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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여행가 Jun 13. 2023

[약국 오픈 일기] 03. 인수는 신규보다 쉬울 줄 알

아파트 계약은 경험이 있어서 어렵지 않았는데, 상가 계약은 또 다른 문제였다.

뭐 하나 순탄하게 이루어지는 게 없고, 세상 일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또 한번 깨달았다...!


보증금이 높은 편이라 그에 대한 리스크만 없어지면 되는데

(계약기간 만료 되어도 내 보증금을 바로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

리스크로 보이는 부분이 있어서

아시는 법무사, 변호사를  총 동원하고 건물주 미팅까지 한 후에  

약국 인수를 결정하게 되었다.


글로 쓰니까 한 문장이면 끝나는데, 실제로는 이 기간이 가장 길었다 ㅠㅠ

내가 모르는 분야에다가 경험도 없는 첫 개국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해야해서

거의 밥도 못 먹고 4키로가 바로 빠졌다 ㅎㅎㅎ


문전약국에서 일을 하고 있던 중에 만난 매물이라서

급하게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도 꽤나 스트레스였다.

국장님이 꼭 근무해달라고 부탁했던 기간은 이미 지난 상태여서

마음편히 그만 둘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근무약사님을 구하기 힘든 시즌이라 국장님도 많이 당황하셔서

마음이 많이 불편했었다.


그럼에도 내 일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양해를 구하고

매일 퇴근해서 인수 할 약국에서 인수인계를 받았다.


인수 할 약국은 1인 약국이지만, 내과 처방이 메인이다.

처방의 수는 적지만 대학병원 수준으로 복잡한 처방이 많다.

그리고 처방일도 기본 2달치 이상인 경우가 많아서

일반 로컬 약국처럼 바로 조제를 익히기 힘든 약국이다.


이런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지만,

어쨌든 나는 대학병원에서 근무했었고

지금은 근무약사를 여러 군데서 했기 때문에

혼자서 조제, 투약, 매약 전부 어느 정도 자신이 있어서

나에게 적당한 약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 일주일 간의 인수인계를 마치고

약국 오픈 전 주말 '토요일, 일요일'에 드디어 본격적인 인수 과정이 진행되었다.



다행히 토요일이 공휴일이라서 외래 처방이 없는 날이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전문약 카운팅

일반약/ 의약외품 카운팅

각종 도매상,영업사원들과 연락하며 반품 정리

거래처들 각각 잔고이전하기


1,2번에 약 카운팅의 의미는 단순히 갯수만 세는 것이 아니라

갯수를 세서 단가를 입력해서 현재 자리고 있는 약이 얼마치인지 계산을 하기 위함이다.


보통 매수약사,매도약사 둘이서만 할 수 는 없기 때문에

지인들을 불러서 도와달라고 해야한다.

감사하게도 3,4분이 오셔서 긴 시간 도와주셨다!!


카운팅을 할 때는 엑셀보다는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추천한다.


여러사람이 동시에 입력할 수 있고

언제 언디서나 누구든지 볼 수 있기 때문에 재고와 단가가 투명하다.


힘든 약 카운팅이지만 그래도 한 알, 한 알이 전부 우리가 거래해야 할 금액이기 때문에

투명한 것이 서로 오해를 하지 않고 좋다!!


약 카운팅 전에 미리 약 위치를 파악해두고, 위치와 단가를 적는 작업은 필수이다.

나는 약 1주일간 시간이 날 때마다 이 작업을 했던 것 같다.


반품정리는 너무 감사하게도 매도 약사님께서 거의 도맡아 해주셨다.

첫 개국이라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불쌍해 보이셨는지 ...ㅎㅎ

잘 안나가거나,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은 반품해주셨다.

그 덕에 남아있는 재고는 사입가가 비싸지 않은 품목들만 남아있어서

바로 약국 오픈을 하기 수월했다.


그리고 각종 거래처에서는 잔고이전을 진행했는데,

내가 모든 재고를 한번에 매도 국장님께 결제하는 것이 아니고

거래처에 남아있는 결제 금액을 내 이름으로 바꾸는 작업이라고 보면 된다.


처음에는 잔고이전이 무슨 말인지..?넘나 헷갈렸는데

며칠 해보고 나서 감을 잡았다ㅋㅋㅋ

아직도 잔고이전 서류를 받으러 오는 거래처도 있는데

바로 목돈을 결제하지 않아도 되어서 정말로 다행인 일!!



약국 개국 전에  관공서 갈 일도 많고

각종 명의를 변경하는 일도 많다.

서류는 또 어찌나 다양한지 화가 날 지경이었지만

우선순위를 두면서 하나씩 처리해나가면 어찌저찌 할 수는 있더라 ㅎㅎ


여튼 이 때까지 살면서 가장 머리가 아픈 일이었는데

이제 정말 아무도 안 챙겨준다는 말이 100% 와닿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앞으로는 더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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