대 밑에 놓았다.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네트는 그림을 쳐다보면서 누워있었다. 그림이 무엇을 말하는지 어렴풋이 느끼면서도 그림에 관한 전부를 알기를 바랐다. 

  “저것은 내 그림이야.”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네트가 머리를 불쑥 들고 보니 잠옷을 입은 데미가 있었다. 손가락을 베어 손가락 씌우개를 얻으려고 조 이모에게 갔다가 자기 방으로 돌아가던 길에 잠깐 발길을 멈춘 것이다. 

  “저 사람은 아이들한테 뭘 하는 거야?” 

네트가 물었다.

  “저분은 선인 예수님이야. 아이들을 축복하고 있어. 예수님을 모르니?” 

데미가 놀랐다.

  “잘은 모르지만, 알고 싶어. 정말 친절해 보이네.” 

네트가 대답했다. 네트가 선인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란 헛되이 부르는 그의 이름을 들었던 정도였다. 

  “나는 예수님 이야기를 전부 알고 있고 무척이나 좋아해. 그 이야기는 사실이거든.”

  “누가 얘기해줬어?”

  “할아버지가. 할아버지는 모르는 게 없고 세상에서 최고로 좋은 이야기를 해주셔. 어릴 때 할아버지 책을 가지고 놀곤 했어. 다리도 세우고 기찻길도 만들고 집들도 지으면서 말이야.” 

데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넌 몇 살이니?” 

네트가 정중히 물었다.

  “얼마 안 있으면 열 살이야.”

  “너 아주 많이 아는구나, 그렇지?”

  “응. 너도 봐서 알겠지만 내 머리는 아주 커. 할아버지가 내 머리를 채우려면 많이 필요하다고 하셨어.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빨리 지식의 조각들을 계속해서 집어넣고 있는 거야.” 

데미가 멋있게 돌아섰다.

  네트는 소리 내서 웃고는 진지하게 부탁했다.

  “계속 얘기해 줄래?”

  데미는 바로 숨도 안 쉬고 신나게 말을 이었다. 

“어느 날 아주 근사한 책을 발견하고 그 책을 갖고 놀고 싶었어. 그런데 할아버지가 안 된다고 하시는 거야. 그리고 그림들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굉장히 재미있었어. 대부분이 요셉과 못된 형제들에 관한 이야기였고, 바다에서 나온 개구리들 이야기, 물속의 어린 모세 이야기도 해 주셨어. 전부 다 정말 멋진 이야기였지. 그래도 선인에 관한 이야기에는 비교가 안 됐어. 할아버지는 나에게 그 이야기를 수없이 해 주셨어. 모조리 외울 정도였다니까. 그리고 할아버지가 이 그림을 나에게 주셔서 잊어버릴 수도 없어. 언젠가 내가 아플 때 여기다 걸었어. 그러고 나서 다른 아픈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치우지 않았어.”

  “그분은 어린이를 왜 축복하는 거야?”

그림 가운데 있는 사람에게서 뭔가 매력적인 면모를 발견한 네트가 궁금해했다.

  “아이들을 사랑했기 때문이야.”

  “가난한 아이들이었어?” 

네트는 안쓰러웠다.

  “응, 그런 것 같아. 너도 보다시피 어떤 아이들은 거의 헐벗었고 엄마들도 부잣집 숙녀처럼 보이지 않잖아. 그분은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했고 잘 대해줬어. 그들을 잘살게 해주려고 도와줬어. 그래서 잘 사는 사람들에게 가난한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고 설교했어. 가난한 사람들은 예수님을 몹시 사랑했어. 몹시 말이야.” 

데미는 열정적으로 말했다.

  “예수님은 부자였어?”

  “이런, 아니야! 외양간에서 태어났고 몹시 가난했어. 자랄 때는 살 집도 없었어. 가끔 사람들이 주는 음식 빼고는 먹지도 못했어. 그런데도 그는 모든 사람에게 설교하러 다녔고, 사람들을 교화하려고 했어. 나쁜 인간이 예수님을 죽일 때까지 말이야.”

  “왜 죽였는데?” 

네트는 가난한 사람들을 그토록 잘 돌보았다는 이 남자가 너무도 궁금했다. 그래서 보고 들으려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앉았다. 

  “내가 다 말해줄게. 조 이모도 괜찮다고 하실 거야.” 

데미는 맞은편 침대에 자리를 잡았다. 집중해서 듣는 네트에게 자신의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를 들려줘서 기뻤다. 

  험멜 아주머니가 네트가 잠이 들었는지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이야기하는 두 아이를 보더니 다시 조에게로 가 한껏 친절하고 자애로운 표정으로 조에게 말을 건넸다.

  “아가씨, 가서 사랑스러운 장면을 좀 보실래요? 데미는 작고 하얀 천사처럼 아기 예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고 네트는 온 마음을 다해 그 이야기를 듣고 있어요.”

  조는 네트가 잠들기 전 잠시 대화를 나눌 셈이었다. 그 시간에 들려주는 진지한 말들이 종종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유아 방으로 살그머니 들어갔을 때 네트가 데미의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빨아들이는 모습을 보았다. 데미는 자신이 배운 대로 상냥하면서도 근엄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림에 있는 자상한 얼굴에서 아름다운 눈을 떼지 않은 채 네트에게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조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슬며시 방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데미는 자기도 모르게 가엾은 소년을 돕고 있구나. 나보다 훨씬 더 잘하고 있어. 말 한마디라도 괜히 해서 분위기를 깨지 말아야겠어.”

  두 아이의 속삭이는 목소리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순수한 영혼은 또 다른 영혼에게 훌륭한 설교를 했고 아무도 그 아이들을 방해하지 않았다. 마침내 설교가 끝나고 조가 램프를 치우자, 데미는 자러 갔다. 그림을 향해 얼굴을 돌리고 누운 네트는 금방 잠이 들었다. 그는 어린아이들을 사랑하고 가난한 사람의 충실한 친구였던 선인을 사랑하는 방법을 이미 터득한 듯했다. 네트의 표정은 무척이나 잔잔했다. 조는 네트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하루 동안 배려와 친절로 이렇게 많은 일을 했으니 일 년 동안 인내로 경작한다면 내버려 뒀던 이 정원에서 풍작을 이루리라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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