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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lja Aug 26. 2021

작은 아씨들-그 뒷 이야기 14

작은 신사들 (by 루이자 메이 올콧)

  늙은 에이지아는 데이지만큼이나 시장 놀이를 즐거워했다. 작은 소녀가 모자를 한쪽으로 삐딱하게 쓰고 덮개 달린 바구니를 캐스터네츠처럼 딱딱거리며 뛰어 들어오자 유쾌하게 웃었다. 데이지는 흡사 아주 정신없는 작은 요리사처럼 보였다.

  “조 부인이 이 재료들을 원하세요. 저는 지금 바로 그것들을 사가야 해요.” 

데이지가 중대한 일이라는 듯 말했다.

  “어디 좀 볼까요? 여기 스테이크용 고기 900그램, 감자, 호박, 사과, 빵, 버터가 있어요. 일반고기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어요. 고기가 오는 대로 2층으로 올려 드릴게요. 다른 물건은 다 여기 있습니다.”

  에이지아는 감자 한 개, 사과 한 개, 호박 한 조각, 버터 작은 한 덩이, 롤빵을 바구니에 담아 주었다. 그리고 정육점 꼬마는 가끔 속임수를 쓰니 조심하라고 데이지에게 일렀다.

  “정육점 꼬마가 누군데요?” 

데이지는 그 꼬마가 데미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물어보았다.

  “알게 될 거예요.” 

에이지아는 더는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샐리는 메리 호위트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나오는 시를 운율에 맞춰 읊으며 기분 좋게 돌아갔다.

  “꼬마 메이블이 갔다네,

   맛있는 밀 케이크를 들었네,

   갓 만든 버터 단지도 있었네,

   작은 병의 포도주도 함께였네.”

  “사과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지금 저장실에 넣으렴.” 

요리사가 집으로 돌아오자 조 부인이 지시했다.

  중앙선반 아래에 찬장이 있었다. 문을 열자 새로운 즐거움이 나타났다. 찬장의 반은 저장창고가 분명했다. 땔나무, 석탄, 불쏘시개가 쌓여있었다. 다른 한쪽에는 밀가루, 으깬 곡물, 설탕, 소금, 여러 가지 가정용 저장식품 등이 담긴 작은 단지들과 상자들, 온갖 종류의 익살스러운 용기가 가득했다. 단지에는 잼이 들었고, 작은 양철통에는 생강 빵이, 향수병에는 포도주가, 작은 통에는 찻잎이 담겨 있었다. 그중에서 최고로 마음에 드는 물건은 신선한 우유를 채운 인형 냄비 두 개였다. 우유 위에는 진짜 크림이 뿌려져 있었고 크림을 걷어낼 아주 작은 국자도 있었다. 데이지는 이 광경을 보고 무척 기분이 좋아져서 두 손을 꼭 움켜쥐었다. 그녀는 곧바로 크림을 걷어내 보고 싶었지만 조 이모가 말렸다.

  “아직은 안돼. 너, 점심으로 사과 파이에 크림을 발라서 먹고 싶지 않을까? 그러려면 그때까지 크림에 손을 대서는 안 돼요.”

  “제가 파이를 만들어요?” 

데이지는 그런 더없는 행복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믿을 수 없어서 감격했다.

  “그래. 화덕이 괜찮다면 사과 파이 한 개 딸기 파이 한 개를 만들 거야.” 

조는 데이지 만큼이나 새 놀이에 신나서 말했다.

  “그다음에는요?” 

다시 조바심이 난 샐리가 다그쳐 물었다.

  “화로 아래에 있는 바람구멍을 막아라. 그래야 화덕이 뜨거워진단다. 손을 씻고 밀가루, 설탕, 버터, 계피를 꺼내렴. 파이 틀이 깨끗한지 보고 파이 속에 넣으려면 사과 껍질을 깎아서 준비하도록 해라.”

  데이지는 어린 요리사가 으레 그렇듯 조금은 부산스럽게 좀 흘리기도 하면서 모든 재료를 가지고 왔다.

  “이렇게 작은 파이를 만들려면 재료를 얼마만큼 계량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네. 어림잡아서 해야 해. 실패하면 다시 만들지 뭐.” 

조가 중얼거렸다. 혼란스러우면서도 자신 앞에 놓은 걱정거리를 꽤 즐겼다.

  “냄비에 밀가루를 가득 담고 소금을 손가락으로 꼬집듯 집어서 조금만 넣어. 버터를 충분히 발라라. 마른 재료를 먼저 넣고 나서 물기 있는 재료를 넣는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 그렇게 하면 잘 섞인단다.”

  “저도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요. 에이지아가 하는 거 봤거든요. 파이 틀에도 버터를 바르지 않나요? 에이지아가 처음에 그렇게 했어요.” 

데이지는 이렇게 물으면서 밀가루 반죽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휘저었다.

  “그래, 맞아! 요리에 재능이 있는 게 확실해. 영리하게 잘 받아들이는구나.” 

조 이모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반죽에 찬물을 붓고 판에 밀가루를 좀 뿌려라. 차근차근히 반죽을 밀어서 펴야지. 그래, 바로 그거야. 이제는 전체에 버터를 조금만 바르고 다시 펴라. 반죽을 느끼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단다. 안 그러면 인형들이 배탈이 날 거야.”

  데이지는 이모의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자유로운 손놀림으로 버터를 여기저기 발랐다. 그러고 나서 마음에 쏙 드는 작은 밀대로 반죽을 밀고 또 밀어 아래쪽 반죽을 끝내 파이 팬에 올렸다. 사과를 저며 올리고 그 위에 설탕과 계피를 듬뿍 뿌린 후 숨도 쉬지 않고 조심스럽게 위쪽 반죽을 덮었다. 

  “나는 항상 파이를 동그랗게 잘라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에이지아가 절대로 허락해주지 않았어요. 이제는 전부 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데이지는 손으로 앙증맞은 파이 틀을 아슬아슬하게 들고서 작은 칼로 가장자리를 동그랗게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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