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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지 유 Aug 04. 2024

나를 지으러

참호에서.. 2013. 12


나를 지으러



반백 년을 나는 지으러

방도, 마루도, 부엌이란

이름이 필요 없는,

하나의 원 안에 나를 지으러



아내에게 질하고

아우에게 질하는

폭력의 유전에 침 뱉고



간호사의 가슴 보다가

고름찬 맹장 두고

멀쩡한 소장 자른

군의관 바지에 가위질하고



노래방에서 아들과 함께 

새내기 여직원의 어깨를 주무르는

무한번식 회사에 오줌 누고



당신이 풀어놓은 개가 

내 애기를 죽였소,라고 하자

"내 개가 새끼를 낳으면 하나 줄게."

라고 말한 예술인마을 대표에겐



맷돌을 갈고, 그래

인생은 맷돌질이지

요즘은 맷돌을 모르더라



맷돌을 돌리는 두 손에서 

잠시 한 손을 내려놓고 콩물을

훔쳐먹던 주림을 모르더라



사가각주룩주룩

도로록다각다각

나무를 때 밥 짓는,

나 짓는 향기도 모르더라



아플 땐

맷돌을 간다

나를 지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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