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자전거

by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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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세 번 있었다. 한 번은 아버지에게서 받았고, 두 번은 직접 샀다. 어릴 적 아버지 어깨를 붙잡고 짐받이 위에 서 있던 기억과, 코너를 돌 때는 꼭 따릉이를 울리라던 말이 남아 있다. 나는 코너를 돌 때마다 자전거 벨을 울린다. 직접 산 두 번째 자전거는 자전거 거치대에 묶은 날 바로 사라져 버렸다. 세 번째 자전거는 결국 팔았다.



다리 수술 이후 새로 넣은 인대는 자리를 잡지 못해 염증이 일었고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리가 아니었다. 병원에서는 이런 말들이 들렸다. 「… 저게 나중에 뻗정다리가 돼.」 「당분간 달리기는 불가능합니다.」 「젊으니까 하는 거야.」 「병신이 뭘 해.」



모두가 잠든 새벽, 몰래 목발을 짚고 일어섰다. 진통제가 주렁주렁 달린 거치대에서 내려온 수액 줄이 늘어진 채 몸에 감겼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미닫이문을 아주 조금씩 밀었다. 몸이 나갈 수 있을 만큼 문이 열리자 병실로 조명이 번져 들어왔다. 다급히 깡충거리다 복도에 세워진 공용 휠체어를 몸쪽으로 끌어와 앉았다. 잠시 숨을 고른 뒤 양팔로 바퀴를 굴리며 병동을 빠져나갔다. 살갗에 빛과 공기를 마주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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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너머 산 물 건너 물I〉은 각 회차가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연작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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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