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일까? 나를 알아가는 공간
'새벽4시' 나를 '그리움'이라는 감점에 빠지게 하는 '김밥'을 준비해야 하는계절이 찾아왔다.
'김밥' 참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고슬하게 지어진 밥에 소금을 넣고 간을 하고 고소한 깨와 들기름으로 양념을 한 밥 위에 십여가지의 재료들을 올리고 김과 함께 마는 과정까지 최소 5시간은 걸린다. 먹는 순간은 눈깜짝할 새인데 준비 과정은 더디고 더딘 음식, 맛은 있지만 자주 하고 싶지 않은 음식 중 하나가 '김밥'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소풍을 가는 날이면 새벽 부터 일어나 김밥 준비를 한다. 그리곤 새벽 4시쯤 되면 혼자 센치한 감점에 빠져든다.
누구에게나 엄마를 생각나게 하는 특별한 맛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나에겐 '김밥'이 엄마를 그리워 하는 맛이다. 어릴 때는 몰랐다. 엄마가 김밥을 준비하기 위해서 애쓰던 시간을.. 엄마가 소풍날 아침에 챙겨주는 김밥은 당연한 거라 생각했다. 내가 딸 들의 소풍을 위해서 '새벽4시'에 일어나 재료를 준비하고, 밥을 짓고, 김밥을 말아야하는 엄마가 되어서야 겨우 알게 되었다. 엄마가 애쓰던 새벽시간을 그리고 김밥에 담긴 정성을 ..
엄마의 '김밥'은 특별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둘러 앉아 도시락을 펼쳤을 때 .. 유독 가지런하게 담긴 김밥.. 맛 또한 엄마의 '김밥'이 다른 친구들의 김밥보다 맛있었다. 그런 엄마의 특별한 '김밥'이 언제 부턴가 '김치볶음밥'으로 바뀌었었다. 워킹맘이었던 엄마에게 '김밥'은 아침마다 버거웠던 것이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어린 나이에 친구들은 '김밥'인데 내 도식락은 '김치볶음밥'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엄마가 힘들어서라고 머리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서운했던 건 어쩔 수 없는 어린마음이었다.
그렇게 사라졌던 엄마의 '김밥'을 만나게 된 건.. 엄마를 통해서가 아닌 '나'를 통해서였다. 두 딸의 소풍을 위해서 깨어있던 '새벽4시' 나는 엄마의 '김밥'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엄마가 했던 방법 그대로 김밥을 준비하고 있던 '나', 그렇게 엄마의 특별했던 '김밥'이 나를 통해서 이어졌다
졸린 눈을 비비면서 일어나 김밥을 준비하는 '새벽4시' 나는 김밥을 통해 '그리움'을 떠올린다.밤 늦게까지 일하고 들어와 '철 없는 딸'을 위해 피곤한 몸과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준비했을 엄마의 모습과 다시는 먹을 수 없는 엄마의 ' 김밥'
'새벽5시'를 알리는 알림 소리에 잠깐의 '그리움'에서 빠져나와 나의 딸들을 위해서 부지런히 움직인다. 난 엄마니까.. 그리고 내가 그랬든 우리 아이들이 컸을 때 '김밥'을 통해 나를 그리워해줄 시간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