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흔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i Jun 12. 2022

관계의 끝

일방적으로 끝이 나버린 관계가 있다. 끝을 통보받은, 또는 눈치챈 나는 그 관계를 정리하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되새기고 또 되새기고 과거까지 싹 훑어가며 되새겨 반복해서 상처받는다.

그래서 극복하는데 더 오래 걸리고 그 과정에서 상처는 더 벌어진다.

하지만 그렇게 정리된 관계는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충분히 앓았기 때문에 항체가 만들어져 면역이 생기나 보다.


내쪽에서 관계를 정리하는 경우는 드물다. 소원해지거나 멀어지게 방관하기는해도 상대가 알아채게 정리하지는 못한다. 성인애착 유형 검사를 해본 적이 있는데 나는 불안정 애착 회피형이라고 한다.

내가 직접 정리하는 게 두려워 회피해버린다.


지금 나를 괴롭히는 이 관계도 문제를 몇 번이나 회피해버렸다. 이 관계의 상대는 자기의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나면 편안해져 버리는 타입이다. 말로 뱉은 그 순간 어느 정도 해소가 되어 두 발 뻗고 자지만 그 불편함의 무게는 고스란히 나를 짓눌렀다. 변명을 하거나 똑같은 말로 돌려주기엔 그 과정이 피곤해 그냥 사과했다.

우위에 있어야만 다정해지는 이 관계를 나는 끊어내지 못했다.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이 너무나도 다른 우리는 서로를 좋아했기에 노력했던 것 같다.


툭툭 튀어나와 시도 때도 없이 나를 괴롭히는 감정들도 이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간다.

그 후의 나는 더 이상 상대를 궁금해하지 않을 것 같아 조금은 두렵다. 이번만큼은 어떤 식으로든 이 관계에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식물 집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