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lja Aug 11. 2021

작은 아씨들-그 뒷 이야기 13

작은 신사들 (by 루이자 메이 올콧)

  그들이 집에 도착했을 때 데이지는 내리는 물건마다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중에서도 크고 무거워 보이는 물건을 프란츠가 곧바로 2층으로 가지고 올라가 유아 방에 숨기자 데이지는 무척이나 놀랍고 궁금했다. 그날 오후 뭔가 신비한 일이 2층에서 벌어졌다. 프란츠는 망치질을 했고 에이지아는 위아래로 빠르게 오르락내리락했다. 조 이모는 앞치마 밑에 물건들을 가득 숨겨서 도깨비불처럼 날아다니듯 바삐 움직였다. 아직 말문이 트이지 않아 웅얼거리거나 웃을 수밖에 없어서 유일하게 2층에 올라갈 수 있도록 허락받은 테드는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머띤 무건’이 무엇인지 알려주려고 애를 썼다. 

  데이지는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데이지가 너무 흥분하는 바람에 남자아이들도 덩달아 궁금해져서 조에게 돕겠다고 했지만 조는 그들이 데이지에게 한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며 거절했다.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과 같이 놀 수 없잖아. 이 놀이는 데이지와 베스와 나만 할 수 있어. 그리고 우리는 너희랑 놀고 싶지 않구나.” 

젊은 신사들은 순순히 물러나더니 구슬치기, 말타기, 축구 같은 데이지가 좋아하는 자신들의 놀이에 그녀를 끼워주었다. 소년들의 갑작스러운 다정함과 정중함에 순수한 어린 영혼의 데이지는 깜짝 놀랐다.

  이런 관심 덕분에 데이지는 오후를 잘 보내고 일찍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그녀는 열의를 다해 수업을 받아 바에르 교수가 매일 새로운 놀이가 생기길 바랄 정도였다. 11시에 데이지가 수업을 마치고 나가자 이제 그녀가 새롭고 비밀스러운 놀이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교실에 있는 모두 흥분에 휩싸였다.

  데이지가 뛰어가자 아이들 눈이 모두 그녀를 쫓았다. 데미는 이 일로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프란츠가 사하라 사막이 어디 있냐고 질문했을 때는 ‘유아 방에요’라고 기운 없이 대답하는 바람에 교실에 있는 아이들 모두 웃음을 터트릴 정도였다.

  “이모, 수업 다 끝났어요. 이제 1분도 더 못 기다리겠어요!” 

데이지는 조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며 소리쳤다. 

  “준비가 다 되었단다, 이리 오렴.” 

한쪽 팔에 테드를 안고 다른 한쪽에는 반짇고리를 들고 조 이모는 곧바로 2층으로 데이지를 데리고 올라갔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유아 방 안으로 들어서서 주위를 둘러보더니 데이지가 의아해했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리니?” 

테드가 방 한쪽으로 곧바로 가려 하자 그의 옷 뒷자락을 잡으며 조 이모가 다시 물었다.

  데이지는 이상하게 탁탁거리는 소리와 주전자가 노래하듯 ‘삐이’ 거리는 작은 소리를 들었다. 이 소리는 깊게 돌출한 내닫이 창에 드리워진 커튼 뒤에서 들렸다. 데이지는 커튼을 와락 젖히더니 ‘와!’하고 외마디를 질렀다. 그리고 기쁨에 겨워 우두커니 서서 물건들을 바라보았다. 과연 무엇이었을까?

  창문의 세 면을 둘러싸고 넓은 선반이 있었다. 한쪽에는 각종 작은 솥과 냄비, 석쇠, 팬이 걸리거나 놓여있었다. 다른 쪽에는 저녁 식사 식기와 차 세트를 두었다. 중앙 선반에 요리용 화로도 있었다. 사용할 수 없는 양철 장난감이 아니라 진짜 쇠 화로인 데다가 배고픈 인형 가족이 모두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할 만큼 충분히 컸다. 무엇보다도 화로 안에서 진짜 불이 타고 있다는 점이 최고였다. 작은 찻주전자 주둥이에서는 정말로 김이 올라왔다. 주전자 뚜껑은 지그 춤을 추었고 안에서는 물이 보글보글 한껏 끓고 있었다. 유리창 한쪽을 양철로 갈아 끼었다. 거기에 작은 구멍을 뚫어 진짜 연기가 저절로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날아가도록 했다. 모든 게 보는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했다. 가까이에 나무로 만든 숯 통이 있었고 그 위로 쓰레받기, 솔, 빗자루가 걸려 있었다. 데이지가 놀 때 사용하던 낮은 탁자 위에 작은 시장바구니가 놓였고 작은 의자 등받이에는 가슴받이가 달린 앞치마와 익살스러운 요리용 모자가 걸려 있었다. 햇빛도 재미있다는 듯 실내를 환하게 비추고 작은 화로는 아름답게 화르르 타오르고 있었다. 주전자는 김을 뿜고 벽 위의 새 양철은 반짝거렸다. 예쁜 자기 그릇들은 뽐내듯 줄을 서 있었다. 그것은 어떤 아이라도 갖고 싶어 할 만큼 행복하고 완벽한 부엌이었다.

  데이지는 처음에 기뻐서 ‘와!’하고 감탄한 뒤로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멋진 주방 기구들을 빠르게 여기저기 훑어보면서 밝아졌다. 그러다가 조 이모의 즐거운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행복한 작은 소녀는 이모를 껴안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아, 이모, 정말로 멋진 새 놀이도구예요! 저 근사한 화로에서 정말로 요리할 수 있는 거예요? 파티도 열고 어질러지면 쓸기도 하고 진짜로 타는 불도 피울 수 있는 거지요? 정말 너무 좋아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어요?”

  “네가 에이지아와 함께 생강 과자를 만들고 싶어 했잖아. 그때 이 생각이 떠오르더구나.” 

조는 날아갈 듯 뛰어다니는 데이지를 진정시키면서 말했다. 

  “에이지아가 너에게 매번 자기 부엌을 어지르도록 허락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았지. 그리고 부엌의 화로도 안전하지 않고 말이야. 그래서 네가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작은 화로를 찾을 수 있을지 알아보자고 생각했지. 너에게 요리법을 가르쳐 줄 수도 있잖니. 재미도 있고 도움도 되리라 믿었어. 장난감 가게를 죄다 둘러봤는데 큰 장난감은 모두 비싸더구나.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던 참에 테디 작은 이모부를 만난 거야.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작은 이모부가 알자마자 돕고 싶어 했어. 그리고는 우리가 본 물건 중에서 가장 큰 화로를 사자고 우겼단다. 내가 핀잔을 주었는데도 작은 이모부는 그저 웃기만 했어. 작은 이모부가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서 내 요리 솜씨를 놀리지 뭐니. 나보고 너뿐만 아니라 베스도 가르쳐야 한다고 했어. 그리고 우리는 가서 내 ‘요리 수업’에 필요한 온갖 작고 멋진 주방용품들을 샀단다. ‘요리 수업’은 작은 이모부가 붙인 이름이야.”

  “이모가 작은 이모부를 만나서 정말 다행이에요!” 

데이지가 말했다. 조는 테디와 놀던 즐거운 추억이 떠올라 말을 멈추고 미소 지었다.

  “열심히 배우고 익혀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보렴. 작은 이모부가 자주 차 마시러 온다고 하셨어. 뭔가 흔하지 않은 맛있는 음식을 기대한대.”

  “세상에서 제일 근사하고 사랑스러운 부엌이에요. 다른 수업은 말고 요리만 배우고 싶어요. 파이랑 케이크랑 마카로니랑 다른 요리들도 배우면 안 돼요?” 

데이지가 한 손에는 냄비를 다른 손에는 작은 부지깽이를 들고 춤을 추면서 방안을 돌며 큰소리로 외쳤다.

  “때가 되면 가르쳐 줄게. 요리는 유용한 놀이란다. 내가 도와줄 테니 너는 내 요리사가 되려무나. 무엇을 어떻게 요리할지 알려줄게. 그러면 우리는 먹을만한 음식을 만들게 되겠지. 우선 적은 양의 음식을 어떻게 요리하는지 배우게 될 거야. 너를 샐리라고 부르마. 너는 방금 우리 집에 온 아이야.” 

조가 요리를 준비하면서 말을 이었다. 테드는 마루에 앉아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빨면서 화로가 살아있다고 생각하는지 관심 있게 바라보았다. 

  “정말 재미있을 거예요! 먼저 뭘 할까요?”

정말로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의지에 넘쳐 샐리가 물었다. 조는 새로 오는 요리사들이 모두 샐리의 반이라도 예쁘고 요리를 즐거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이 깨끗한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르렴. 나는 옛날 사람이라 내 요리사가 아주 깔끔했으면 좋겠다.”

  샐리는 자신의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을 둥그런 모자 안으로 밀어 넣었다. 예전 같으면 가슴받이를 싫다고 했을 텐데 아무런 불평 없이 앞치마도 입었다. 

  “이제, 순서대로 물건들을 놓고 새 자기 그릇을 설거지해야지. 오래된 도구들도 씻어야 해. 마지막으로 일했던 소녀가 파티 후에 그릇들을 제대로 설거지하지 않았거든.”

  조 이모가 상당히 진지하게 말했지만 샐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샐리는 끈적거리는 컵들을 그냥 둔 정신없는 소녀가 누구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샐리는 소매를 걷어 올렸다. 만족스러운 숨을 내쉬고 부엌을 들쑤시고 다녔다. 때때로 ‘예쁜 밀 방망이’와 ‘사랑스러운 설거지통’과 ‘정교한 후추통’에 감탄하기도 했다.

  “자, 샐리, 바구니를 들고 시장에 가거라. 여기 사야 할 목록을 적어두었다. 점심 식사를 차려주겠니?” 

조가 설거지를 끝낸 데이지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네주며 말했다.

  “시장은 어디 있어요?” 

데이지는 새 놀이가 갈수록 점점 더 재미있어진다고 생각하면서 시장을 찾았다.

  “에이지아가 시장이야.”

  샐리는 곧장 밖으로 갔다. 샐리가 새로운 복장을 한 채 교실 문 앞을 지나가자 아이들은 다시 한번 술렁거렸다. 그녀는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데미에게 ‘진짜 멋진 놀이야.’라고 속삭였다.

작가의 이전글 작은 아씨들-그 뒷 이야기 1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