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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May 07. 2021

[도서] 타인에 대한 연민

연민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연민(憐憫).

다른 사람의 처지를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이 책의 제목 '타인에 대한 연민'을 마주하고 나는 얼마나 연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를 생각했다.

평소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처지에 공감하고 이해하려고 나름 노력하는 편인데,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거나 다른 상황에 처했다고 해서 밀어내지 않기 위해서다. 이런 생각들 때문에 스스로 연민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연민'이 책에서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게 되면서 나는 진정으로 연민을 가진 사람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타인에 대한 연민>은 미국의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을 계기로 느낀 것들을 정리한 책이다. 여기까지 보면 갑자기 왜 도널드 트럼프가 나오게 됐는지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그 물음표(?)는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되며 점차 느낌표(!)로 바뀌게 된다.


트럼프라는 인물이 가진 상징성, 키워드를 뽑아 보면 '인종차별', '막말', '이기주의', '혐오' 등과 같은 단어가 떠오른다. 이런 단어들의 공통된 특징은 바로 연민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고 불쌍하게 여긴다면 다른 국가, 다른 인종, 다른 성별 등 다름에 대해 무시하고, 외면하고, 차별할 수 없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미국의 대통령이 '연민'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 많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고, 그것이 정치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철저하게 분석하여 풀어놓는다. 그리고 그러한 부정적인 영향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들 마음속에 '연민'이 자리 잡아야 함을 이야기한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저자는 책 전반적으로 민주주의의 가장 큰 장애물이 '두려움'에서 기인된다고 말한다. 두려움은 사람들이 팩트를 보고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한다. 어떤 문제에 대해 정치인이나 언론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문제에 대한 해결책보다는 사람들이 두려워할 만한 요소를 강조한다. 트럼프가 가장 잘 활용하는 부분이다. 사람들은 눈 앞에 마주한 두려움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두려움을 유발하는 대상을 혐오하고 비난하게 된다. 혐오와 비난이 어떠한 문제도 해결해주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취업이 어려운 백인 청년들이 흑인, 아시아계 등 이주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코로나의 확산에 동양인 혐오 범죄가 늘고,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미워하게 된 상황이 이러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현실의 문제점에 대해 제대로 들여다보고 비판을 하는 것은 좋지만 '그래서 그들이 문제야. 그들이 싫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진짜 원인이 무엇이고, 그래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거듭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는 곧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을 의미하는데, 책에서 화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희망이 좋은 세상에 대한 비전과 이를 위한 행동을 포함한다고 생각한다." 즉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단순히 잘 될 거라는 마음만이 아니라 잘 되기 위한 행동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희망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희망은 또한 '믿음'과 '사랑'이라는 감정적 태도와 연관되어 있다고 말하는데, 타인을 온전한 인간으로, 최소한의 선을 행하고 또 변할 수 있는 인간으로 바라봄을 의미한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결국 희망이었다니. 한편으로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믿지 않는, 나와 같은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는 세상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서로를 향한 차별과 혐오는 점점 심해질 것이고,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점차 멀어지게 될 것이다.


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 책이 트럼프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 논란이 있었던 도널드 트럼프라는 인물이 어떻게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지, 왜 누군가는 그를 비난하고, 누군가는 옹호하는지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명확히 이해하고 싶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작가가 트럼프라는 인물을 통해서 우리가 처한 현실, 깊게 빠져있는 사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두려움은 일어날지도 모르는
나쁜 결과에 집중하고
희망은 좋은 결과에 집중한다.


매일 새로운 두려움 속에서 허우적대는 내게 '희망' 가치를 알려주고자 했던 작가의  말이 끝까지 남아  속에 맴돌았다. 나만 잘 살기 위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했던 날들을 뒤로하고, 이제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한 ‘생각’과 ‘행동 전제로  희망을 품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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