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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머 Jan 03. 2021

1인분의 어려움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가전제품 찾기

방금 '1인 세탁기'를 검색한 나는 도저히 화가 나서 참지 못하고 글을 쓴다. 내가 원하는 검색 결과는 1인 가구에게 적합한 세탁기 용량과 추천 상품인데, 일단 쇼핑 검색 결과가 보여주는 세탁기들이 죄다 '운동화 속옷 기저귀 걸레 세탁기' '아기옷세탁' '미니짤순이' '원룸 1인용'이라는 문구가 붙은 저가형 듣보잡 브랜드 상품들이다. 이게 뭐야!


왜 혼자 사는 사람들은 무조건 원룸에 살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고 삼성의 비스포크, 엘지의 오브제 같은 브랜드 제품은 추천조차 안 하는 걸까. 1인 냉장고를 검색해도 마찬가지인데 정말 펜션 같은 곳에 있을 법한 미니 냉장고가 검색된다. 식세기를 꼭 사라고 강조하는 아는 언니의 말에 생각 없다고 했다가 검색이나 해보자 했는데 웬걸! 요즘 나오는 디자인 예쁘고 기능 좋은 식기세척기는 무려 12인용이다!


식당에 가서 2인분 이상 주문 메뉴를 만나면 그냥 2인분을 시키면 된다. 1인분을 먹고 포장하면 될 일이니까. 실제로 그래왔고 그냥 다 먹어버린 적도 있다. 그래, 까짓것 12인용 식기세척기를 사면 어떻겠나 생각해본다. 아니지, 아니야. 음식을 포장하면 쓰레기도 생기고 번거로운 것처럼 12인용 식세기도 그릇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해야 하거나 적은 양의 그릇도 많은 물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1인 가구가 급속도로 늘어난다고 하는데도 이렇다. 급속도로 늘어나는 건 인정하지만 1인 가구의 소비력, 경제적 능력은 - 실제로 낮은지도 모르지만 - 생각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는 것 같다. 가전제품 판매업체 광고도 여전히 신혼부부 특별세일이란 카피가 붙는다. 이사 가려는 집이 올수리가 필요한 상황이라 인테리어 알아보는 일도 혼자 해야 해서 버거운데 이렇게 가전제품부터 내 기를 꺾어놓는다.


후. 뭐 하나 맘에 들지 않는 1인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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