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미를 뜨며....
잔잔한 생각들
코바늘을 잡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잔잔해진다. 손끝에서 실이 지나가고, 바늘이 규칙적인 박자를 새기듯 오르내릴 때, 머릿속에서도 작은 파문들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생각의 흐름이 한 올 한 올 이어지며 스스로와 대화를 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코바느질은 단순한 반복 작업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묘한 위로가 숨어 있다. 실이 부드럽게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며 감정을 살피고, 코를 만들고 이어가며 하루의 무게들을 가볍게 정리해 준다. 바쁘게 움직이는 일상 속에서 멈춰 있기 어려운 마음이, 이 짧은 시간 동안만큼은 바늘의 리듬에 맞춰 숨을 고르고 차분해진다.
무언가를 만든다는 행위 자체도 큰 의미가 있다. 아주 작고 사소한 물건일지라도, 내 손을 지나가며 형태를 갖추는 그 순간은 나와 세상이 부드럽게 연결되는 경험이다. 만들다 보면, 어제 마음에 얽혀 있던 매듭들이 자연스럽게 풀리기도 하고, 앞으로 어떤 패턴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실의 흐름을 따라 조용히 정돈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코바느질을 할 때 나는 ‘아무도 듣지 않는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바늘은 묻지 않고, 나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나와 손끝의 감각만이 이 순간을 채우고, 그 고요한 집중이 마음을 덧대 듯 따뜻하게 감싸준다.
완성된 작은 작품을 바라보면 생각한다. “오늘의 나도 잘 버텼구나.” 코바느질은 단지 취미가 아니라, 나를 다독이고 정리하며 다시 하루를 견딜 힘을 쌓아주는 은근한 쉼표 같은 존재다.
바쁘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이렇게 조용한 대화를 건네주는 취미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