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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들과 바람 Apr 24. 2019

대통령의 얼굴

   요 몇 달 대통령의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얼굴에 미소를 본 지는 꽤 된 것 같고 이따금씩은 창백한 그늘마저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가 당선 후 겪은 고난과 또 마주한 어려움들이 결국 우리의 문제임을 생각하면 나 역시 마음이 커다란 돌에 눌리는 것만 같습니다. 물론 이내 제 마음은 마찬가지로 버거운 눈 앞의 생활의 문제를 향하게 됩니다만.


   당선 초를 떠올려 보면 그때 보았던 환한 미소, 절제된 여유와 자신감이 이제는 벌써 기억에서 조금 희미해진 듯합니다. 그때는 모든 것들이 새로 보는 풍경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와 자유롭게 기자들과 대화하는 것을 보며 나는 우리 같은 시민 역시 대통령과 얼굴 마주해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가 다시 먼 TV 속 인물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긴장과 힘이 풀리지 않는 그의 눈가엔 자신감보다는 어떤 오기가 쓸쓸히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뉴스를 꼼꼼히 챙겨보는 사람이 아니라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들을 알지는 못하지만 최근의 인사 역시 초창기의 그것처럼 진취적이고 힘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다양한 문제들의 실질적인 해결이 기약되지 않자 진행된 개편일 터인데 기분 탓인지 익숙한 얼굴들이 그 자리로 가는 것을 봅니다. 꼬이고 막힌 상황을 풀어줄 사람으로 새로운 공기와 호흡이 느껴지는 이가 아니라, 그 상황으로 흘러가게 하는 데 아주 간접적으로라도 엮여있던 사람들이 오는 것이 그리 반갑지 않았습니다. 죄송하게도,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그분들의 포부와 인사말에서 나는 커다란 설렘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정말 무서운 생각이지만, 결국 달라지는 것은  없었네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속 시원하게 대답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마치 한 과격하고 극단적인 부동산 재벌이 백악관에 입성하기 전, 그가 미국과 세계를 지옥과 같은 분열로 이끌 것이라던 우려들과 달리 미국은 여전히 그저 미국인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세세하게 다시 비교해 살펴본다면 달라진 것들이 정말 많이 있겠지요.)


   그럼에도,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니 나에게 냉소로 질문하고 돌아가는 그 누군가를 다시 붙잡고, 변한 것은 분명 있다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물이 차오르는 것과 함께 공포가 차갑게 차오르는 순간에도 아이들을 끝까지 살리던 선생님이 마침내 순직 인정을 받은 일처럼, 작지만 꼭 필요한 이 사회의 주춧돌이 되어줄 변화들이 분명 있었습니다. 사회구조, 문화라는 것은 해와 달보다도 조용하고 은밀하게 변화해나가며 사람들을 규율합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언젠가 반드시 구체적으로 오고야 마는 것이어서 그 책임을 우리는 져야만 하게 됩니다.


   부디 이 사회를 끌고 갈 역할을 얻게 된 사람들이 다시금 우리에게 신선한 실감을 느끼게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그 반대의 편에 있다고 나뉘는 사람들에게도 해당됩니다. 그들이 제기하는 문제들과 제시하는 관점에 신선하고 역동적인 활력이 있길 빕니다. 떳떳한 근거들과 적확한 판단들로 좋은 비판자이자 감시자가 되어주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나의 나날의 생활의 문제들은 그때도 꽤나 고단할 것만 같은데, 되려 내가 그들에게서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웃으면 복이 온다지요. 다시 웃는 얼굴들을 더 많이 보고 싶습니다.




[ 이미지 출처 :

https://www.bbc.com/korean/news-42327034

http://www.econ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7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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