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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Aug 31. 2020

[도서] 상자 밖에 있는 사람

관계라는 키워드에 집중하여.


 책의 제목은 '상자 밖에 있는 사람'이고, 부제는 '진정한 소통과 협력을 위한 솔루션'이다. 책의 겉표지에는 '경제 경영서 Top 10'이라는 문구가 함께 붙어 있다. 이제 3 차에 접어든 사회초년생(?) 직장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있을까~

라는 생각에서  책을 읽게  것은 아니고..  오히려  소개에 있는 "관계"라는 키워드에 집중하여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고질적으로 "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특별히 누군가와 사이가 안 좋다거나, 따돌림을 당한다거나 하는 문제는 없었는데, 늘 소수의 사람들하고만 관계를 맺는 특성이 있었다. 학교를 다닐 때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친해지고 싶었다'는 말이다. 이 말은 ‘친해지고 싶었지만 다가가기 어려웠다’는 말로 느껴졌다. 워낙 튀는 걸 좋아하지 않고, 조용하게 내 할 일만 하는 성격이다 보니 여느 아이들처럼 왁자지껄 떠들고, 장난치고 하면서 친해지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나의 이런 차분한 성격에 맞춰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자기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어주는 아이, 나를 어려워하지 않는 아이들만이 나랑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문제는 내가 참 이기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다가가기 어려운 이미지를 버리고 싶지 않으면서도, 마음 한 편에서는 모두가 좋아하고, 사랑받는 인기 많은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리더십을 보이는 아이, 굳이 앞에 나서지 않아도 편한 이미지로 누구나 좋아하는 아이들을 부러워했다. 내 앞에 놓인 선택지는 두 가지인데, 지금처럼 내 모습에 만족하며 살거나, 노력을 해서 바꾸거나. 어느 것도 하지 못한 채 성인이 된 지금도 "관계"에 대한 고민은 마음 한편에 무거운 돌처럼 자리 잡아 나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그래서 관계라는 키워드를 잡은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어쩌면 나를 바꿔줄지도 모른다는 작은, 아니 쾌나 큰 희망을 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상자'는 책의 주제를 관통하는 소재다. 어떤 사람이 '상자 안에 있다'는 말은 '자기기만'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리가 특정한 행동을 하면서도 자신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믿으려고 할 때 = 자기기만을 할 때 우리는 상자 안에 들어간다. 상자 안에 들어가면 우리는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세상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판단하게 된다.


업계 1위 회사인 '재그럼'에 입사하게 된 주인공 '톰'은 재그럼에서 바로 이러한 개념에 대해 교육을 받게 된다.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았고,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들을 무능력하게 여기고, 직장에서 부하직원들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그는 재그럼의 수석 부사장인 버드 제퍼슨, 사장인 케이트, 전 사장인 루 허버트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이 상자 안에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상자 안에서 다른 이들의 결점을 부풀리고, 반대로 자신은 치켜세우고, 자신을 정당화해줄 수 있는 요소들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함으로써 다른 이들을 더욱 비난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또한, 상자 안에 있는 사람은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을 한 '인간'으로서가 아닌, 단순한 '객체'로 보게 된다. 사람을 객체로서 보게 되면 단순히 문제를 일으키는 비난의 대상,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하찮은 존재로만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자 밖에 있는 사람은 그 사람이 진정으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소통하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


우리가 상대방을 위해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그 순간, 그들을 인간으로서 그 가치를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게 된다. 내가 다른 사람을 한 인격체를 가진 존재로 보는 순간, 그들은 나만큼 실제적이며 정당한 필요사항과 소망, 걱정을 가진 한 사람으로 보게 되고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한 인간으로 보게 된다. 그 결과 상대방에 대한 저항을 멈추고 나는 상자 밖에 존재하게 된다.


한 예로, 같은 문제에 대해 충고를 하더라도 상자 안에 있는 사람의 충고는 상황의 개선이 아닌, 상대방 또한 상자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키며(충고에 대해 불만을 가지게 되거나,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게 됨), 상자 밖에 있는 사람의 충고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진심 어린 조언이기에 상대방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우리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많은 경우에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중략) 위선은 어떤 효과적인 기술로도 감출 수가 없으니까요. 우리가 알게 되고 반응하게 되는 것은 그 사람들이 그와 같은 행동을 할 때, 마음속에서 우리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상자 안에 있던 시간이 많았는지, 그 속에서 어떤 자기 합리화를 하며 남들을 탓했었는지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오히려 다른 누군가를 탓하는 방식보다는 그들이 가진 장점에 대해 이유를 만들고, 내가 상대적으로 그러지 못한 이유에 대해 생각하며 나를 위로하는 방식을 자주 택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그 사람은 부유하고 단란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부족함 없는 지원을 받았고... 같은 생각들 말이다. 어쩌면 실제로도 그런 영향을 받았을 수는 있겠지만, 제3자인 내가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았고, 무슨 일을 겪었는지에 대해 다 알 수는 없기 때문에 이 또한 나를 위로하기 위한 자기기만적 성격의 사유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부분들이 많았는데, 막상 요약해서 정리하려니까 쉽지 않은 것을 느낀다. 책은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쉽게 술술 읽히는데, 담긴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다. 굉장히 추상적이고, 말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다. 이 글을 읽고 단순히 어떤 주제를 다루고 있는 가만 보고 넘기기보다는 책 전체를 읽는 것을 추천한다. 그들이 설명하는 수많은 예시 속에서 얻는 깨달음이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좀 뻔한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관계를 중점으로 이 책을 읽은 나의 입장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구절을 소개한다. 아무리 내 인생 내가 사는 거라지만, 결국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는 없는 곳이라는 것을,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면 부러워만 하지 말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나만 생각한다면 좋은 관계를 이어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 구절이다.


많은 경우에 존재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는, 상대방에 대한 저항을 멈추고 상자 밖으로 나가려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됩니다. 모든 사람은 다른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새로운 문입니다. 진정한 나라는 존재는 내 안에서 홀로 있거나 스스로 만들어지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것은 오직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인생의 가장 큰 도전은 상자 밖에서의 관계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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