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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대 Aug 14. 2021

[희대의 NOW구독중]추천채널 '혜봉'

PD 아닌 크리에이터를 택한 이유

[디지털타임스] <희대의 NOW 구독중> 스물한 번째 칼럼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숱한 채널들 사이에서 보석 같은 채널을 찾아 참 구독을 추천드리는 유튜브 '서평' 시리즈 《희대의 NOW 구독중》.


지난 칼럼에서 국내 대표 뷰티 MCN 그룹 '레페리'의 최인석 대표를 만나 레페리가 지향하는 1인 미디어 문화와 가장 많이 닮은 소속 크리에이터의 추천을 부탁했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추천'이라 쓰고 '권유'라 읽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설명하고 오래간 구독자이자 응원군으로 팬 심을 유지해온 레페리 소속의 한 크리에이터를 다음 편에 소개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심(私心)인 셈이다. 한편 그 이유 또한 사심(師心·스승의 마음)이었다. 레페리의 초기 멤버로 현재까지 줄곧 함께해온 소속 뷰티 크리에이터들 중에 필자의 제자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 어느 선생님이 제자가 있는 일터에 오게 되었는데, 만나야 할 사람으로 제자를 꼽지 않을까. 공적·사적인 고려도 있지만 본 칼럼은 제목처럼 칼럼니스트가 '구독중'인지 여부가 중요한데, '혜봉' 채널은 오랜 애독 채널이다! 그녀의 재학 시절부터 구독을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사심(師心) 그득한 권유와 추천임을 인정한다. 이번엔 함께하지 못했던 레페리 소속의 또 다른 다수의 멋진 크리에이터들의 추천과 인터뷰는 다음에 더 좋은 기회로 꼭 다시 갖기를 기대한다. 


이런 가운에 레페리 본사 사옥 1층의 코스메틱 쇼룸 '레코드(Leco_de)'에서 진행된 뷰티 크리에이터 '혜봉'이자 제자 '조혜빈' 양과 강단이 아닌 1인 미디어 현장에서 오랜만에 다시 만나 나눈 진솔한 이야기들을 구독자 여러분들께 들려드리고자 한다.

코스메틱 쇼룸 '레코드(Leco_de)'에서 뷰티 크리에이터 혜봉(좌)과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이희대 교수가 《희대의 NOW 구독중》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 촬영 중이다.

혜봉 크리에이터는 미디어영상학과 전공생으로 대학 재학 중에 채널을 개설했다. 지금이야 전공 불문 많은 학생들의 채널 개설이 낯설지 않은 모습이 되었지만 혜봉 크리에이터가 본격적으로 크리에이터 활동을 시작한 때였던 2015년 즈음엔 이제 막 유튜브가 붐은 일었지만 막상 채널을 개설하고 진지하게 운영하는 학생들을 찾긴 드물 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취업 등을 고민하는 고학년에 진학하면서 학업과 동시에 크리에이터를, 그것도 특수성이 있는 장르인 뷰티 크리에이터를 시작한 것이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TV 키즈'로 자라며 영상 제작을 좋아해 드라마 PD를 꿈꾸면서 입학했던 학과 생활 전반이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학부 실습을 통해 다양한 제작 활동을 직접 해보면서 주로 팀 단위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들 속에서 좀 더 개인적인, 자신 스스로의 개성과 역량을 분출할 창작의 통로를 찾고 있던 그녀에게 당시 재학생으로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고 있던 선배의 사례는 좋은 롤 모델이 되었다. 그 선배는 채널 '우주쏘녀'의 크리에이터 유지영 양이다. 뷰티 장르로 채널 운영을 정한 것은 사실 명확한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늘 최신 트렌드에 관심이 높은 자신의 성향을 고려해 이왕이면 당시 가장 인기 분야로 승부해보자는 도전 욕에서 시작됐다. 그럼에도 큰 기대를 가졌던 것은 아니라 채널명은 평소 그녀의 어머님이 부르는 애칭으로 정했다.

채널 초기 아직 뷰티 크리에이터로서 전문성을 갖기에는 무언가 아쉽던 상황 속에서 뷰티 전문 MCN 레페리의 크리에이터 육성 프로그램 공고를 접하게 된다. 이 또한 과 선배의 권유로 시작되었다. 이 과정의 특전은 우수 수료 시 레페리 소속 크리에이터로 영입 계약이 가능한 것이었다. 학업과 동시에 진행하는 일정이기에 소화가 쉽지 않았지만 그녀는 당당히 좋은 성적으로 과정을 마쳤고 레페리와 첫 인연을 맺는다. 2015년 시작된 이 인연은 햇수로 벌써 7년째가 되었다. 이어 당시 국내 대학 최초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미디어 전공'을 공식 개설하고 주요 과목을 맡았던 필자의 강의에 그녀도 수강을 신청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험과 과제, 발표까지 모두 야무지게 소화해내는 매우 뛰어난 학생이었다. OTT 시장, 1인 미디어 업계 현황을 최전선에서 실감 중인 당사자였으니 이 전공과는 시너지가 맞았던 셈이기도 했다. 다만, 학업과의 병행은 분명 힘든 일이었을 텐데 역시나 잠을 줄여 해결했었다고 인터뷰를 통해 후일담을 들을 수 있었다. 하고 있는 일과 특성에 맞는 전공을 이수중인 미디어학도, 여기에 남다른 영상 감각과 소속사의 전문적인 교육까지 더해지며 채널 '혜봉'은 구독자와 조회 수, 시청시간 등에서 성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명실공히 프로의 세계로 진입한 것이다.


반면, 졸업을 앞둔 시점 어쩌면 당연한 큰 고민도 수반되었다. 진로의 향방이다. 드라마 PD를 꿈꾸며 미디어학과에 진학한 그녀가 아닌가. 그녀는 이렇게 당시를 회상했다. 


"내 손으로 만든 콘텐츠로 사람들을 울고 웃게 해주고 싶다는 포부가 있었고, 고교 시절과 대학생활 초기엔 이를 이루려면 PD가 되어야만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게 되면서 제 진정한 꿈은 어느 방송사에 소속된 PD가 아니라 영상이라는 콘텐츠를 매개로 많은 이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었음을 알게 됐어요." 


물론 입사를 해서 PD가 되면 일정 급여를 받으며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도 있지만 콘텐츠의 기획, 제작 외에 조직 생활을 위한 부대적인 노력의 소요도 수반된다는 것을 고민했다. 이에 비해 크리에이터는 수익적인 면에서 안정성을 기할 순 없지만 좋아하는 콘텐츠 제작에만 집중하기엔 더 나은 조건이었다. 말 그대로 선택이다. 그녀는 크리에이터를 택했다. 입사 준비를 위해 또다시 많은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선행되어야 할 상황에서 이미 가슴 떨리는 일을 하고 있는데 방송사, 혹은 PD라는 자리를 위해 크리에이터 활동을 내려놓는 것은 후진 기어 모드가 아닐까 생각했다. 또한 전문 MCN 소속으로 계약까지 진행한 프로 창작자로서의 길도 다시 못 올 기회라고 본 것이다. 선택이 옳았든 아니든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고 각오를 높였다. 그리고 조직 생활을 선택하지 않게 되면서 다소 불규칙해질 수밖에 없을 라이프 스타일은 '일'과 함께 '쉼'의 자리도 꼭 선사하겠노라 스스로 약속하며 마음을 굳혔다.

그녀는 이후로 자신과의 이 약속을 지켰다. 크리에이터 '혜봉'은 뷰티 장르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 인플루언서 모델로, 벌써 2회나 공식 전시회를 개최한 '쪼대로'라는 작가명의 회화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클라이밍과 캠핑, 공예 등 자신을 위한 다양한 취미 활동도 놓치지 않고 있다. 이른바 N 잡러로 활동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도 유지하는 이러한 삶의 패턴을 그녀는 이렇게 설명했다. 크리에이터 '혜봉'이 열심히 벌어서 개인 '조혜빈'과 작가 '쪼대로'의 삶을 지원중이라고.


그럼에도 굴곡 없이 그저 쉬운 길이란 것이 있을까. 뷰티 크리에이터들에게 현 코로나19 사태는 색조 화장품 등 제품 홍보를 통한 수익 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야무진 그녀는 집안 내 '집콕족'들에 유용한 기초 화장품에 집중하며 채널의 주요 콘텐츠에 변화를 주었고, 뷰티 외에도 룩북, 브이로그, 먹방, 차박, 언박싱 여기에 스포츠(클라이밍)까지 다루는 영역도 확대했다. 장르에 예속되기보다는 그녀 스스로가 콘텐츠의 중심이 되고, 브랜드가 되어 팬들과 소통하는 말 그대로 '인플루언서'로서의 포지션을 견지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정답일지 모르지만 그녀는 확신했고, 또 최선을 다할 것이라 했다.

대학 재학생 시절부터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크리에이터 '혜봉'은 뷰티 장르를 포함해 인플루언서 모델, 회화 작가로도 활동 중이며 취미 활동도 놓치지 않는 욕심 많은 청년 창작자다.

한 번뿐인 인생을 의미하는 '욜로'(YOLO),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의미하는 '소확행'. 크리에이터 혜봉, 제자 조혜빈 양과 인터뷰하면서 떠오른 단어들이다. 욜로, 워라밸, 소확행. 혹자는 젊은이들이 미래가 아닌 현재의 자신과 현재의 삶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이 단어들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주 담담하게 이야기를 전했지만 꿈을 가지고 미디어학과에 입학해서 기성 미디어가 아닌 1인 미디어로 그리고 크리에이터라는 분야를 선택하는 일 그리 쉬운 결정이 아니다. 다만,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고 또 이를 향해 가는 여정을 타의가 아닌 스스로 선택한 것은 분명 잘한 결정이라는 데 표를 던지고 싶다.


디타 구독자 여러분들은 행복(幸福)이라는 단어를 혹시 사전에서 찾아보셨을지 궁금하다. 사전은 이를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하다'라 안내하고 있다. '혜봉' 크리에이터를 비롯해 지난 인터뷰에서 만났던 뮤직 크리에이터 '주영스트'처럼 자신의 능력을 살려 다양한 분야의 '일'에 도전하고, '쉼'에 있어서도 입장이 명확한 요새 청년세대들, 이들의 선택은 현실의 안주도 아니고 차선도 아니지 않나 생각된다. 다분히 정상적인 문명과 제도의 진화 과정이고, 다음 사회, Next Society로 향하는 모습이며 그들은 그 안에서 각자의 역할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름의 발걸음을 한발 앞으로 내딛고 있는 것이라고 읽힌다.

코스메틱 쇼룸 '레코드(Leco_de)'에서 뷰티 크리에이터 혜봉(좌)과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이희대 교수가 《희대의 NOW 구독중》 인터뷰를 촬영 중이다.

뷰티, 혹은 크리에이터라는 어떤 한계를 짓지 않고, 그냥 '혜봉'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그녀의 이야기에서 어쩌면 과거 꼭 어떤 안정된 조직에 소속되어 승진이나 출세를 해야 성공으로 인정받던 시대와는 다른 청년세대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느껴졌다.


인플루언서(Influencer)는 '영향을 미치다'라는 동사에 행위자 명사인 'er'을 붙인 일종의 신조어다. 이탈리아어에서 유래한 인플루언스(Influence)는 우리에게 부득이하게 익숙해진 단어 인플루엔자(influenza)와도 어원이 같다. 그만큼 널리 퍼지는 현상을 뜻하는 것인데, PD가 되고 싶어 미디어학과에 진학했다가 1인 미디어를 통해 진정한 꿈을 찾게 됐다는 크리에이터 '혜봉', 회화 작가 '쪼대로'의 야무지고 당찬 기운, 선한 영향력이라면 기꺼이 더 널리 전파되어도 좋겠단 생각이다.


크리에이터와 미디어 연구자로, 한편으로는 제자와 스승으로 오래간만에 특별한 만남의 시간이기도 했던 참 감사한 인연의 이날 인터뷰를 지면에 다 담지는 못했다. 특히 중장년 남성층 분포가 많은 디지털타임스 독자 분들을 위한 뷰티 크리에이터의 강력 추천 미용 아이템 등등을 글로 담아드리기에 면이 모자랐다. 아쉽지만, 칼럼의 글은 이만 줄이고 채널 '혜봉'의 크리에이터로서 삶의 스토리와 뷰티 꿀팁은 《희대의 NOW 구독중》 유튜브로 확인하시기 바라며 한 줄 서평으로 이날의 대화를 정리해보려 한다.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숱한 채널 들 사이에서 보석 같은 채널을 찾아 참 구독을 추천드리는 《희대의 NOW 구독중》 한 줄 서평.


◇ " '혜봉'은 'PD'가 아니라 영상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진짜 꿈을 잡는 자유로운 창작자다! "


1인 미디어 생태계 곳곳을 누비는 《희대의 NOW 구독중》. 다음엔 또 어떤 화제의 주인공들과 만나게 될지 기다려주시기 바란다.

이희대 광운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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