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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함수 Aug 27. 2023

오너 리스크, 방지할 수 있을까?

이코노미조선 [강함수의 위기관리 경영] 503호 2023.07.31

영국에서 약 400억파운드(약 66조2080억원)의 고객 자금을 관리하는 자산 운용사 ‘캐나다 라이프’는 최근 ‘오디자산관리(Odey Asset Management·이하 오디 AM)’ 회사와 맺은 투자 계약을 갑자기 중단했다. 모건 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유명한 금융 투자 기업도 이 회사와 비즈니스 관계를 연달아 끊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 회사 펀드에 투자한 기업들이 남은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투자금 유출 여파로 급기야 오디 AM이 운용하는 1억2000만파운드(약 1986억원) 규모의 펀드는 운용이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오디 AM은 청산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러한 투자 계약 중단 사태는 6월 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 회사 설립자인 크리스핀 오디 회장의 어떤 행위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공개한 것과 관련이 있다. 그 내용은 매우 놀라웠다. 오디 회장과 사회적 또는 직업적으로 관련된 최소 13명의 여성이 성적 학대나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이다. 오디 회장은 영국 최고의 부호이자 가장 성공적인 헤지펀드 매니저로 평가받는 인물이었는데, 오랜 기간 반복적인 성추행 의혹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영국 의회 재무위원회는 금융 감독 기관에 대한 책임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5년 동안 오디 AM에 대한 감독 관리 여부와 설립자인 오디 회장의 (성추행) 행동 문제를 알고 있었는지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오디 AM의 최고경영자(CEO)인 피터 마틴(Peter Martin)은 “이제 그는 더 이상 파트너십에 경제적 또는 개인적으로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설립자의 ‘위법적 비행’으로 인한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방어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헤지펀드 거물의 몰락과 명성 리스크

명성 리스크(reputational risk)는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때 분노를 유발하고 나쁜 감정이 형성돼 비난 여론이 높아질 수 있는 일련의 사건을 말한다. 비윤리적 또는 범죄적 행위 폭로, 제품 리콜, 서비스 불만, 산업재해, 사회적 감수성 위반 등이 포함된다. 특히 그런 일을 저지를 것 같지 않은 대상 또는 그러면 안 되는 위치의 사람이 도덕에 어긋나거나 잘못된 행위, 위법적 행위, 직권을 이용한 나쁜 일을 저지르는 것은 당연히 비난 여론을 형성할 뿐 아니라 해당 기업의 재무적 손실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군다나 오디 회장 같은 대주주, 기업 회장 등 오너의 잘못된 판단과 불법행위로 인해 기업에 해를 입히는 것을 ‘오너 리스크’라고 하는데, 기업에 끼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크다. 


국내에서도 CEO의 폭언과 폭행 등 갑질 문제, CEO 또는 가족의 도덕성 문제, 탈세 및 횡령 같은 재무적 문제까지 발생해 비난목소리가 높아지고 온라인 게시물마다 그 ‘나쁜 행위’를 질타하면서 불매운동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비자의 불매운동이나 부정적 여론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법적 문제까지 연결되지만, 그 영향은 단기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여론이 잠잠해지고 법적 문제는 장기적으로 법적 방어와 대응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여왔다. 


오디 AM처럼 오너의 비행으로 비즈니스 관계가 순식간에 단절되고 감독 기관의 개입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드문 경우일 수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나쁜 행동을 했다는 것에 분노의 강도가 커졌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근본적으로 살펴야 할 것은 기업의 비재무적 가치가 그 기업의 핵심 자산이 됐다는 점이다. 즉 이제 사람들은 경영 성과, 제품과 서비스의 질, 강력한 마케팅 및 시장 지배력, 강한 운영 조직만으로 그 기업을 평가하고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 기업 구성원을 포함해 임원은 얼마나 윤리적인가, 평등하고 인정하는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는가,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에 대한 감시·감독 체계가 투명하게 갖춰져 있는지, 조직의 의사 결정 과정은 민주적이고 합리적인지, 독단적이고 잘못된 판단을 제어할 구조는 갖추어져 있는지 여부 등 비재무적 가치를 기업의 지속 가능성 판단을 위한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오너’의 그릇된 행동, 잘못된 판단으로 야기되는 문제는 그냥 개인의 일탈로 인식되지 않는다. 그런 행위를 감시하지 못했거나 알았음에도 끊어내지 못한 해당 기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영국 언론에서도 이 충격적인 사건을 ‘헤지펀드 거물의 몰락’이라고 보도하면서 오너의 탐욕, 기업의 비밀주의 문화, 감시 체계가 없는 회사 지배 구조 문제 등을 일제히 지적했다. 단순히 오디 회장 개인의 문제로 본 것이 아니라 기업 전반의 지배 구조와 내부 조직 문화의 문제로 해당 사안을 다룬 것이다.


오너 리스크 방지 방안은


그렇다면 오너 리스크를 방지하고 억제할 방안은 없는 것일까. 국내의 경우 오너의 기업 지배력이 큰 기업 환경을 고려할 때, 리스크 관리는 불가능하며 단지 사후적 대응밖에 없지 않을까. 누가 그 설립자의 행동을 저지하고 충고할 수 있을까.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가 최종 의사 결정권자인 특수한 구조에서 사전 억제도 대책 마련과 실행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 환경, 세대 인식의 변화, 디지털 미디어 기술 발달에 따른 정보 공개 및 투명성 등을 고려해 기업 존속과 명성 리스크 간 상관관계를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조치의 핵심 요인으로 ‘오너 리스크’라는 명칭보다는 ‘리더 리스크’라는 광의적 명칭으로 거버넌스를 확립하고 지배 구조 체계에 일련의 감시·감독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우선, 조직 내부에 명성 리스크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기준을 향상시킨다. 외부에 비윤리적이고 부적절한 행동이 알려졌을 때, 단순히 인식적 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 여론을 잠재우고 전략적인 법적 대응을 잘해서 큰 손실 없이 무마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 지워야 한다. 향후 기업을 이끌어갈 리더들에게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관성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교육 및 인식 제고 프로그램을 제도화해야 한다. 


앞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의 승계 구도가 3세, 4세로 넘어가는 시대가 됐다. 그동안 자라온 배경과 인격, 사고방식이 있겠지만, 리더로서 본연의 인식적 기준을 재조율하고 사회적 감수성을 높이고 준법의식을 비롯한 상황 맥락을 이해할 기회가 조직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 리더 스스로도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지만, 만약이라는 관점에서 본인의 사고방식, 행동 양식에 대한 윤리적 기준을 살펴보고 평상시 조직 내부에서 자유로운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 만약 그 일이 발생했을 때, 기업은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이제 법적 기준에 따른 적절한 대응 방안만으로는 기업 손실을 최소화하기 어려운 환경임은 분명하다. 해당 조치라는 것도 의사 결정권자가 문제를 만든 장본인일 경우, 더욱 어려울 수 있다. 분명한 것은 기업에 대한 사회적 압박, 감독 기관의 참여, 공급 거래 신뢰 훼손, 비즈니스 단절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분명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개인의 일탈적 행위와 기업을 분리해야 한다. 기업 신뢰를 지키는 방안이 무엇인지 충분히 살펴야 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는 시대다. 기존의 기업 존재 이유가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사회적 가치를 성장시키고 그에 부합하는 역할을 요구하는 시대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마지막으로 ‘리더 리스크’를 ‘기업 보안’이라는 관점에서 관리할 수 있게 기업이 제도적으로 명확한 책임과 감독 라인이 있는 강력한 보안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내부 정책, 외부 규정, 사회적 규범을 위반하는 행위를 포함해 부적절하거나 비윤리적 행동의 ‘잠재력’을 사전 차단하는 것이다. 이것이 근본적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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