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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Feb 10. 2021

[영화] 소울(Soul)


*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가 가득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취미 중 하나였던 영화 보기가 일상에서 밀려났다. 영화광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두 달에 한 편 정도는 보고 싶은 영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 요새는 개봉하는 영화 수 자체가 줄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지게 됐다. 마지막으로 영화관을 갔던 게 아마 '테넷'을 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디즈니 영화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영화관에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앞으로 이야기할 '소울(Soul)'이다. '인사이드 아웃'을 제작했던 피트 닥터 감독이 맡은 영화라는 점과 '재즈'가 영화의 한 요소라는 점만으로도 영화를 봐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인사이드 아웃을 재미있게 봤었고, 재즈는 내가 쉽게 마음을 내어주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조 가드너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재즈를 가르치는 흑인 교사다. 재즈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그는 피아노를 칠 때 온전히 그 순간에 빠져들며, 살아있다고 느끼는 본투비 뮤지션이다. 어느 날, 제자 중 한 명이 유명 재즈 뮤지션의 밴드에 합류하게 됐다는 소식과 함께, 밴드에 그를 소개해 주겠다는 말을 듣고 공연장을 찾아간다. 그는 그곳에서 실력 발휘를 하여 밴드 공연에 합류하게 되는데, 당일 공연을 앞두고 거리에서 사고를 당해 사후 세계(Great Beyond)로 가게 된다.


일생일대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앞두고 죽음에 다가간 그는 죽지 않기 위해 그곳에서 도망을 치게 되고, 사후 세계와 반대인 태어나기 전 세상(Great Before)으로 가게 된다. 그곳은 태어나기 전 어린 영혼들이 자신의 삶의 목적인 '불꽃'을 찾는 곳이다. 그는 그곳에서 불꽃을 찾아주는 멘토로서 어린 영혼과 짝을 맺게 되는데, 가장 골칫거리인 영혼 22와 짝을 맺게 된다. 22는 오랜 시간 동안 불꽃을 찾지 못한 영혼이었고, 태어나고 싶지 않아 했다. 하지만 우연히 조 가드너의 몸에 들어가게 되면서 '삶'을 경험하고 삶이 얼마나 다채롭고 아름다운 것인지 깨닫게 된다.


22는 조 가드너의 몸을 빌려 자신의 불꽃을 찾고자 했지만, 조 가드너는 밴드 공연에 참여하기 위해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고 다툼을 벌이다 결국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이후 조는 자신의 몸으로 돌아와 첫 공연을 무사히 끝내고 밴드에 정식으로 합류하게 되는 기쁨을 누린다. 하지만 자신의 삶의 목적, 즉 불꽃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큰 감흥을 얻지 못하자 진정한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 되짚어보게 된다. 


한 물고기 이야기를 들려주지. 그는 늙은 물고기에게 헤엄쳐 가서 말했어.
"전 바다를 찾고 있어요."
"바다?" 늙은 물고기가 말했지.
"네가 있는 곳이 바다란다."
그러자 어린 물고기가 말했네. "여기는 그냥 물이잖아요! 내가 원하는 건 바다라구요!"
- 영화 中


결국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돌아간 조는 22를 만나 반드시 뚜렷한 목적, 좋아하는 것이 있어야만 불꽃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결국 22는 불꽃을 만들어 삶의 시작을, 조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가끔 TV를 보다 보면 소위 '영앤리치'로 불리는,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이뤄낸 연예인들을 보며 부러워하곤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저 나이에 모든 것을 다 이뤘는데 더 이루고 싶은 게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실제로 연예계는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하기도 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다 보니 어린 나이에 부와 명성 등 많은 것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본인의 분야에서 정상에 오르더라도 계속해서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유흥에 빠지거나 우울증, 공황장애 등 정신적인 질환을 앓고, 심지어 범죄의 길로 들어서는 사람들도 종종 봐왔다. 그것이 비단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겠지만, 삶에 있어서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 즉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그 모든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간접적으로 깨닫게 하는 사례였다.


이처럼 감독은 어떠한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이뤄내는 '과정' 의미 있는 것이라는 ,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 자체'라는 을 영화를 통해 아름답게 그려냈다. 어떻게 보면 기존에 예술 작품에서 많이 다뤘던 메시지이지만, 애니메이션을 통해 뻔하지 않도록, 보는 이로 하여금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재즈도 영화 속에서 하나의 메타포로 작용하며 중간중간 귀를 호강시켜 주어서 좋았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나를 느끼고 있는 요즘, 자신의 불꽃을 찾기 위해 하루하루 고된 날들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깨달음을 주는 영화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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