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을 고열에 시달리며 빡쎄게 아팠는데 직업의 특성상 임박한 병가가 불가능했다. 주사와 약빨로 어찌어찌 버티며 수업을 마치고 터덜터덜 차로 향하는데 학교 담장 밖에서 승호가 나를 보고 손을 흔든다.
순간 눈물이 왈칵 났다. 최악의 컨디션 중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남편을 보니 긴장이 풀리고 감동스럽기도 하고 아직 사랑받고 있구나란 안도감이 한 번에 몰려왔다. 지하철과 버스 타이밍이 딱딱 맞아 평소보다 일찍 도착해서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고 한다. 본인은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을 위해 새벽 5시에 출근하면서도 골골대며 출근하는 와이프가 걱정돼 퇴근길을 서둘러 내 직장 앞에서 기다려준 그 마음이 너무 고맙다. 때마침 약기운이 쭉쭉 떨어져 다시 열이 오르고 온몸이 아프기 시작해 집에 도착하자마자 뻗어버렸다. 은서를 데리러 가야 할 시간이 30분도 남지 않았지만 내 밥부터 차려주고 약을 챙겨주고 후다닥 은서를 데리러 나간다. 짧게 일하는 나보다 매일매일이 더 고단 할 텐데 생색내지 않고 묵묵히 돌봐주고 챙겨주는 남편덕에 서럽지 않게 아플 수 있다. 요즘 좀 시들 해진 것 같은 사랑을 확인해 기쁘긴 하지만 이제 그만 아프고 싶다. 내일은 상쾌한 컨디션으로 코스트코를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