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컬처 Aug 06. 2021

내가 일이 가장 잘되는 곳에서 일하는 것

신뢰 기반의 일하는 방식 변화

월간 <HR Insight>에 회사의 WFA: Work from Anywhere(자율근무환경제도) 기고를 싣는 좋은 기회가 있었다. 특히 2021년 상반기 전체 HR 이슈를 언급하는 특집 기사 중 하나로 실리게 되어 더욱 의미있었다.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때문인지 전사 재택근무하는 회사, 원격근무하는 회사에 대한 궁금증도 커져가는 요즘이다. 직원들의 입장에서도, 또 구직자들의 입장에서도 재택근무는 참 솔깃하다. 요즘처럼 무더울 때 혹은 추울 때, 비올 때, 눈올 때 집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심은 직장인들에게 얼마나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지. 


하지만 우리의 WFA는 단순한 재택근무도, 원격근무도, 스마트 오피스 구축도 아니다. 

우리에게 WFA란 자율과 책임의 사이에서 나 스스로 계속 다독이고 붙잡으며 일을 잘 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율은, 내가 일이 가장 잘되는 곳에서 일할 권리라면 

책임은, 내가 일할 장소를 선택함으로써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는 것이다. 


그래서 WFA는 단순히 근무환경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조직 구성원들이 스스로도 충분히 잘할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나가는 것 - 결국 조직의 문화 자체를 바꿔나가는 제도로 적용되어야 한다. 


용기있는 결심이 있었고, 이제 다시 시작인만큼 열심히 또 조직을 가꾸어 나가야지. 

좋은 기회를 주신 <HR insight>, 감사 드립니다. 




신뢰 기반의 일하는 방식 변화

민병철교육그룹의 Work from Anywhere 


민병철교육그룹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시작하게 된 일시적인 재택근무를 2021년 상반기에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조직의 일하는 문화(Work from Anywhere 제도, 이하 WFA)로 정착시켰다.


지난 2020년은 코로나19로 모두에게 힘든 한 해였다. 모든 것이 어느 때보다 변동적이고 불확실했고, 조직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서 미래의 언젠가에 고민해볼 법한 일을 갑자기 실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재택근무도 그중 하나였다. 민병철교육그룹은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여 국가 위기경보가 ‘심각'으로 발령된 다음 날인 2020년 2월 24일부터 즉시 조직 구성원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예고 없던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이후로도 감염 예방을 위한 재택근무를 적극 권장했고, 2021년 3월 2일 공식적으로 WFA를 시행했다.



WFA: 일이 가장 잘 되는 곳에서 일하는 것

일이 가장 잘 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것, WFA는 단순히 재택근무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원격근무(Remote work)가 정확한 표현이다. 비단 집에서만 일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민병철교육그룹의 Work from Anywhere 제도는 조직 구성원 개인이 업무 퍼포먼스를 가장 잘 낼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지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제도다. 조직 구성원은 개인 업무 환경을 고민할 기회, 즉 업무에 임할 주도권을 갖게 되므로 근무 만족도가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된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 스타일에 따라 최고의 성과를 내는 환경에서 일하며 더 나은 생산성을 창출하길 원하는 조직이라면 WFA는 개인 이전에 조직을 위해 당연히 고려해볼 수 있는 제도다.


민병철교육그룹의 전략 1순위는 사람이며, 조직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을 위한 훌륭한 회사를 만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WFA 제도화의 배경에는 코로나19라는 상황 변수 이전에,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와 이루고 싶은 비전, 사람 지향적인 조직문화가 있어서 가능했다. 조직 전체의 업무 환경에 전면 변화를 주는 결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구성원에게 조직에 대한 신뢰를 요구하기 전에 조직이 구성원을 신뢰한다는 행동을 먼저 보여줘야 구성원 역시 조직을 신뢰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즉, WFA는 사람은 믿는 만큼 성장하는 법이라는 기업철학을 실제 업무와 밀접한 제도로 구현한 결정이었다.



투명하게 일하기: 떨어져서 함께 일하는 법

2020년 2월 첫 재택근무 시행 시 갑작스러운 업무환경 변화에도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던 것에는 조직이 지향하는 문화에 맞게 일하는 방식을 개선해온 게 주효했다.


1. 디지털 툴 활용 역량

민병철교육그룹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품의 성격과 조직의 일하는 방식이 같을 때 더욱 탁월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민병철교육그룹은 전화영어 ‘민병철유폰'을 서비스하고 있는데,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것과 같은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업무방식 변화를 만들어 왔다. 무엇보다 조직의 핵심가치인 ‘투명성’과 ‘열린 소통’을 실제 업무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베이스캠프(Basecamp)라는 협업 툴을 2012년부터 전사적으로 사용 중이다. 베이스캠프에는 전 직원이 진행 중인 업무 내용과 정보는 물론 개인의 휴가와 미팅 일정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다. 또한 전사적으로 업무 수행에 필수적인 SaaS(구글, 세일즈포스, AWS, 어도비 등)를 비롯해 다양한 업무 툴(Moqups, Canva 등)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즉,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일하는 툴 사용에 조직 전체가 익숙했기 때문에 빠른 리모트워크 적응이 가능했다.


2. 서로 믿고 의지하며 쌓은 협업 역량

사무실에서 얼굴을 보며 일했던 우리에게 떨어져서 일하는 건 아무래도 어색하다. 동료가 일하는 모습을 눈으로 보던 과거와는 환경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비록 몸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나와 같은 목표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동료가 있다고 느끼게 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방법을 활용했다.


먼저, 시차출근이 가능했던 사무실 출근과는 달리 재택근무 시에는 근무 시간을 9-18시로 통일했다. ‘동료에게 필요한 연락이 지금 가능하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였다. 또 각 팀끼리 매일 출근, 점심식사, 퇴근 인사를 하게 했고, 특히 출근 인사는 특별한 아젠다가 없어도 화상회의로 직접 얼굴을 보고 담소를 나누도록 강력하게 권장했다. 재택근무 시 일과 쉼의 공간 구분이 쉽지 않을 수 있는데 집에서도 ‘내가 출근했다’는 특정 행위를 같은 시간에 하게 함으로써 업무모드로 전환될 수 있게 하는 의식(Ritual)이었기 때문이다. 우연한 만남이 창발하는 오피스 근무와 다르게 업무가 아니면 동료의 얼굴을 보거나 일상 잡담을 나눌 기회가 없는 것도 큰 이유였다.


또한 출근하면 그날의 업무 To-do를 베이스캠프에 공유하고 퇴근 시 완료 처리를 하는 규칙을 만들었다. 이 역시 핵심가치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 않을수록 더욱 정직하게 일하는 내 모습을 먼저 보여줄 때 동료 간 신뢰가 자연스럽게 쌓일 것이라는 조직 차원의 공유된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완료된 업무를 시각적으로 인지하며 개인의 성취감은 물론 동료의 과업을 인정할 수 있는 효과도 있었다.


한편 월 1회 대면으로 진행했던 CEO와의 타운홀 미팅을 재택근무 초기에는 비대면으로 월 8회 이상, 2020년 한 해에 총 56회 진행했다. 떨어져 있을수록 지금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더욱 자주 공유함으로써 조직이 한 방향을 바라볼 수 있게 했고, 코로나19 상황상 처음 시도하는 재택근무 속 불안감을 ‘사람이 먼저’라는 CEO의 공식 보이스로 해소했다. 이 외에도 공유의 중요성, 화상회의, 마음 다스리기 등 재택근무 팁을 주 2회 이상 전달한 글도 직원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WFA 도입 시 HR이 고려할 부분

1. 조직에 가장 Fit한 오피스 규모 찾기

앞서 언급했듯 WFA는 재택근무가 아닌 원격근무다. 집에서만 근무하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어디서나(Anywhere) 일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며, 여기에는 당연히 오피스도 포함됨을 구성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다만 많은 구성원이 오피스에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므로 조직 상황에 가장 적정한 오피스 규모 산정이 필요하다.

민병철교육그룹은 코로나19 방역 문제로 2020년 한 해 오피스 출근자를 꾸준히 트랙킹하며 전체 출근인원 트렌드를 살펴봤고, 이사 3개월 전 시점부터 전 직원 대상 오피스 출근 계획 서베이를 진행하는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종 규모를 확정했다. 2021년 7월 현재는 전체 인원 대비 약 22%를 수용 가능한 오피스를 운영 중이며, 그 규모를 유동적으로 증감 가능한 공유오피스를 선택함으로써 미래의 기업 상황을 고려했다. 민감정보 보호 목적으로 시건 장치가 필요한 파이낸스 룸을 제외한 모든 좌석에 대해 CEO 포함 전 직원은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활용해 좌석을 사전 예약 후 출근한다.


2. 변화의 핵심 목적, Why 전달하기

오피스 규모 축소에서 HR은 비용절감이라는 재무적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데, 직원들 역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직원 경험의 차원에서 WFA의 도입은 절대 비용절감만을 생각하고 이뤄져서는 안 되며, 조직 내에 이게 최우선 목표로 비쳐서도 안 된다. 비용절감은 제도 도입의 결과로서 접근 중임을 조직 구성원들이 충분히 공감하도록 조직 내 섬세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 이뤄져야 한다. WFA 도입의 최우선 목표는 더 나은 근무환경 제공을 통한 업무 효율과 생산성 증대인 점, 이 변화가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를 가장 먼저, 제일 많이 이야기하며 이해를 도와야 한다. 또한, 서베이를 통해 개인이 희망하는 근무환경, WFA 관련 궁금증을 받는 등 구성원들을 제도 설계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시켜서 오피스 규모 축소라는 조직의 중대한 의사결정과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끔 만드는 게 필요하다. 즉, WFA 도입 과정이 조직의 상호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자체가 되어야 한다.


또한, WFA 시행으로 오피스는 꼭 와야만 하는 곳이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근무환경 중 하나가 된 만큼 오피스의 공간 특징과 오피스에서의 근무 방식 이유를 구성원들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 이제 오피스는 더이상 조용하게 집중해서 일하는 곳이 아닌, 동료와 대면하여 즉각적이고 밀도 있는 의논이 필요한 업무 수행을 해야 할 때 오는 곳으로 인식을 통일시키는 것이다. 모두가 올 수 있는 오피스라는 공간 특성을 극대화하여 활용하면서도 구성원들에게 변화를 체감시키는 게 필요하다.


3. 복지가 아닌 일하는 방식으로 제도 접근하기

WFA는 개인이 원하는 곳에서 자율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면에서 구성원들에게는 복지로 느껴질 수 있는 제도이며, 채용 측면에서도 구직자들에게 베네핏 요인으로 소구가 가능하다. 그러나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시 WFA의 최우선 목표가 복지로 인지되어서는 안 된다. WFA는 구성원의 자율을 존중하며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게 목표인 만큼 조직 전반의 생산성이 향상될 때야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WFA의 시행으로 구성원들에게 기대되는 행동양식과 업무 퍼포먼스 수준을 충분히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도의 고도화를 위하여

이제 민병철교육그룹의 기본 근무환경은 WFA인만큼, 작년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비대면 기반의 우리다운 업무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필요하다. 특히 올 하반기 현안으로 여전히 우리는 연결되었음을 전달하려 한다. 업무적으로는 개인 업무 목표의 파트, 팀, 전사 목표 얼라인먼트(Alignment)에 더욱 주력할 예정이다. WFA의 핵심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율, 자율을 가능하게 하는 책임이다. 이 추상적인 개념을 목표관리라는 장치를 통해 구체적으로 이행할 수 있길 기대한다. 또한 잠재된 팀워크를 끌어내기 위해 팀 빌딩과 동호회 등 동료 간 만남, 업무 커뮤니케이션 방식 역시 재점검할 예정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WFA는 일시적인 유행(Fad)이 아닌 조직이 일하는 방식의 뉴노멀(New normal)이 되었다. 통제와 관리가 아닌 자율과 책임이 중심에 선 신뢰 기반의 새로운 업무 문화가 모든 조직에 자리 잡길 바란다.



끝. 

출처: 월간 <HR Insight> 2021년 7월호 - 신뢰 기반의 일하는 방식 변화: 민병철교육그룹의 Work from Anywhere 
매거진의 이전글 온보딩, 경험은 돈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