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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머 Mar 09. 2023

엄마는 언제부터 어른이 됐어?

어른의 필요조건

1만 보 채우기를 위해 오늘 향한 곳은 아이에프씨 몰이었다. 살 것이 있기도 했고 요즘 정말 한강변 걷기가 지겨워서 마포대교를 건넜다. 벼르던 물건을 사고 적당히 저녁을 때우고 화장실에 들렀는데 어느 칸 안에서 어린아이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는 언제부터 어른이 됐어?"


아, 뭐지. 갑작스레 허를 찔렸다. 내 볼일을 봐야 하기에 그 뒤에 엄마의 답이 너무 궁금했지만 듣지 못했고 마음속으로 나라도 답을 해보려 했지만 너무 어려웠다. 나는 언제부터 어른이 된 걸까. 아니, 지금 나 어른이 되긴 한 걸까. 그런데 어른이라는 건 어떤 걸 말하는 건가. 어떠하면 어른인 걸까.


올해 5학년이 된 조카의 학교생활 이야기를 전해 듣다 나는 5학년 때 어땠나 기억해보려고 했다. 마흔두 살에 열두 살을 기억하기란 역시 쉽지 않았지만 대강 알 건 다 알았었던 것 같고 나는 이제 고학년이니까 (그 학교에서만큼은)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잘 사는 애, 못 사는 애라는 건 친구 사이에서도 알게 모르게 구분이 되고 학교와 집에서 있었던 일은 적당한 거짓말과 필터를 사용전달줄 알았다. 그렇다. 어른들이 보기엔 마냥 어려 보이는 아이들이지만 자신들의 그 나이대를 떠올려본다면 마냥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금방 깨달을 수 있다.


뭐, 그렇지만 5학년은 아니겠지. 사실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으면 어른이 된다는 말이 가장 일반적인 것 같은데, 요즘 같이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는 시대에는 혼인율, 출산율 저하에 '어른율'도 덩달아 낮아지는 건가 싶다. 한편으로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어도 어른답지 않은 사람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에 그 잣대는 처음부터 그다지 맞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예전에 어느 책에서 "어른이 별 건가. 지가 좋아하지 않는 인간하고도 잘 지내는 게 어른이지."라는 말이 나와 썩 마음에 들었었다. 그게 충분조건은 아닐지라도 필요조건은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다른 필요조건을 더 많이 모으고 정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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