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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팬의 숲 Aug 27. 2023

재테크 책, 한번 읽어볼까?

'여유 있는 신혼, 아쉬움도 있었는데...'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크지 않아, 불안한 마음에 임차인이 되길 택한 저와 아내는 신혼집에서 즐겁고 아기자기하게 생활을 해나갔습니다. 요리책을 보면서 직접 집밥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주말에는 교외로 자동차를 몰고 나가 푸른 강과 초록 들판을 즐겼고, 때로는 분위기 있는 멋진 카페에서 커피와 차를 음미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신혼 생활에도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결혼 전에는 독립된 방이 있어서 그곳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했었는데, 신혼집은 거실 겸 방이 하나, 침대와 화장대만 둬도 앉을자리가 없는 작은 방 하나, 화장실 하나가 전부여서, 개인적인 공부를 해나가기에는 공간적인 제약이 있었다는 부분이었죠.


하지만 수중에 가진 돈이 충분치 않았거든요. 결혼 준비 자금으로 사용한 돈을 제외하고 사용가능한 돈은 4천만 원이었고, 전세자금대출 6천만 원을 포함해 마련한 1억 원이 전 재산이었으니까요. 이 돈으로 어떻게든 신혼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제 나이가 30살이었고 앞으로 아내와 함께 돈을 모아가면 좀 더 큰 집으로 이사 가면서 행복의 크기 또한 늘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책 보는 취미, 이것보다 가성비 좋은 일이 있을까'


집 근처에는 걸어서 15분 정도 만에 갈 수 있는 대형 서점이 있었는데, 저희 부부는 종종 이 시점에 들렀습니다. 아내도 조용조용한 성격이라 책을 보는 것을 즐겨했어요. 그리고 그 서점에는 내부에 카페도 운영하고 있어서 커피를 시켜놓고 보고 싶은 이런저런 책들을 가져와서 공짜로 읽는 게 가능했지요.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정말로 천국 같은 곳이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책을 보고 있으면,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수박을 먹는 것보다 좋았어요.


특히 그때 저는 이곳에서 재테크와 관련한 책들을 많이 보게 됐습니다. 가계부를 알차게 쓰는 법부터 주식 투자, 경제 전망, 10년 만에 00원 모은 0 과장의 이야기 등등 소설처럼 이야기의 흐름에 푹 빠지지 않고도 쉽게 쉽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들을 주로 읽었어요. 아무래도 서점 안의 카페라서 소란스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흐름을 놓쳐도 독서에 무리가 없는 비소설류, 그중에서도 에세이나 재테크 책들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저는 다이어리 같은 것을 항상 가지고 다니는 편인데 책을 읽으면서 메모하고 싶은 글귀나 좋은 정보가 있으면 반드시 다이어리에 기재했습니다. 책을 필사하는 건 아니었지만 메모를 제대로 해 두면 뭐라도 얻은 듯한 뿌듯함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주로 주말을 이용해 1년 정도 '대형 서점에서 책을 보는 취미'를 즐기니 읽은 책이 꽤 많아진 것을 느꼈습니다. 남들이 주말에 여행을 다닐 때 저와 아내는 서점에서 책을 봤으니, 직장 동료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굉장히 신기해했죠.


부동산이나 펀드와 같이 다소 공격적인 투자 방법과 '스노볼 효과'처럼 돈을 불려 나가는 방법도 익혔는데,  부동산에 대해서 크게 무엇인가를 느꼈던 시기는 아니었습니다. 가장으로서, 재정적으로 제대로 자립해야 한다는 약간의 초조함과 불안감이 있었지만 그 감정을 그대로 껴안고, 주말에는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가정의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을지 고민이 많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재테크 책을 다른 종류의 책 보다 조금이라도 더 봤었던 것 같습니다.


이때의 독서량은, 저희 부부가 추후 자본주의를 이해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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