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마이너 Apr 02. 2019

퇴사를 꿈꾸는 채식여행

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 거기랑 거기는 다른 곳이니까

브런치를 알게 되고 많은 정보를 얻었다. 이런 저런 곳에 글을 남기기를 좋아했지만 플랫폼별로 성향이 다르기에 이 곳은 나와 조금 더 맞는 곳이라 생각이 든다.


요새 참 취업하기가 힘들다는 말을 한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인지, 정말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어 없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주변에 일하는 친구들도 많고 노는 친구들도 그만큼 많다. 그러나 확실 한 것은 취업만큼 버티는 것도 힘들다.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는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사람이 어렵다. 인간혐오가 저절로 생겨나기도 한다. 


철학에 관심이 조금 있는 분들이라면 성선설, 성악설, 성무선악설 정도의 개념을 알고 계실 것이다. 나는 성무선악설을 믿는다. 인간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삶속에서 그 가치를 매겨가고 있다고. 그러나 가끔은 성악설이 믿고 싶은 때가 있다. 회사 생활을 해보면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을까 하고 여겨지니까.


퇴사에 대한 다양한 글들을 읽어보았다. 숨막히는 생활, 답답함, 갑질, 우울증, 자아실현, 세계일주(제일 많은 스토리일듯), 새로운 꿈 등이 이유였다. 누구나 공감할 법한 이야기이고, 나보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스트레스에 세상일이 다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린 시절에는 돈 많고 잘생긴 사람들이 부러웠는데, 나이가 들수록 자기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나도 열정은 있는데..... 왜 저런 삶은 살지 못하고 있을까? 내가 무능한가? 세상이 무능한가? 사회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나? 남 탓, 세상 탓, 별에 별 탓을 다해봐도 소용이 없다. 그게 삶인 가 하며 그냥 순응하려는 순간 두려웠다. 순응하는 자는 변화할 모터를 잃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형들 누나들을 둘러보니 피 끓던 청춘의 시기를 지나 순응하는 시스템의 적합한 인재상이 되어 있었다. 멋진 분들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젊은 내 눈에는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분명히 저 분들도 눕기 싫고 앉아 있기 싫고 두발로 세상을 더 보고 싶었을텐데 왜 저리도 힘들어하면서 버티고 있는가?


하지만 나도 그렇게 될 것 만 같은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 즘 부터 나는 채식에 심취해있었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내 딸이자 내가 가장 사랑하는 네발의 동물 블루를 인생에 탑승시키면서 더 확고해졌다. 개는 먹으면 안되고 돼지 소는 먹어도 되는 우리 사회의 체제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져만 갔다. 그러나 육식을 하는 분들을 혐오하지는 못한다. 나도 약 27년을 고기를 먹고 자란 사람으로서 도리가 아님을 안다. 적어도 30년동안 채식을 유지해야 한마디는 할 수 있지 않겠나. "과일, 채소, 곡식만 먹어도 괜찮던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옷(안중근의사님 티셔츠, 입으면 운동이 조금 더 잘된다. 이 옷 입고 운동 못하기 싫어짐)과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동물가족 블루. 오늘 따라 이 녀석이 많이 보고 싶다. 난 지금 필리핀에 있다. 퇴사를 고민하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나도 나만의 시간이 조금은 필요했다. 채식에 관심이 있는가? 나는 채식을 반짝하는 유행이라 보지 않는다. 오히려 진짜 삶의 가치를 좇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삶의 양식이라 믿는다. 시스템의 부품인가, 떨어져 나간 볼트인가? 나는 모두가 같이 돌아가는 시스템에서 누리는 즐거움 보다 혼자 튕겨져나가 바닥을 뒹구는 볼트가 되고 싶다. 우리 강아지가 귀엽다면 자주 놀러와서 글 한번씩 읽고 가시라. 채식에 대해서도 개에 대해서도 조금씩 올려볼 것이고, 나의 퇴사가 완료되는 날에는 내 책한 번 내고 또 여행을 가볼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