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황금 같은 주말을 어떻게 알차게 보낼지 평일에 고민하고 토요일이 오자마자 실천하는 일입니다.
신혼집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저희 부부는 기특하게도 주변에 분양하는 신축 아파트의 모델하우스에 가서 데이트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모델하우스 안에서의 데이트는 생각보다 근사했어요.
입구에서는 저희 부부를 환한 미소로 맞아주는 분들이 계셨고 내부에서는 물어보는 모든 질문에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많은 분들이 계셔서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목이 마르면 공짜로 주는 커피나 음료를 리필해 마시면 됐고, 화장실이 가고 싶으면 사용하면 됐습니다.
처음에는 신축 아파트의 내부 구조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옛날 아파트는 베란다를 확장하지 않아서 분양하는 아파트와 같은 평수임에도 훨씬 좁았어요. 반대로 신축 아파트는 구조를 그만큼 예쁘게 만들어낼 수 있었죠.
방이 2개밖에 나올 수 없는 평형임에도, 베란다 확장이라는 마법으로, 거기에 작은 방 1개와 화장실 1개의 공간을 추가로 뽑아내는 것은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베란다를 확장하지 않으면 계약을 하지 않는 건설사들도 있다는 것도 모델하우스를 다니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모델하우스에 있는 장식용 가구들은 대부분 사이즈가 작고 밝은 톤인데, 그것은 실제 사용 공간을 더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이런저런 모델하우스를 구경하면서 알게 된 건설사들의 앙큼한 '눈속임' 술법도 알아냈죠. 또, 관심을 끌기 위해 고급스럽거나 독특한 디자인의 인테리어용 소품들을 설치해서 그런 것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지금 생각하면 대단한 깨달음은 아닌데, 10년 전 어린 마음에는 이러한 사실들을 알 수 있어서 뿌듯해했었답니다)
하지만, 아내와 "우리는 언제 한번 이렇게 멋진 새 아파트에서 살아볼 수 있을까?"라며 이야기를 풀어갈 때는 오래된 구축 아파트에서 반전세의 삶을 살고 있는 부부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사는 곳이 어떻든지 우리가 사는 현재의 삶이 행복하고 의미 있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나날이 오르는 집값은 미래의 삶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저희 부부에게 종종 안겨주곤 했습니다.
더욱이 그 시기는 신축 아파트의 분양도 성황일 때라서 주변에는 새로 문을 연 모델하우스도 많았고, 서점에 가면 '청약통장 사용법'과 같이 분양 시장의 뜨거운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책들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부동산에 대한 지식은 결혼하기 전보다 늘었지만, 그래서 어떻게 부동산 시장을 활용해야 하는지, 앞으로 현명하게 살아가려면 임차인으로 사는 게 합리적인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이제 막 부동산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새내기 부부로서는, 모델하우스의 세계가 낭만적이었지만, 그곳에서 접하는 이상적 공간을 과연 우리가 향유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웠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