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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Oct 24. 2020

다음에는 같은 내용이 아니었음 해

열심히 살고 싶은데

오랜만에 글을 쓴다.


그동안 평소처럼 집, 회사를 반복하며 살았다. '열심히'라는 말을 붙이고 싶었는데 열심히 살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 매일 비슷한 듯 조금은 다른 하루를 견뎌내며, 멀게만 보이는 주말을 기다리며.

요즘은 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나는 애정을 갖고 있는지, 재미는 있는지, 나의 젊은 날들을 쏟을 만큼 가치 있는 일인지, 매일 고민한다. 고민하고는 다시 생각의 문을 닫는다. 현실은 돈을 벌어야 하는 직장인이니까.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는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부족한 나를 받아준 회사가 고마웠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한다는 게 기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비록 음악과 아주 직접적으로 연관된 일을 아니지만, 가수의 이름이나 곡명을 마주할 때마다 신기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금요일이면 양쪽 벽면에 달린 TV에서 뮤뱅을 보는 낙도 있었다. 아, 내가 이런 곳에서 일을 하고 있구나.


그런데 그 설렘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매일의 일상 속에서 조금씩 무뎌지고, 정말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렸다. 사실 당연한 건데, 돌이켜보면 그게 못내 서운하다. 조금 더 그 설렘을 끌고 가고 싶은데.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열정이 가득했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느낌이다.


그러니 자꾸 마음은 다른 곳으로 향한다. 주제에 하고 싶은 건 또 많아서, 이걸 해보면 재밌지 않을까, 하다 보면 직업으로 삼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회사 안 다니고 배우고 싶은 것, 해보고 싶었던 것들만 하면서 살고 싶다. 참 게으른 생각이다. 근데 정말 요새 마음이 그렇다. 회사에서 칭찬을 받아도 하루, 이틀도 못 가 마음이 식어버리고, 아주 사소한 불행들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워하고, 현실은 뒤로 미뤄둔 채 나도 저렇게 용기를 내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 잘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마음속에 가득하다. '열심히'한다는 것의 가치가 무색해진 요즘,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싶지 않은 이 마음은 나도 모르는 새 마음속 깊은 곳에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나 보다.


무언가 자극이 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 그게 현실이든, 현실이 아니든. 지금까지의 짧은 경험 상으로는 자극이 되는 일은 나를 긴장하게 하고, 힘들게 하기도 하지만 결국 남는 것이었다. 다음 일기를 쓸 때는 그런 이야기로 가득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때까지 또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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